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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딱 한 개만 더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가가형사 시리즈 '잠자는 숲' 비슷한 느낌이다. <아라비안나이트> 공연을 앞두고 열심히 발레 연습을 하는 무대위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발레에 관심이 많다는 가가형사의 멘트에서 저절로 '잠자는 숲'을 떠올리게 된다는 ~ 이야기는 하야카와 히로코의 시체가 발견되면서부터다. 7층 집 발코니에서 추락한걸로 밝혀졌는데 그 부분을 탐문하다 같은 맨션 8층에 사는 미치요를 조사하게 된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이야기는 안타까우면서도 나는 내 일에 이렇게 자부심을 갖고 있는가라는 ~ 15년전 자신의 무대가 가짜였다는 것을 그녀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을때 그녀가 느껴야했던 상실감들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만 같아서 너무도 안타까웠다.
차가운 작열은 다누마 요우지씨 집에 강도가 들어 아내 '미에코'가 살해되고 아들 유타의 실종되면서 사건을 파헤치는 가가형사의 모습을 그리는데 불행한 사건이 꼭 남의집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오싹했던 ~ 이 세상에 회사일에 바쁘다는 이유로 가정에 소홀한 남자는 수없이 많을테니 말이다. 아버지도 그랬던 것처럼 내 남편될 사람이 그러지 말란 법도 없지 않는가.
그녀의 도망칠 곳이 되어주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해준 사람의 뒤늦은 후회라니~
제2지망은 차가운 작열처럼 집에 강도가 든 듯한 모습으로 엄마의 애인 '모리아저씨'가 죽은채로 발견되면서 부터다. 결혼해 평범한 생활을 했던 그녀는 딸아이가 태어나고, 그 딸이 천부적인 운동신경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사고로 꿈을 접을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꿈을 딸을 통해 키워나갈 생각을 한 것. 평범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남편과는 갈수록 사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한 후로 딸을 체조선수로만 만드는 일에 열정을 쏟은 그녀였지만 어느순간 그 팀을 비집고 들어온 남자가 생기는데 . . .
모녀의 어긋나버린 꿈. 콕 찝어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 그녀들만의 2인3각 게임의 결과인 것을 . .
어그러진 계산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사카가미'의 이야기다. 제약회사를 다니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 이 사람과 꼭 결혼해야한다는 확고한 행복의 결실도 아닌 나이와 이런저런 환경의 영향으로 이런형태의 결혼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결혼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날이 올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결혼후 얼마안되 남편의 자기중심적인 생활이 질릴대로 질려버린다. 이대로 인생이 끝나는 건가라는 아이도 없고, 삶의 보람일 것도 없는 암울한 기분으로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그녀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후 집을 관리해주는 '나카세 유키노부'를 만난 후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것은 더 큰 불행을 예고하는데 . .
친구의 조언은 다른 단편들과 다르게 가가형사의 친구 '하기와라'가 등장하는 이야기라 가가형사의 일상에 좀 더 접근한 것 같아 반가운 이야기였다.
고속도로에서 측벽을 들이박는 사고를 일으켜 다리, 허리, 가슴, 어깨 등을 합해 열군데 이상이 골절된 친구의 사고 경위를 조사하다 밝혀지는 이야기들 담고 있는데 친구로서, 형사로서 진실을 파헤칠수밖에 없는 가가형사의 안타까움도 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거짓말을 감추려고 하면 좀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되지요."
"네, 인생에서도요."
'거짓말 딱 한개만 더'는 가가형사 시리즈 마지막 편이며 유일한 단편집이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를 비롯 차가운 작열, 제2지망, 어그러진 계산, 친구의 조언 등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안타까운 이야기 뿐이었다. 사건도 안타깝고 그 사건을 묻어두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도 안타까웠고 그런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가형사 앞에서 하나둘 파헤쳐지는 진실이 그대로 묻어두면 안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안타깝게 다가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