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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기시유스케의 크림슨의 미궁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기시유스케란 작가만 읽고 읽어내려간 책인데 영화 10억을 보는 재미를 활자로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랄까?
책으로 얘기하자면 배틀로얄, 인사이트밀, 헝거게임과 닮은 듯 다른 느낌을 갖을 수 있을듯~
"아무래도 이건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인 것 같군."
"제로섬게임이라니 그게 뭐죠?"
"한정된 파이를 서로 빼앗는 게임을 말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합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얻는 부분이 많아지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필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거지."
"그 말은 결국 . . .밀어내기라는 거죠?"
"그렇지. 거의 모든 스포츠와 바둑, 장기 같은 것이 전형적인 제로섬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 입학 시험이나 출세를 위한 경쟁도 마찬가지고.
한정된 자원을 서로 빼앗는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 사회의 활동 대부분이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P.83>
이상한 장소에서 눈을 뜨게 된 후지키. 두개의 기묘한 바위산 사이에 끼어 있는 협곡. 움푹 팬 구덩이에서 눈을 뜬 그는 기억상실증에 걸렸다해도 도무지 납득되지 않을 기묘한 느낌의 둥근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을 바라보며 혼란에 빠진다. 팔짱을 낀 채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 물통화 도시락통 옆에 놓여 있는 은색 파우치를 발견하는데 그 안에 휴대용 게임기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스위치를 눌러보니 작은 전자음과 함께 '포켓 게임 키즈 {POKET GAME KIDS)라는 글자가 나타나고 유치한 팡파르와 함께 화면 가득 한 문장이 나타난다.
화성의 미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가 결승선에 골인한 자는 약속대로 상금을 거머쥐고 지구로 귀환할 것이다. 라는 글자와 함께 간단한 룰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동료가 될 지 적이 될지 알 수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
선물거래 회사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했던 노로타 에스케, 40대 후반으로 이혼녀인 아베 후미코, 모터보트에 미쳐 회사 돈에 손댔다가 해고 당했다는 후나오카 시게로, 전직 교사인 가토 다카미치, 취직을 하지 않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나라모토 마사키, 에로 만화가 아이등등 후지키를 비롯 9명의 사람.
여기가 어딘지, 무엇을 하게 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위험한 게임. 과연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단순히 오락성 짙은 이야기로서의 추리와 스릴러 뿐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소외 대상에 대한 문제점이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환경에서의 인간의 변화에 대한 공포, 그 심리적인 묘사까지!! 여러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나 하루종일 고온이 계속되는 날씨에 우기라 습도도 100퍼센트도 가까워 음식을 구하기도 힘들어지는 최악의 상황에서 온몸에 적갈색점토를 바른 세노오와 후나오카 씨를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들의 변화된 모습에 놀라면서 인격이라는 뜻의 라틴어인 페르소나(persona)에 대해 후지키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도 처음엔 인격이 사람 마음의 중추이자 지배 원리라고 굳게 믿었어요.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인격이란 외부의 상황, 특히 대인 관계에 대처하기 위해 습득하는 몇 가지 반응 유형이 집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P.167>
화성의 미궁이라는 게임북과 게임북보다 더 리얼하고 무서운 현실이 교차되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
그의 탄탄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다보면 그의 책(13번째 인격, 신세계에서1,2, 유리망치, 푸른불꽃, 검은집)등등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