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 비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좋은 책이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게 아니라, 무엇을 앗아가야 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어떤 것을' 
얀 그레스호프(Jan Greshoff) [p.82]
 

발작으로 사망한 여인이 있다. 테이블에 놓인 책 한 권을 가리키더니 핏기가 싹 가시고, 입술이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지더니 풀썩 쓰러졌다고 ~

한 여인을 죽음으로 이끈 출처를 알 수 없는 책 한권. 그 책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버블리.

크지도 작지도 않고 손에 쥐기 딱 알맞은 크기의 <그 책>을 제 물건인냥 아무 망설임 없이 품에 안고 떠나는 그.

그 순간부터 그의 시선은 온통 그 책에 쏠리게 된다. 숨가쁘도록 책 읽는데만 몰두하게 되는 그. 글자들에 집중하며 애를 쓸수록 글자는 더욱 희미하게만 보이는데도 조바심 때문에 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잠자리에 들때도 침대 곁 미등을 끄면서도 침대 옆 탁자에 그 책을 두어야 마음이 놓이고 책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악몽을 꾸고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서도 책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안심한 후에야 편안하게 잘 수 있었던 그.

그런 그가 소장중인 다른 모든 책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방에 틀어박혔다가 결국 《그 책》이 되고 마는 어른들이 읽는 동화같은 이야기다.


독서란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습관이 되었고, 나아가 하루라도 제때 충족시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강렬한 욕구가 되어 하루종일 책에 빠져 지내는 그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책벌레, 독서광, 이야기광으로 찍히는데 이런 별명들에 대해 맘이 상하기는커녕, 오히려 책과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우쭐해지곤 했다는 그. 먹고, 마시고 자는 기본 욕구를 제외하고 독서가 1위인 그에게 이 모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일상이리라 ~

나도 어릴때부터 책을 너무 좋아해 밥상 머리에서 밥 안먹고 책읽는다고 아버지한테 잔소리도 듣고, 책을 다 불태워버린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들으면서 자랐지만 버블리씨 만큼의 경지에 오르려면 한참 부족한 듯 ~

 

책과 함께 책들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애서가, 장서가, 책벌레, 책 수집광, 고서 수집가, 독서광, 작가, 문필가, 편집자, 출판인, 교정자, 식자공, 인쇄업자, 제본업자, 에이전시, 서점, 비평가, 독자, 사서, 독서 치료사, 고서점, 책에 미친 사람과 책에 담을 쌓은 사람, 그 모든 이들을 위해, 오직 그들을 위해라는 글을 보고서 뭐가 이렇게 거창하냐 웃었는데 다 읽은 지금은 고개만 끄덕끄덕

 

한 번 읽은 책은 특별한 이유가 아닌 한 두번 다시 읽지 않는다. 세상엔 아직도 내가 읽어야 할 책이 넘쳐나기 때문이라는 어설픈 욕심때문에 !!

대신 무조건 책장에 꽂아두지 않고 여기저기 추천해주고, 읽어보라 빌려주는등 그 책에 먼지 폴폴 쌓이지 않게 나름의 노력은 하는 편이다.

이 책 알폰소 슈바이거르트의 '책이 되어버린 남자'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나의 책읽기 습관이랄지 책을 읽으면서 생긴 특이한 습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수많은 책 만큼이나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의 책을 사랑하는 스타일 이랄까 ~ 그 한면을 들여다본 것 같아서 재밌었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다시 한번 그 공간을 뒤적거리게 된다.

 

책에 관한 짧은 글들이 아주 많았고, 그 모든 것이 공감가는지라 몇자 적어본다.

 

집 밖으로 굳이 나갈 필요는 없다. 책상 앞에 앉아 귀를 기울여라. 귀만 기울이지 말고 기다려 보라. 기다리지만 말고, 가만히 침묵을 지켜라.

결국 세상이 가면을 벗고, 그대앞에 황홀한 자태를 수줍게 드러내고 말리라. [p.81]

 

내 생의 소망이란 조용한 평화, 좋은 책 몇 권, 믿을 만한 친구 몇 사람, 그리고 몸에 좋은 음식 약간뿐이라네. [p.149]

 

책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책꽂이에 고스란히 꽂아 두기만 하지 않고, 낮이고 밤이고 손에서 놓지 않아 손때가 묻고,

책갈피가 닳고, 메모가 깨알같이 뒤덮이게 만든다. [p.153]

 

책에 관한 책에 의한 책의 판타지 !! 영원히 끝나지 않을 그 판타지를 위하여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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