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경석씨는 대학 때 산악회에 들었다가 산의 매력에 빠져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길 위의 인문학 이야기를 쓰고 있는 작가라 소개되어 있다. 산악회, 인문학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다. 작가의 라틴아메리카 투어는 페루의 리마로 시작해서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여행하는 코스이다.첫 장은 스페인의 피사로와 칭기즈칸을 비교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피사로와 칭기즈칸은 둘 다 추종자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팔았고 둘다 정복전쟁으로 사람을 많이 죽이고 구제국을 멸망시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둘의 평가는 동서의 문명을 연결한 위인과 탐욕스런 정복자로 상이하다. 작가는 그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아마 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는 나름의 결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역사는 지배자의 역사니까. 그런데 또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피사로는 남미의 금과 옥수수, 감자로 유럽을 배불리했지만 남미는 유럽과의 연결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피사로에게 수탈과 정복자의 평가가 남아있는 이유라고 생각해본다. 상호에게 발전적인 영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이유.나스카라인, 마추픽추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문화적 배경설이 소개되고 그 다음 아틀란티스는 볼리비아이고 수도는 티와나루라는 볼리비아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데스에 피어난 잉카의 문명은 아틀란티스 침몰 때 고산지대로 옮겨왔던 사람들이 그 때를 기억하고 산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 그 곳에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남미의 문명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대단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다음으로 너무나 유명한 티티카카를 소개한다. 단순히 바다같은 호수로, 풍광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공동소유와 공동분배, ‘잉카 방식 그대로’ 살아가는 그들의 문화 이야기가 함께 있어 새로웠다. 아르헨티나 이야기를 열었던 에비타:에바 페론의 이야기와 라틴아메리카 합중국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유럽의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남녀 비율이 200대 1이 되었던 항구도시에서 수컷들이 짧은 시간에 여자 몸을 최대한 많이 더듬으려는 춤이 탱고의 동작이라는 이야기와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혹독한 고통을 잊기위해 가락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율동이었다는 삼바 등 춤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정리해보자면 작가는 남미의 주요 여행지를 방문하고 소개했다. (남미 여행은 거의 이 코스라고 한다) 그렇지만 여행 팁이나 관광지의 풍광이 아닌 역사를 근간으로 방문객이 느낀 문화를 기술하고 자신의 생각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남미의 역사이야기였다는 생각이다. 인문탐사라는 소개보다 채경석의 남미서사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