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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평점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10여년 전 <우아하게 가난해 지는 방법>을 통해 한국 독자들을 만났고 그 경험을 통해 언론인이 아니라 작가가 된 듯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란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관점으로 정리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유럽 사람인 자신의 유럽중심주의적 입장으로 쓰인 세계사에 대한 사과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편견으로 가득찬 세계사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나 쿨한 서문인가. 이 책은 역사를 공부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책은 ‘여는 글을 대신해/ 단숨에 살펴보는 46억 년의 이야기/ 역사가 결정된 대전환의 순간들/ 아름다운 도시에는 사연이 있다/ 한없이 인간적인 인간들의 역사/ 역사를 바꾼 거대한 생각들/ 예술로 보는 인간의 시대/ 아담에서 애플까지 역사를 바꾼 발명/ 역사 속의 악당들과 보통사람들/ 인류 역사를 바꾼 말들/ 모든 역사에는 끝이 있다/ 닫는 글을 대신해’의 순서로 역사적 사건, 인물, 문화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갔던 주제는 도시와 예술이었다.
“내가 살게 될 도시에 바라는 것은 아스팔트 포장, 물청소된 거리, 집 출입문 열쇠, 난방, 온수, 소음이다. 그럼 나는 혼자서도 편하다.(카를 크라우스)”
먼저 도시의 역사를 살펴보자 메소포타미아 아카드 지방에는 이미 8,000년 전 최초의 도시들이 건립되었고 6,000년 전에는 최초의 국제도시 바빌론이 건설되었다. 이렇게 발달한 도시 바빌론 그런데 우리는 그 시절 세계중심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아테네를 더 잘 알고 살아간다. 왜 그럴까? 저자는 그 이유를 아테네는 로마로 또 근대 이후 세계를 지배한 유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유럽의 정신이 곧 아테네의 정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야스퍼스가 말한 기원전 800년부터 200년 사이의 ‘축의시대’에 아테네에서 과학, 철학, 의학, 예술이 탄생하고 그것이 유럽의 기원이 되었다. 경쟁을 좋아하고(연극, 토론, 놀이) 경쟁이 아니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 그리스인의 문화, 현대 문화의 욕망은 우리 몸속에 박힌 그리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태도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 도시를 유럽 사람들이 선택했던 것이 지금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리스, 로마 이야기를 알게 한 이유였다. 역시 역사는 승자(권력)의 기록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에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다(파울 클래)”
저자는 인간이 특별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다면 예술을 살펴보면 된다는 이야기와 예술사를 살펴보기 위해 가장 초감각적 성격을 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아쉬움을 먼저 이야기 한다. 유럽의 회화는 종교적 주제를 가지고 시작되었지만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에 의해 현대미술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이야기. 저자가 이야기한 예술사의 흐름은 거의 알고 있는 이야기라서 책을 읽으며 정리해보는 느낌이었다. 단, 이 책이 텍스트만으로 예술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새로웠던 이야기는 르네상스의 거장들은 슈퍼스타로 승격되어 그들의 이름하에 작업하는 예술가들을 관리 감독하고 홍보직원을 고용하기도 하는 지금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작의 제작자이자 감독에 가까웠다는 저자의 설명이었다. 작업실에서 작업에 몰두하는 고독한 예술가? 절대 아니올시다.
각 장은 검은색 바탕에 주제를 생각하게 하는 문구와 역사 이야기, 주제별 Top10 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문구를 읽으며 오는 울림을 역사 이야기에서 생각해보고 주제별 Top10에서 미소 짓게 한다. 하나하나를 이해하기에는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저자의 위트넘치는 글에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닫는 글을 대신해'에 시간여행은 가능하다에서 인용된 “그것이 가능하다면 미래에서 온 관광객들로 벌써 우리 주위가 북적댔을 것이다”라는 스티븐 호킹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읽는 이 순간에 체험하고 있는 시간여행에 감사하다. 이제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을 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