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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목욕탕
김지현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미안해, 네, 얘기를, 오래 듣지 못해서.
미안해, 너의, 침묵을, 오해해서.
미안해, 혼자, 살아남아서.
김지현님의 춤추는 목욕탕은 남편이자 아들이자 사위인 ’현욱’의 죽음으로 타인이 되어 버린 가족, 세 여자(미령, 복남, 호순)의 상실과 고통을 여과없이 내보내면서도 그것들을 감싸안고, 이겨내고, 위로받는 치유의 소설이다.
솔직히 가볍게 잘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나도 중반부까지는 굉장히 힘들게 읽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찌 밝고, 기분좋은 내용이 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죽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힘들지 않다고, 슬프지 않다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 뿐인데 . .
그래서 전체적으로 무겁게 다가오는 내용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조금씩 눈에 보이더라.
이렇게 우울한 얘기 싫어, 밝고 건강한 이야기가 읽고 싶어 ~ 그런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선지 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않아 심란했는데 피곤한 ’나’, 권태로운 ’나’, 쓸쓸하나 비굴한 ’나’, 모든 것이지만 모든 것이 아닌 ’나’, 그런저런 ’나’만이 넘쳐나는 이야기에 적응이 되고 호순의 거짓말을 넘은 심한 뻥에 피식피식 웃음이 날때쯤엔 그들의 슬픔이 아픔이 고스란히 나에게 되돌아와 화살처럼 꽂혀 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
사고로 아들 현욱이 죽고 며늘애가 정신도 못차린채 수술을 받고 누워있는 사이 자동차 보험비로도 해결되지 않아 아파트를 깔끔하게 정리해 이것저것 해결하고 적당히 살 곳 마련해놨으니 혼자 잘 살라며 퇴원할때 병원비 계산하라고 선심 쓰듯 통장을 내미는 시어머니 ’복남’
그런 그녀가 위로가 됐음 좋겠다며 내민 것이 노란색 종이 세 장이다. ’때밀이 일일 교환권, 특별 고객 우대. 오일 마사지 공짜. 목욕관리사 박복남’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목욕탕을 찾는 미령. 때밀이 박복남의 작업장이기도 한 목욕탕이 치유의 공간으로 나오는데 왜 하필 목욕탕일까 생각이 많았지만 이 글을 읽고서 아 - 하게 되더라. 이 작은 목욕탕안이 우리네 인생사를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충분할테니까.
모두들 같은 모양새라 그러려니 하며 지나칠 듯하지만, 벌거벗은 사람들이 서로를 몰래 훔쳐보고 고독에 잠기기도 질투를 하기도 허, 하고 폐가 터져 나갈 듯 허망한 숨을 내쉬기도 하며 저마다 분주한 한때를 보내는 곳이, 목욕탕이다. [p. 30]
슬픔없고 눈물없는 인생이 어딨겠냐 ~
신 것은 부드럽게 하고, 단것은 더 달달하게 하는 소금처럼 눈물 또한 우리네들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가 아닐까.
속으로 꽁꽁 끌어안지만 말고 아프다고 슬프다고, 조금만 내비칠 수 있는 용기, 그래서 작은 도움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게 내 작은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