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친구들도 죽었지. 그 친구들은 세상과의 인연이 다한 거야. 하지만 너는 그렇지 않아.

너는 아직 살아 있어. 너한테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는 말이지.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

그리고 어떤 꿈이든 꿀 수 있고 말이야. 네가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면, 세상은 변해. 그게 바로 잠재력이야.

하지만 일단 죽으면 잠재력은 모두 사라져. 끝나는 거지. 그때는 살아서 한 행동의 대가를 치르는 거야. 이름만 남지.

너는 이곳에 묻힐지도 모르고 심지어 이곳에서 걸어 다닐지도 몰라. 하지만 죽으면 잠재력은 더 이상 발휘할 수 없어."

 

스타더스트와 네버웨어 다음으로 세번째로 접하게 되는 닐게이먼의 소설 '그레이브야드 북'

매번 느끼는 거지만 닐 게이먼은 우리가 상상속에서나 만날 법한 공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는것 같다. 

한순간 지상의 틈으로 굴러떨어진 청년의 런던 지하세계 여행을 그린 네버웨어, 일가족을 살해하라는 특명을 받은 암살자를 피해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인 아기가 공동묘지로 흘러들어가 유령들과 생활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책 그레이브야드 북의 배경은 정말 쇼킹할 정도다.

그 어느 누가 공동묘지란 이런 하드보일드한 환경을 배경으로 씩씩하면서도 교훈적인 이렇게 맛깔난 이야기를 적어내려갈 수 있을까 -

 

아장아장 엉금엉금. 암살자 잭의 죽음의 손길을 피해 걸음마를 막 배우기 시작한 아기는 집근처 공동묘지로 향한다. 화목했을 한 가정을 이리도 처참히 무너뜨린 사내는 누구이고, 왜 이런짓을 한 것일까의 의문도 잠시 - 살아서 애를 가져본적이 없었던 오언스 부인은 우연히 아기를 발견하고 암살자의 손에 죽임을 당한 아기엄마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아기를 맡아 키우겠다고 약속한다. 유령들 사이에는 살아있는 아기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지만 결국 오언스 부인이 아기를 맡아 기르기로 하고 사일러스가 아기의 보호자가 되겠다고 자청하고 나서면서 아무도 닮지 않았다는 뜻으로 노바디라 불리우는 아이의 유령들과 함께 신나는 공동묘지 생활이 시작된다. 묘지의 특권을 얻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가서는 안되는 몇가지 길 도 갈 수 있는등의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되는 노바디. 여러 유령들의 도움으로 시체 도굴꾼의 문에 대해서도 배우고,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배우고, 별자리 보는 법,침묵하는 법,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법도 배우게된다. 묘지 너머의 세상이 그립지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생기는 갈등도 노바디가 크면 클수록 커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가 바깥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새로운 친구편의 소녀와의 우정에 관한 피소드들은 굉장히 재밌었는데 그 후 이야기들은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지옥의 사냥개, 마녀의 비석, 죽음의 춤 등등의 이야기를 빠른 스피드로 전개하면서 노바디의 학교생활엔 좀 많은 부분을 할당(똑똑한 그가 이렇게 쉽게 학교를 그만두다니 ㅠ), 클라이막스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 넘 짧고, 후다닥 끝나다보니 노바디가 유령들과 공동묘지 생활을 하게 된 부분의 스토리도 약하게 느껴진다. 노바디가 잭과 그 일당을 만났을때의 이야기(사일러스의 일, 근위병들 이야기 등등)가 비중있게 다뤄졌으면 훨씬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석에 있는 글자을 받아 적으면서 알파벳 공부를 하는 노바디와 친구가 된 스칼릿. 부모님께 그 이야기를 털어놓았을때 그만한 나이엔 가상의 친구와 어울리는 일이 흔하다며 전혀 걱정할 것 없다 말하는 부모님의 태도에선 웃음이 나왔고, 리자의 비석을 만들어주고 싶어 브로치를 팔러 온 노바디의 행동. 유리 문진의 표면에 물감과 붓으로 소녀의 이름의 첫글자를 적고 우리 서로 잊지말아요 라고 적은 노바디의 행동은 감동이었던 것 같다. 정말 소소한 부분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

미리 겁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시인의 조언을 귀담아 들은 노바디의 앞날에 환한 미래가 펼쳐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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