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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이동진 지음 / 트래블코드 / 2020년 7월
평점 :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건 우연이 끼어든 순간이다.
느닷없이 끼어든 우연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방법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하다.
『퇴사 준비생의 런던』으로 만났던 이동진 대표의 또 다른 책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표지그림, 느낌표 모양의 비행기 그림자에 빙긋 웃으며 책을 펼쳤다. 이런, 저자 서명이 담긴 책이다. (인증 ^^)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를 외치는 저자가 도쿄, 타이베이, 런던, 발리,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에서 발견한 33가지... 어떤 우연이 있었을까 궁금하다. 저자는 자신의 여행, 취재 출장에서 만난 생각들을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처음에 나오는 도쿄. 신랑과 툭 하면 떠났던 도시이지만 지금은 마음 속에서 금지된 여행지라 그런지 왠지 아련하게 느껴졌다. 건물의 장례식에서 탄생한 하기소의 센스있는 표현방식, 핵심을 꿰뚫는 감성으로 오프라인 쇼핑 매장의 미래를 실현했다는 긴자 식스. 언제 볼 수 있으려나... 글쎄 그들이 정신차리면 가볼 수 있겠지.
영국의 브랜드 노모도 기억해두고, 타이완의 성품 서점도 기억해둔다. 개인적으로 책에 관심이 많은데 여행다니며 서점 방문을 빼놓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다음 여행부터는 꼭 챙겨서 방문해야지.
아무래도 가장 공감가던 이야기는 '여행이 말을 걸어올 때'였다. 발리에서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고민하던 저자에게 "The enemy of creativity is a self doubt"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뭔가 머릿속에 시원한 바람 같았을까? 뜨끔했겠지? 여행을 다니다보면 저자처럼 거리에서 문득 읽은 글이, 시야에 잡힌 풍경이 내 마음을 읽고 위로하는듯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도 그것이 여행의 매력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스페인과 태국에서 문맹의 여행은 지루하다는 것을 느꼈었는데 아마도 여행이 말을 걸지 않아서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소개했던 ‘In n Out 버거’, 금문교, 샌프란시스코 공항 등 나도 지나쳤던 공간들이었는데 그 안에서 저자는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 나의 여행 방식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다. 이제부터라도 여행지에서의 생각을 메모해봐야겠다.
저자는 여행이란 일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라 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생각하는 즐거움. 그래, 나도 “여행하는 눈을 갖게 되는 일상"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