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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인 -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
허태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어쩌다 한국인? 사실 태어나는 국적에 대한 선택권이 없으니 그렇지 하다가 ‘어쩌다 한국인이 이런 심리를 가졌을까’ 정도의 물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허태균 교수는 한국인의 심리를 주체성, 가족확장성, 관계주의, 심정중심주의, 복합유연성, 불확실성회피로 크게 묶고 각각에 영향을 끼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주체성‘부분을 읽으며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의 심리적 특성을 가졌구나 하며 끄덕였던 것 같다. 한국 사람에게 “그냥 정해진 대로 하세요”라는 말은 시비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세부적인 매뉴얼이 천대받는 것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 회사에서 가장 나쁜 윗사람으로 이야기하는 멍부. 이 우스개 소리를 한국인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는 이유가 재미있다.
‘가족확장성’, ‘관계주의’
사실 이 부분이 다른 나라 사람과 다른 한국인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이라는 생각이 든다. 광고 카피관련 책에 카피는 언제나 사람을 향해야하고 그 때 가장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예시가 되었던 카피 ‘또 하나의 가족’.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카피는 집에 있는 가전제품을, 또 그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정체성을 가족으로 정의하며 소중한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 광고는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켰다고 한다. 가족이니까.
모든 조직에 붙는 ‘가족 같은 OO’이라는 표현, 한국 사람들이 즐겨쓰는 심리가 있었다.
‘심정중심주의’, ‘복합유연성’, ‘불확실성회피’
이 부분은 조금 씁쓸하게 걱정스럽게 읽었던 부분이다. 체면, 배려, 눈치. 사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들 아닌가? 그런데 그게 없으면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심리. 수능의 예를 들었지만 모든 결과가 능력이 아닌 노력 때문이라고 귀결되는 잔인함. 빠른 경제성장으로 속도와 양, 과거는 나쁜 것, 새것은 좋은 것에 집착하는 가치인식. 보이지 않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생각들. 그리고 그 안에 금기시되어온 왜?
책을 끝까지 읽고 저자의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이라는 부제에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저자의 말대로 지금 대한민국은 사춘기이다. 그렇기에 사춘기의 모습처럼 저자가 이야기한 한국사회 특성들과 당연시 하는 문화에 비판적 인식을 가질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시기를 잘 넘기며 정신적으로 성숙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은 청년기 아닌가?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기 심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