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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평점 :
성실한 천재 베르나르 베르베르,
삶과 글쓰기의 모든 비밀을 담아낸
첫 자전적 에세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좋아한다. 특히 《개미》와 《제3인류》를 좋아한다. 과학기자였다는 그의 이력이 있긴 하지만 과학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불어넣는 그의 이야기는 그저 놀랍다. 그런 그의 글쓰기 비밀을 담은 책이라니 이 책은 꼭 읽어야 했다.
책은 “인생은 뽑아놓은 타로카드와 닮았다”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타로카드로 단락의 주제를 묶어 베르베르의 어린시절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어렸을 때 암기에 젬병인 그는 학교에서 관심학생이었다. 그는 어린시절을 회상하면 <나를 드러내지 말고 남들과 똑같아지라>고 요구하던 사람들과 갈등하고 충돌했던 기억 뿐이라고 했다. 틀에 맞춰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 교육의 모습이다. 얼마나 많은 베르베르들이 상처받고 있을지 씁쓸해진다.
베르베르씨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기록해 자신의 소설에 담아간다. 그 시작은 열 한살에 만난 미셸 비달. 비달은 전자장치 조립과 발사나무 모형 비행기 제작법,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 이야기는 기억 등 여러 소설에서 소재로 쓰였다. 열세 살, 과학계열 고등학교로의 진학 실패와 강직 척수염의 재발로 좌절했지만 요가 영재(?) 자크 파도비니의 도움으로 영성에 눈 떴고 그와 함께한 유체이탈 등의 경험은 티나토노트의 바탕이 되었다. 대학교에서는 또 한명의 미셸 비달, 프랑시스 프리드만의 권유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세계를 경험했고 그 경험은 글쓰기에도 영향을 미처 개미의 새로운 버전에 괄호 여닫기 개념을 도입했다. 또, 그를 통해 세번 째 글쓰기 스승 필립 K. 딕을 알게 되었다. 딕은 독자의 마음에 들게 써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독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기 위해 써야한다는 확신을 품게 해주었다. 베르베르씨의 전생 이야기와 수호천사 '바르나베'를 인식시켜준 영매 모니크 파랑 그리고 그의 부모님과 3명의 연인들 등.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하며 그들과 함께 경험하고 알게된 이야기들을 기억하기 위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쓴다. 예순 살 마지막 장에서 존재하는 한 계속 쓰겠다고 다짐하는 베르베르씨. 베르베르씨는 자신의 삶 전체를 소설에 담아 우리와 만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작가의 삶과 작품은 하나다.
베르베르씨는 자신의 글쓰기에서는 노란 테니스공 하나를 이야기 속에 넣는 것, 그것이 단 하나의 비결이라고 했다.
또 베르베르씨는 자신의 30년, 30권의 작품 속에 하나의 <융단 속의 무늬>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힌트를 줬다. 병정개미 103683의 숫자, 파피용호에 탑승한 승객의 수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성(姓)이라는데... 음... 다시 《개미》, 《파피용》을 훑어야 하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할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의 소설이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