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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슴남자를 재밌게 읽고 곧장 읽기 시작한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이었다. 흡입력있는 이야기답데 순식간에 후다닥 ~
예지몽과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 초기작을 번역한 책이라하여 살까말까 고민하다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읽자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는데 생일선물로 사슴남자와 범인 없는 살인자의 밤을 선물받게 되어서 이렇게 빨리 읽을수 있게 되어 어찌나 기분 좋던지 ~
재밌다 재미없다, 소장유무를 떠나 이분의 책은 일단 무조건 읽고싶은 맘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범인 없는 살인자의 밤은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 어둠 속의 두 사람, 춤추는 아이, 끝없는 밤, 하얀 흉기, 굿바이, 코치, 범인 없는 살인자의 밤 등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을 좋아하진 않지만 장편소설을 축소해놓은 듯 한 그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솜씨로 인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는. 다양한 장소,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결국은 모두 살인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아주 작은 고의, 희미한 연정, 무심코 저지러진 일, 잘못된 믿음등 그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계기가 있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우리들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사소하게 빗나간 욕망이 내 친구를, 연인을, 가족을 죽게 만들다니 ~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춤추는 아이]편이 너무도 기억에 남는다.
중학교 2학년 다카시는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영어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수요일의 스케쥴인데 요즘 귀가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학원가는길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S여고가 있는 데 '요조숙녀 학교'로도 유명하다. 수요일 밤 우연찮게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학교 건물로 걸음을 옮겨 확인해 본 결과 체육관에서 들려온 소리였던 것. 한 소녀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손에 기다란 리본을 들고 세차게 공중에 흩날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허공을 날아다니는 모습에 반해 그 후 매일같이 수요일 밤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귀게하게 된 것. 금요일 수학 가정교사에게 그런 사실을 조금씩 털어놓게 되고 그의 조언으로 '늘 리듬체조 연습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팬이'라는 쪽지와 함께 스포츠 음료를 놓고 오게 된 것. 3주나 계속된 행동에 그녀도 신경쓰고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후 그녀는 체육관에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다.
그러한 사정을 전해들은 수학 가정교사 구로다가 그녀의 집을 찾아가게 되는데 생각외로 낡고 초라한 집. 담뱃가게 할머니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석달전에 자살했다고 한다.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북경반점'이라는 중국집에서 일을 시작했고, 매주 수요일 정기 휴일에 학교를 찾아 그녀가 좋아하는 춤을 몰래몰래 췄었는데 그녀를 좋아하는 다카시가 놓고 간 음료수와 쪽지로 인해 그녀의 존재가 밝혀지고 리듬체주부원 중 고약한 아이들이 무릎을 꿇리고 사용한 도구를 다 닦게 하는는 등 혼쭐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춘기 예민한 소녀가 어려운 환경속에서 유일하게 살아가는 낙이었던 시간을 빼앗겼을 뿐 아니라, 적의를 품은 사람들에게 굴욕까지 당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을 듯.
매일 그녀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다카시에게 어떠한 말도 못하는 구로다의 마음까지 ~ 모두모두 너무나 안타까웠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한 사람이 안타깝게 죽었으니 ㅠㅠ 누굴 탓하리오~
초기작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숨 막히는 긴장감과 허를 찌르는 결말이 주는 극적 재미와 묵직하게 여운을 남기는 것에서 결코 초기작 스러운 촌스러운 느낌은 발견 할 수 없어 좋았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