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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그렇다. 나는 혼자다. 살인을 결심했을 때부터, 그것도 사이좋은 후배 니이야마를 죽이려고 했을 때부터 나는 혼자가 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살인을 마음에 품은 그 순간부터, 나는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친구를 가질 자격을 잃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서 그의 작품 '용의자 X의 헌신'과 마지막까지 1위를 다퉜던 작품이라는 소개에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스터리 작가라는 '이시모치 아시미'에 대한 기대가 한껏 달아오를때로 달아오른 시점에서 읽게 된 이 책은 내게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밀실 미스터리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첫장부터 이야기의 내용이 심상치않다. 후시미 료스케가 니아야먀 가즈히로의 방에 들어가 그를 살해하는 장면이 떡하니 나오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소설인데 첫장부터 사람을 죽이고 죽이는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죽이는지 대놓고 이야기하다니 ~ 나머지 300여페이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실리게될까 ?라는 궁금증과 의문들.
후시미 료스케, 후시미와 동기인 안도 쇼고, 한 학년 선배인 우에다 사쓰키, 한 학년 후배인 니이야마 가즈히로와 오오쿠라 레이코, 두 학년 아래인 이시마루 고헤이, 그리고 오오쿠라 레이코의 여동생 우스이 유카. 이렇게 대학동창 여섯명과 관계자 한명 총 일곱명이 모였다. 이름하여 동창회. 졸업한지 6년만에 만난 그들은 대학내 그들이 속해있던 경음악부 내의 뜻있는 사람끼리 모인 집단으로 별칭 '알코올중독분과회' 멤버 회원이다.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들만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장기 기증'의사표시 카드를 갖고 있다는 것. 그들이 모인건 안도 쇼고의 형이 운영하는 '여기 묵으면 귀족이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다'는 문구로 성공을 한 고급펜션인데 무리한 경영 때문에 건강악화로 요양중인 형을 위해 사람사는 냄새도 불어넣어줄 겸 청소도 할겸 겸사겸사 모이게 된 그들. 그들만의 찬란한 잔치는 그렇게 시작됐다.
"오늘 이 숙소엔 아는 사람밖에 없으니까 경보 시스템은 걱정할 필요 없겠다" 라고 말한 니이야마 가즈히로.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소설이나 영화속 주인공들을 보면 모두 이렇게 주위 사람들을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먼저 제거되는 듯 ~
친구를 죽여놓고도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죄의식도, 경찰에게 붙잡히는게 아닐까 하는 공포도 아무것도 못느끼는 후시미. 그는 무엇때문에 친구를, 동창회 자리에서, 그것도 밀실 살인사건으로 죽일수 밖에 없었을까 ~ 책 마지막에 드디어 그 내막이 밝혀지는데 이 이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더니 나 역시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 첨엔 이해가 안됐는데 점점 조금씩 그의 마음을 알것도 같은 기분이랄까. 내가 너무도 건강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잘 모르고, 병실에 누워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입장이 아니기에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특이한 여러 병들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을 애타게 바라는 환자나 그 가족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 이야기에 조금은 수긍이 갈 듯 ~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 범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알아내는가가 더 중요한 소설 '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뉠 평가. 그렇지만 어느쪽으로 생각하던 이 책의 긴 여운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 ~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는 도서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두번째 작품 '네가 바라는 죽는 법'에는 탐정 역으로 우스이 유카가 재등장 한다고~
이쁜데 명석한 두뇌까지. 누구에게 뒤지지 않고 뛰어나고 냉정한 두뇌회전으로 시종일관 사건을 쭈욱~ 해결해나간 그녀였기에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