부드러운 볼 밀리언셀러 클럽 106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남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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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라고 생각은 했지만 몹시 외로웠어요. 
예전의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태연했는데, 유카카 없어진 후로는 완전히 무기력해져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요. 견딜 수 없어요."
"그건 당연한 일이죠. 당연한 겁니다. 인간이란 약한 동물이니까. 예전의 당신이 너무 강했던 겁니다. 난 지금의 당신 쪽이 오히려 더 좋아요."
"그렇지만 저는 싫어요."

"자신을 싫어하는 동안에는 진정한 행복이 찾아오지 않아요."<p.138>

 

 

기리노 나쓰오의 부드러운 볼. 부드러운 볼은 121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이 책 역시 선물로 받았다. 취향을 인정해주고 읽고파하는 책을 선물해주는 사람들의 그 마음에 언제나 감사의 인사를!!

메타볼라와 함께 부드러운 볼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 읽어봐야지 ~ 생각하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선물로 받아 어찌나 반갑던지 ~

다른 읽어야 할 책들이 아주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받자마자 손에 집어든 것은 아임소리마마, 아웃, 그로데스크를 통해 느낀 이 작가만의 묘한 마력때문이랄까. 어둡고 무섭고 읽는 내내 소름이 끼치면서도 또다시 책을 잡게 만드는 그런 -  

첫장에는 지토세시 시코쓰코 초에 있는 이시야마 요헤이씨 별장에서 제판업을 하는 모리와키 미치히로 씨 장녀  유카양이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사건을 소개한다. 그리곤 곧장 언제 그랬냐싶게 불륜을 저지르는 남녀의 대담한 모습을 그린다.

18살에 가출해 고향을 떠난 후 한번도 돌아간 적도, 연락을 해본 적도 없는 카스미. 도쿄 출신으로 부유하게만 자란 이사야마와의 밀회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죄책감을 가리고도 남을 기쁨이 있기에 도저히 그만둘 수 없다 생각하는 그녀. 이시야마와 만나는 것만이 자신의 유일한 '탈출'이라 생각한다.

이혼해 둘이 행복하게 사는 그런 달콤한 공상도 즐기며 애인과 격정의 밤을 보내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아이들을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 다음 날, 다섯 살짜리 딸이 유카가 실종되고 만다. 여기저기 찾아보지만 흔적도 없는 모습. 그리고 4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 .

 

살았을까 죽었을까? 누구에게 살해당했을까? 남편의 불륜을 눈치챈 이시야마 부인? 아내의 불륜 사실을 눈치챈 남편 미치히로? 롤리타 콤플렉스가 있다고 소문난 미즈시마? 가출해 10년이 지나 어엿하게 결혼까지 한 딸이 아무 연락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심한 분노를 느낀 부모님의 납치? 전직 형사를 통해 이런저런 가능성만 제시할뿐 열린 결말이다. 옮긴이의 글을 보니 초고에서는 범인을 밝혔는데 담장편집자가 범인을 특정짓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변한 듯 ~ 이런 결말이 더 기리노 나쓰오 같아서 맘에 들지만 그래도 읽는 독자로는선 노노노 !

 

어느 책처럼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나 탐정이 나타나 범인을 찾기 시작하겠거니, 그러면서 '어떻게, 왜'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갈?. 그래서 그 과정이 굉장히 지루하게도 느껴졌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전직 형사 우쓰미와의 만남에 옳거니 지금부터 시작이구나 신나했는데 시작은 커녕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버리는 이야기라니~

책을 읽을때에도 다 읽고난 지금도 여전히 - 끝이 보이지 않은 긴긴 터널을 하염없이 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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