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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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나나 모두 똑같다. 사람은 관계를 원한다. [p.39]

 

오쿠다 히데오의 오 해피 데이는 Sunny Day,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여기가 청산, 남편과 커튼, 아내와 현미밥등 여섯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일상 탈출을 꿈꾸는 여섯 남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간만에 가볍지만 그래서 일상적이고, 공감가는 내용의 소설을 읽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여섯개의 이야기중 그레이프프루트 괴물만 빼곤 다 괜찮았는데 그 중에서도 서니데이, 우리집에 놀러 오렴, 여기가 청산이 제일 재밌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세 이야기만 간략하게 소개 ^^

 

Sunny Day - 옥션에 중독된 전업 주부 '노리코'의 이야기다.

쓸모가 없어진 접이식 피크닉 테이블을 옥션에 올려 팔게 된 주부 노리코는 낙찰자로부터 아주 좋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출품된 물건이 인기있을수록

본인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 같은 착각에 붕 떠 주름도 없어지고 기분도 좋아져 헬스 기구, 신랑의 어쿠스틱 기타, 커피잔 셋트, 턴테이블 등을 내놓는등 옥션에 중독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돈으로 고급 케이크를 사고, 책을 사읽고, 미용코스를 밟고, 생선초밥을 사먹는 그녀. 엉뚱하지만 그 모든것은 칭찬받고 싶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로 관심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애교로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 집에 놀러 오렴 - 아내가 집을 나가자 꿈꾸던 모습 그대로 집을 꾸미며 남자의 로망을 실현하는 '마사하루'의 이야기다
별거를 하게 된 원인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하찮은 일로 아내 히토미와 별거생활을 하게 된 마사하루. 누가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8년이나 같이 살았으니 잠시 별거를 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 이 두 사람을 우짤꼬 ~

오랜만에 다시 시작된 독신생활에 마사하루는 고급 오디오와 홈시어터로 거실을 꾸미고 저녁이면 직장 동료들을 불러들여 남자들의 아지트를 만든다.

밥을 해먹고, 벽장에 처박아 두었던 미스터리 단행본들도 꺼내고, 창고에서 레코드 상자도 꺼내는 마사하루의 모습을 보니 그토록 좋아하는 것을 그동안 어찌 참았을까 싶을 정도.

집에 관한 남자들의 생각을 들어본 것 같아서 결혼하게 되면 함께 살 집에 어느정도 신랑의 취향을 고려해줘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

 

여기가 청산 -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집에서 살림을 맡게 된 남편 '유스케'의 이야기다.

14년동안 근무한 회사가 망했다는 소식을 하필 지각한 날 조례시간에 사장에게서 직접 듣게 된 서른여섯 살의 '유무라 유스케'

갑자기 백수가 되긴 했지만 아내 아쓰코가 전에 다녔던 회사 아테나 경제 연구소에 복직하면서 일하는 사람과 살림하는 사람, 서로의 역할이 바뀌게 되지만 생각외로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 등의 집안일이 재밌고 나날이 실력이 늘어 만족하는 그.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집안일과 육아를 맡게 되어 바늘방석이겠다면서 힘내라며 위로의 말을 아낌없이 건넨다.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시부모님과 전화통화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아들에게는 비관하지 말고 힘내라 하고 며느리에게는 아들놈이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하겠노라며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말씀하시는 그 장면 ㅋㅋ

그나저나 유스케는 아들 쇼타가 브로콜리를 먹게 하는데 성공하려나 ~ 

 

인생이란 모름지기 보람이 있어야 사는 맛이 난다. [p.208]

 

각자 맡은바 일로 너무 바빠 신경도 못써주고,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채로 시간이 흐르기도 하지만 언제나 나를 있게 해주는 중심은 언제나 '가족'. 힘들게 일하고 들어오시는 아버지께도, 매일 우리들의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고, 작은거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애쓰시는 어머니께도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

모 방송에서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환경을 뚫고 나가는데 많은 영향이 있다. 우리 모양이 퍼즐이라면 맡은 부분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퍼즐을 할 때 인생의 끝에서 퍼즐이 완성된다 라고 개그맨 이성미씨가 한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퍼즐 하나 하나 잘 맞춰 가족이라는 근사한 작품을 완성시킬수 있도록 나부터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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