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여행
다나베 세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다나베 세이코의 감상여행은 감상여행, 당신이 대장,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등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이야기들의 주제는 모두 사랑이다.

감상여행의 젊고 철없어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의 사랑, 당신이 대장에서의 결혼 14~5년차의 중년의 사랑, 그리고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에서 보여주는 노년의 사랑.

그 속에 우리네들의 일상이 이야기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선지 더 쉽게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첫번째 이야기 감상여행은 당원이니 뭐니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와 집중력이 흐려지긴 했지만 결국 그 속에서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충분히 이해했으니 ^^

세 이야기 중에서 두번째 당신이 대장이 참 재밌었는데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는 말처럼 알게모르게 우리나라 사람들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했고, 이 이야기는 여자보다는 남자들에게 더 많이 읽혀졌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만큼 아무것도 못하는 아내에 불과했던 에이코가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해가는 모습이 통쾌했다.

결혼한 지 14~5년차 부부 에이코와 다츠노. 작은키가 컴플렉스였던 다츠노는 키도 시원스레 크고, 상냥하고 연약하고 수줍음까지 타는 에이코와 중매로 결혼하게 되는데 그녀는 무슨일을하던지 '당신은 대장이니까' 라며 사사건건 다츠노의 의견을 구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다츠노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풍파 한번 일지 않는 단란한 가정이었던 이 집에 화장대 하나로 큰 변화가 생긴다.

역 앞 상점가 가구점에서 찻장을 사고 돌아오려는데 아내의 눈에 띈 화장대. 너무나 갖고파하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버린 남편을 원망하며 그녀는 커리어우먼이 되서 내 물건은 내 손으로 살거라 결심하게 된 것. 빵집을 시작으로 부티크에 나가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화장도 하고 모델 요양소 같은곳에 다니며 걸음걸이도 바꾸고,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를 쓰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감이 키워나가게 되는 에이코의 변화가 어찌나 통쾌하던지 ~

세상은 어쩔 수 없잖아의 연속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해'로 통한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통하지 않으니까 '어쩔수 없는' 것이라며 만사태평인 그와 달리 아내는 이쁘게 차려입고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아들이 다시 선수로 뛸 수 있게 만든 장면은 물론 아내가 회사에서 짤렸을때도 세상 일이 그리 만만한 줄 아냐며 풀죽지 말고 슈퍼마켓 계산원이나 빵집 점원 같은 수수한 일을 해보라며 내심 통쾌해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부인복 메이커, 시급도 센 새로운 직장에 멋지게 채용된다. 

"해보면 길은 여기저기 있기 마련이잖아? 당신처럼 '어쩔 수 없잖아'라느니, '세상은 만만하지 않아'라는 소리만 하고 있다간 아무것도 못한다고, 바보 같으니." [p.157]

여자가 변모할 수 있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라는데 설마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것은 아니겠지~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결혼을 하면서 살림과 육아문제로 재능을 펼칠 기회를 못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

눈높이가 바뀌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그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내 에이코의 변화를 이해해주고 인정해주고 응원해줄 수 있는 그런 남편들이 많은 세상이었음 좋겠다 싶은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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