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이야기가 흘러 넘치는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하지만 난 즐거워. 이야기가 진행 중인, 그런 이 시간이 좋아.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렇죠. 독자는 언제나 탐욕스러우니까요. 늘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죠. 새로운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꿈이랍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책 밖에 지평선이 펼쳐지고, 어디까지고 바람이 불어갈 것 같은 이야기. 눈을 감으면 모자이크 같은 반짝반짝하는 단편들이 잔상처럼 되살아나는 이야기."

 

1년의 시간이 흐른뒤 다시 읽어본 삼월은 붉은 구렁을.

그때는 온다리쿠란 사람에 대해 알기 전인지라 책 속 이야기들이 재밌으면서도 뭔가 난해한게 어찌 해석해야할지 모를 복잡하고 어려운 느낌이 컸었는데 (삼월 시리즈에 해당하는 첫번째 책을 읽는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삼월시리즈는 시간의 흐름이 그대로 느껴지는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은 열매 -황혼녘 백합의 뼈만 빼고 특별히 순서에 상관없이 즐거운 책읽기를 해도 될 것 같아 그렇게 권하고 있다.)지금은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 전작을 다 읽어 나간 터라 묘하게 아는 사람같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 다작을 하시는걸로 유명하지만 이 책만큼 온다리쿠에게 존경심을 갖게 되고 대단하다 말할수 있는 작품은 없을것같다. 책 한권을 다 읽고나서도 한참을 책장을 펄럭이게 만드는 책.

좋은영화는 두세번 반복해서 보기도 하는데 책은 왜 그게 안되는지 ~ 앞부분 조금 읽다 포기해 버리고 마는데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신선한 기분에 사로잡혀 재밌게 읽어내려 갈 수있을 것 같다.

온다리쿠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속 오로지 책을 읽는다는 즐거움만이 남은, 말 그대로 아주아주 즐거운 책읽기였다. 꼭 소장해놔야할 책이 아닐까 싶다.

기다리는 사람들, 이즈모 야상곡,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회전목마등 묵직하게 다가오는 네편의 이야기.

첫번째 책읽기에선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라는 단편이 제일 맘에 들었었는데 이번엔 다 읽은 내용들이라 그런지 네 편 모두 균등한 재미로 다가왔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원하는 만큼 술술술 써내려 갈 것 같은 무한한 상상력의 소유자 온다리쿠를 조금 더 존경하게 됐다는게 새롭다면 새로울 뿐.

그나저나 기다리는 사람들에서 잠깐만요, 독서가 취미인 건 분명합니다만, 기껏해야 추리소설 정도고 순수문학에 대해서는 무지하단 말입니다. 도저히 그런 교양 있는 분과 이야기를 할 만한 수준이 . . . 라며 말끝을 흐리는 고이치의 멘트 ~ 너무나 내 얘기 같잖아 크크크

 

 

독서란 본래 개인적인 행위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가 책을 좀 읽는다고 자만하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것도 터무니없는 환상이에요. 

인간이 한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거든요. 서점에 가면 아주 잘 알 수 있어요. 나는 서점에 갈 때마다 내가 읽지 못한 책이 이렇게나 많다니, 하고 늘 절망합니다.

내가 읽지 못하는, 천문학적인 수효의 책들 중에 내가 모르는 재미가 넘치는 책이 수없이 많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심란할 수가 없어요. [p.58]

 

5월 6일. 북폴리오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야기꾼인 온다리쿠, 그녀 스스로가 “내 소설 세계의 집대성”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의 야심작 '어제의 세계'가 나온단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지 너무너무 기대된다.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국제도서전에서의 만남을 기다려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