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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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 '무지개'를 집어 들게 되면 제일 먼저 표지 일러스트에 눈길이 간다.

책 중간중간에도 들어가 있어 총 10여편의 일러스트를 감상하게 되는데 보는순간 눈치챘다면 당신은 이 일러스트 작가의 팬이거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팬이 아닐까 싶다.

이 그림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불륜과 남미의 표지 그림과 같은 일러스트의 작품이다. MASUMI HARA(마스미 하라)의 그림이 묘하게 소설과 딱 맞아떨어지는 걸 경험하게 되는데 사실 난 그림보다는 그의 글을 더 오래도록 읽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184페이지의 짧은 내용이 너무너무 아쉽게만 느껴지더라 ~

 

타히티를 여행중인 나. 십 대 후반부터 줄곧 타히티안 레스토랑에서 일했는데 정작 타히티에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어찌해 이곳 타히티까지 오게 되었는지 조곤조곤 시작된다. 해변의 관광지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며 소박하게 살았던 그녀의 가족은 애인이 생긴 아버지가 집을 나가 열한 살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할머니와 엄마와 셋이서 살아간다. 그렇게 살다 갑자기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었고 한 번쯤은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후 엄마가 식당을 정리하자 됴쿄로 올라와 곧장 타히티안 레스토랑에 취직하게 된다. 그 가게의 이름이 무지개다. 스물두 살때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살게 되었는데 혼자 남은 엄마마저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돌아가시게 되고 레스토랑 격무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결국 과로로 쓰러지게 된다. 휴식을 취하면서 카운슬링을 받고 당분간 오너의 부인이 팔을 걷어붙이고 개척한 새로 시작하는 케이터링 회사에서 일하는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지만 자신의 노하우를 그 곳에서는 살릴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하고 당분간 오너의 임시 가정부가 되어 동물을 보살펴주고, 정원을 가꾸는 등 간단한 집안일을 하게 되는데 . . .

 

그녀가 가정부 일을 하면서 화초와 동물에 정을 주고 마음을 치유하게 되는 장면은 왕국과 닮았다. 왕국을 읽으며 마음을 정화했던 나에게는 무지 즐거운 부분이었다는 ~

이 책 '무지개'는 많은 면에서 불륜과 남미와 비교하게 된다. 내용은 왕국과 비슷하되 전체적인 스타일은 불륜과 남미와 같다고 할 수 있으려나~ 불륜과 남미는 바나나씨가 98년 4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고 돌아와 한달 간격으로 발표한 7개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으로 여행소설집인데 이 책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타히티 섬은 남태평양 중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속하는 소시에테 제도의 주도로 아름다운 열대 풍물과 외래인을 환대하는 주민의 성격에 매료된 유럽인들이 '남해의 낙원','비너스의 섬'이라 불리우는 곳으로 남태평양의 관광지로서 제2의 하와이로 변모했다고 한다. 검색해보면 보라보라 방갈로의 모습이며 해변의 모습을 쉬 발견할 수 있어서 친근하기까지하다. 하라 마스미의 일러스트와 함께 타히티 사진, 작가가 쓴 일주일간의 타히티 여행 일정표도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기회가 되고 시간이 된다면 그 일정표대로 이곳을 여행해도 참 좋을 것 같은 ㅎ작가의 발자취를 쫓는 느낌을 만끽 할 수 있을 듯 ~

장소와 형태를 달리해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라는 여행 시리즈인만큼 다음 이야기는 어디에서 진행될지 기대된다.

 

아무리 하잘것없는 상담에도, 아무리 흔해빠진 애증극에도 무언가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허망한 것이 숨어 있다.

질퍽질퍽한 진흙탕 속에서 그런 것을 찾아내고, 또 그런 것이 반드시 있음을 믿는 것이 가에데의 일이다. [p.63]

 

왕국의 귀절이 이 책 무지개에도 잘 어울린다. 바나나씨의 매력은 이런것이 아닐까 ~

진지하고 따뜻한 문체에서 오는 편안함, 익숙함. 그녀의 작품의 모토라고 할 수 있는 슬픔과 위로에서 오는 치유의 능력 !!! 빨리 다음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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