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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빅 투 스몰 From Big To Small - 빅브랜드를 이기는 스몰브랜드와 공간디자인의 힘
손창현 지음 / 넥서스BIZ / 2020년 8월
평점 :
빅브랜드를 이기는 스몰브랜드와 공간 디자인의 힘
아크앤북, 성수연방, 띵굴, 마켓로거스… 공간을 프로듀싱하는 공간 크리에이터 손창현 대표
브랜드 공간을 기획해본 경험이 있다. 광고주들은 원하는 것이 많고 우리는 얘기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공간은 좁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기획은 언제나 처음에는 무엇을 넣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마지막에는 무엇을 뺄 것인가에 협상으로 끝이 났다. 경험이 이렇다 보니 멋진 브랜드 공간에 가면 무엇을 남겼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그런데 공간 플랫폼이라고 한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 손창현 대표, 그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샌프란시스코 페리터미널 마켓에서 보냈던 여유로운 시간이 좋았고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공간만들기에 매력을 느껴 건축 설계가 아닌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지금은 버려진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기업, OTD를 창업해서 운영 중이다. OTD는 요즘 잘나가는 핫한 공간들 아크앤북, 성수연방, 띵굴 등을 프로듀싱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3개 디자인 어워즈에서 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공간 플랫폼 기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소비자가 가진 욕망에 오프라인 공간이 지닌 가치, 그리고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시장이 엄청나게 위축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도 듣다 보니 지금 나도 무엇인가 온라인 관계된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느끼고 있다. 그래서인지 <PART2 디지털 밖으로, 오프라인만의 가치를 담은 '공간 플랫폼'>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밀레니얼로부터 한국 소비시장의 변화와 오프라인 매장의 내일을 예측하며 오프라인만의 가치를 살리는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의 공간이 하나의 기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n 가지 기능으로 가치를 더하는 것, 공간이 플랫폼으로써 브랜드와 사람을 만나게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OTD는 공간 플랫폼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업그레이드만 하고 그 공간에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브랜드가 모여 거래를 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렇게 자발적인 작은 생산자들을 묶어서 관리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매력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개념은 지금까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봤던 바로 그것이다. 포털 등 온라인 기업은 서비스 컨셉에 따라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고 운영하고 업그레이드만 담당하고 그 가상의 공간 안에서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나 거래를 하는 그 형태인 것이다. 아... 공간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이해되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공간이 n 가지 기능을 가지게 되면서 독자적인 콘텐츠를 공간에 채우고 트렌드에 따라 변화를 주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트렌디한 브랜드를 채움으로써 자연스럽게 트렌드를 입히고 상생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라는 이야기.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은 아직도 많이 있다는 그의 말이 왠지 멋지기까지 하다.
코로나19로 집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공간을 방문하는 즐거움이 사라진 요즘, 공간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더 크게 느낀다. 다시 공간을 탐험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사람이 중심인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