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충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알 수 없는 동물이야. 불행을 겪을 때는 무슨 까닭인지 제 행실을 반성할 줄 모르거든.

웬만큼 행복해지면 그제야 자기가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돌아보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가 남한테서 빼앗은 게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하지 못하는 거지." [p.198]

 

슈카와 미나토님의 신간 수은충.

수은충은 마음이 악의로 가득찼을 때 나타나 인간의 영혼을 좀먹는 벌레로 사람의 영혼으로 파고들어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무수한 구멍을 뚫어놓는다고 한다.

마음이 악의로 가득찼을 때, 온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불쾌한 느낌이 들 때, 그때가 수은충이 기어가는 순간이라고 ~

그렇다보니 총 7개의 단편이 이전의 이야기들보다 조금 더 어둡고 음침하게 다가옵니다.

책 소개 글을 통해 수은충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야기의 시작이 아닌 세번째 단편, 잔설의 날을 통해 수은충에 대한 이야기가 튀어나올때는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을 읽기 전에는 고엽의 날, 겨울비의 날, 잔설의 날, 대울타리의 날, 박빙의 날, 미열의 날, 병묘의 날 등 내용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서정적인 제목들이다 싶어 놀랐는데 읽고보니 어찌나 딱이다 싶던지 ~ 그래서 더 무섭게 다가오더라구요.

책 속 커다란 슬픔에 직면했을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는 글귀가 생각납니다. 고엽의 날의 살인, 겨울비의 날의 근친상간, 잔설의 날의 자살, 대울타리의 날의 빗나간 애정, 박빙의 날의 왕따, 미열의 날의 탈선 그리고 병묘의 날의 살의 등등 슈카와 미나토님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많은 걸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엽의 날과 겨울비의 날, 병묘의 날은 (그래서는 안되지만) 왠지 모르게 이해될 것 같은 마음들로 인해 읽고나면 안타까운 기분에 우울해지던데, 잔설의 날은 '공의존'이라고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됨으로써 자신의 존재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을 갖고 논 그 여학생의 행동에 읽고 나서도 화가 나서 참을수가 없더군요.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는 '미열의 날' 이었던 것 같아요. 오싹오싹, 리얼한 표현으로 인해 그로데스크한 느낌 한가득.

 

당신의 마음속에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깊디 깊은 악의가 잠재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 악의가 이길 때, 사람은 사람이 아니게 되겠지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중 일부 내용이 생각나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쌩뚱맞은 이야기 같지만 장미와 방귀의 냄새는 똑같다고 합니다.

이 둘은 인돌과 스카톨이라는 화학물질로 이루어져있는데 이 두가지 물질이 많으면 방귀냄새로, 적으면 장미향이 나는거라고 하네요.

사람사는 세상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본인의 행동에 맡겨야 할 듯 ~

재밌게 읽었지만 씁쓸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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