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사랑에는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것도 알겠네요. 다른 사람들, 여러 가지 사건들,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의 역사.
사랑은 씨앗처럼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문제가 아니라 가지가 무성한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거라는 것도요.
이제 그 가지가 점점 넓게 뻗어 나갈 테니 아주 복잡해 지겠죠. 사랑은 언제나 시작은 간단해도 결국 아주 복잡해지더라고요." [p.367]
심난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꺼내 읽기 시작한 '다니엘'.
책을 읽을때만큼은 현실 세계를 조금은 외면할 수 있는지라 그렇게 자꾸만 책속으로 빠져들어갔는데 그 속에서 사랑스러운 다니엘을 만나 얼마나 큰 위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 '다니엘'은 자폐증에 걸린 아들 '다니엘'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소중한 아들을 자폐증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겠다는 엄마의 열정을 그린 자폐아 엄마의 시련극복과 또다른 희망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완벽한 영국신사 스티븐과 결혼한 미국 여성 멜라니와 딸 에밀리, 아들 다니엘이 있는 단란한 가정을 이뤘지만 아들 다니엘이 자폐증 진단을 받으면서 결혼 생활에 금이 가고, 급기야 남편이 옛 애인 '페넬로페' 에게로 돌아가버리는 상황과 마주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멜라니가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이란 병원, 전문의란 전문의는 다 만나면서 듣게 되는 비관적인 말들, 의욕없는 미래들에 비하면 말이다. 그런 그녀가 자칭 '놀이치료사'지만 의학계에서 이단아, 초일류 사기꾼으로 불리는 남자 앤디 오코너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고 그 도움을 통해 아들이 하나둘 바뀌는 모습을 보려고 집안의 가구란 가구, 돈이 되는 모든것들을 팔면서가지 노력하는 장면은 정말 뭉클하더라 ~
비스킷과 우유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장난감 기차 하나만 가지고 노는 다니엘이 한마디, 두마디의 말을 하고,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보여줄때~ 특히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할때는 내가 멜라니가 되어 아들에게 첨 사랑해요라는 말을 들은 엄마가 된 것처럼 감격의 눈물이 흐르더라.
네 자신을 모두 걸지 마. 네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지금 그대로의 네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잊으면 안 돼. [p.256]
책을 읽다보면 병원 의사들, 언어치료사들의 멘트에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를때가 많다 ㅠ
힘들때 실낱같은 희망 하나로 버티고 돈을 모아 병원에 온 사람들에게 가슴아픈 그런 말들을 해야하는건지~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왜 도움이 되지 못하는지, 무엇을 더 낫게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전문가가 무슨 소용이나며 도대체 뭘 위해 공부를 하고 전문가가 되었는지 따지고 싶었다.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쳐다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나쁜 방법일지라도 0.1%의 희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이를 위해 그만한 노력을 하지 않겠냐 싶은 ~
하루가 백년같다고, 그런데 또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금방 가버린다는 그녀의 멘트가 맘에 콕 와닿았다. 요즘 내 생활이 그러하니까.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일어난다. 그 이유를 어떻게 다 알겠는가 . . .
'다니엘'은 영화 <다잉 영> 원작을 쓴 마르티 레임바흐의 자전적 소설로 작가 자신의 아들 니콜라스가 자폐증 진단을 받은 지 5년이 지나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세살이 되도록 한 마디도 못하는 아이를 둔 엄마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써내려갔다고 하는데 실제 그녀는 소설 속 멜라니의 삶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고 ~
그래서인지 울고 웃으면서 나중엔 힘내라는 격려의 마음으로 책 내용에 몰입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자폐아를 데리고 산다는 것, 적어도 내가 경험한 종류의 자폐증은, 평탄한 오솔길을 걷는 것이 아니고 앞이 보이지 않는 정글을 낫으로 헤치며 나아가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풀을 넘고 잘라내고 또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제 다니엘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다니엘이 스스로 낫을 들고, 자기 길을 헤쳐 나가는 상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만약 자폐증이 뭐냐고 다니엘이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가슴을 쭉 펴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자폐증은 일종의 '차이'일 뿐이라고. 그냥 사람들과 약간 다른 너만의 특징이라고. [p.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