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기다리며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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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A JOURNEY TOWARDS THE GUIDING LIGHT.

(유랑하는 우리를 빛이 늘 인도하리.)

 

츠지 히토나리의 태양을 기다리며는 누구라 찝어 얘기할 수 없는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훼이팡에 대한 사랑, 훼이팡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평생 자유롭지 못한 노장 영화감독 '이노우에 하지메', 총격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진 형 '지로', 란도셀의 행방을 찾는 ''후지사와', 형의 연인인 잠을 잃은 '도코모', 형의 옛 애인을 사랑하는 동생 '시로', 히로시마 운명의 날을 앞둔 미군 포로 '크레이크 부샤르', 국책 영화에 동원된 중국인 소녀 '훼이팡', 수수께끼의 마약 '루즈 마이 메모리'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입을 통해 생생히 그려내는 그들만의 이야기는 조금은 복잡하고,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난해하지만, 초반 그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부분을 조금만 뛰어넘는다면 그들만의 간절한 '소망' 그들이 바라는 작은 소망에 가슴이 저릿해져올 것이다. 깨알같은 글씨로 쓰인 오백여페이지에 벗어나자마자 우리들이 갖고 있는 온갖 고민들이 정말 하찮게 느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루즈 마이 메모리]에서는 『태양을 기다리며』라는 영화 촬영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지로의 세계]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지로의 머릿속 세계를 보여준다. [후지사와의 과거수첩]에서는 후지사와가 그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을 털어놓고, [크레이그 부샤르의 수기]는 미군 파일럿이었던 후지사와의 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엮은 것으로, [훼이팡의 비극]에서는 젊은 시절의 이노우에가 1937년 난징에서 국책 홍보 영화 촬영을 하면서 훼이팡과 사랑에 빠졌다 무너지기까지의 모든 모습을, [빛의 사체]에서는 시로와 도모코가 공유하는, 지로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기억을 보여준다.

 

후지사와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 부분이 제일 이해가 안됐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복잡하게 뒤섞인 큐브가 색깔별로 가지런히 정리될때의 그 짜릿한 기분이 느껴져 이런게 책을 읽을때의 느낌이지 싶어 최고였던 것 같다.

깨달음이란 이상한 것이어서, 깨달으려 마음먹는다고 해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했다. 책속 주인공들이 어느 순간 '문득' 깨달음을 발견하고 그 것을 향해 나아갈때. 크레이그 부샤르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보낸 편지의 글귀가 저절로 떠오르더라.

 

제한된 삶을 제한 없이 살아가려면, 지금을 소중히 하고,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멋진 추억의 거목이 되어 해마다 너의 인생에 아름다운 녹색 잎을 무성하게 피워낼테니.

언젠가 찾아올 죽음 직전에, 너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인생이란 마지막의 마지막, 가혹의 끝에, 고난의 끝에, 환희와 깨달음이 있단다. 그것은 헤쳐나온 자만이 볼 수 있는 빛, 태양이겠지.

. . . 가혹한 운명이라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면 그 끝에 반드시 행복의 빛이 있을 거다.

LIFE IS A JOURNEY TOWARDS THE GUIDING LIGHT.(유랑하는 우리를 빛이 늘 인도하리.)

신을 믿거라. 어떤 신앙이라도 상관없다. 존귀한 자의 존귀한 눈빛을 마음에 새기거라. 그곳에 태양이 있다는 것은, 존귀한 분이 항상 널 지켜보고 계신다는 뜻이다. 빛은 사랑, 너의 행복을 기원하마.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자신의 분신인 그의 아들에게, 츠지 히토나리가 이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 내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들려주고픈 글이 아닐까 싶다.

적당한 무게감 있는 글들이 자꾸만 나를 이 책으로 끌어들이고 밀쳐내기도 한다. 한 두장 읽어 내려가다 책장을 덮고 또 덮으면서도 또 책을 펼치고 펼칠 수 밖에 없었던 일주일이었던 것 같다.

(크레이그 부샤르의 수기 5 -(p.332~333) 페이지의 이야기는 죽음을 생각할때마다 내가 했던 고민들. 그 부분들이 고스란히 활자화되어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 여러모로 참 놀라운 이야기가 한가득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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