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시처럼 온다 - 사랑을 잊은 그대에게 보내는 시와 그림과 사진들
신현림 엮음 / 북클라우드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외로울 때는 사랑시를 읽는다는 작가는 먹고살기 바빠 잊었던 사랑이 어떻게 하면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더 잘 사랑하고 평생 사랑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도대체 작가에게 사랑이 뭐길래 사랑을 이렇게 원하는 것일까
책 속에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살면서 힘들 때, 외로울 때 위로가 되는 것이 사랑? 그래서 사랑하며 힘들거나 외롭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
솔직히 프롤로그를 읽으며 작가의 의도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메마른 탓이라 생각하며 시를 읽기 시작했다.

책은 1 그래도 사랑하고 싶다. 2 사랑을 준비하는 시간, 3 완벽하지 않은 내가 너를 만나서, 4 괜찮은 연인이 되어, 5 사랑하는 이를 더 사랑하려고, 6 모든 날들의 사랑으로 6개의 챕터로 각 챕터마다 시 12편과 그림(사진)을 묶었고 그 뒤에 에필로그와 책에 실린 시인/화가/사진작가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구성되어있다.

작가는 책에 새로 발굴한 명화, 세계 사진사에 자취를 남긴 초기 사진가와 한국 대표 사진가의 사진과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 시인과 한국 대표 시인들이 아끼는 사랑시를 3년간 틈틈이 모아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작품의 유명세 때문에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림과 시, 각각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읽는 동안 맘에 들어온 시를 적어본다.

구본창 작가의 백자시리즈와 함께 소개된 김사인 작가의 ‘보살’.
그냥 그 곁에만 있으믄 배도 안 고프고/... /이렇게 곁에서 한세월 지났으면 혀라우.
- 시골 아낙네의 사랑고백같은 시.

나오미 롱 매젯 ‘꽃 가꾸는 여인’
스스로 햇빛을 찾도록 그냥 두세요./ 너무 세심하게 챙겨주고/ 너무 정성으로 보살피면 오히려 잘 자라지 못해요/우리는 사랑하는 것들을 그냥 놓아둘 줄 아는 법을 배워야 해요
-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들려주고 싶은 시.

이병률 ‘장도 열차’
사랑하는 사람이 기차역 플랫폼에 나오지 않아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 열차가 멈춘 15분간 얼마나 찾았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기다림이 아픈 시.

고은 ‘순간의 꽃’
실컷/ 태양을 쳐다보다가 소경이 되어버리고 싶은 때가 왜 없겠는가/ 그대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였다/ 이웃을 사랑한다며/ 세상을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고 말았다//시궁창 미나리밭 밭머리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며 나를 사랑하는 나를 발견한 날. 마음이 시끄러운 날 읽는 시.

이정록 ‘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아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 첫눈에 반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사랑이 깊어지는 사람이 있다. 윙크 한번에 한달이 걸리는 나처럼. 조금만 기다려달라 얘기하는 시.

박연준 ‘꽃집’
빛이 빛에게/ 수분이 수분에게/ 가시가 가시에게/ 흙이 흙에게/ 조그마한 삽이 조그마한 삽에게/ 기대어 잔다 ... 깰까 말까, 따뜻하게 고민하는/길모퉁이 꽃집
-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어 자는 따뜻한 집이 그려지는 시.

60편 모두 아름다운 시지만 읽으며 웃거나, 곱씹어보거나, 다시 한번 읽게 되는 작품은 주로 한국 작가의 시였다. 역시 시는 그 나라의 언어로 읽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에게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도 상관없다. 시와 그림과 사진을 읽으며 사랑을 찾아보고 느껴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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