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즐기기 -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닐 포스트먼 지음, 홍윤선 옮김 / 굿인포메이션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를 좇아 삶과 정신을 탕진하는 시대에 날리는 경고!

“죽도록 즐겼니? 네 안에 남는 것은?”

10년쯤 전에 마샬 멕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를 읽었다. 매체 비평서를 읽으며 미디어가 해야하는 역할을 찾고 싶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솔직히 마샬 멕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는 내가 이해하기에 어려웠다. 물론 어렴풋이 동의는 했지만. 그런데 닐 포스트먼의 설명을 읽으니 내가 무엇을 어려워했는지 알 것 같다. 닐 포스트먼에 따르면 메시지는 세상에 대한 한정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뜻하는데 반해 매체는 의사전달이 가능한 상징을 포함해서 제한적이고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오히려 매체는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특정하게 정의하도록 강력한 암시를 투사하는 메타포와 같다는 것이다. 아하 그래. 매체는 메시지라기 보다 메타포라는 그의 말에 마샬 멕루한의 이야기 또한 보다 명확히 이해가 되었다.

닐 포스트먼은 책에서 매체가 어떻게 인식론에 결부되는지 이야기하며 텔레비전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쇼비즈니가 되었으며 재미를 추종하게 되었다고 한다. 텔레비전으로 인해 모든 경험적 표현이 자연스럽게 오락적 형태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텔레비전이 오락물을 전달한다는 점이 아니라 모든 전달되는 내용이 오락적 형태를 띤다는 것으로 텔레비전의 세계에서 오락은 모든 담론을 압도하는 지배이념과 같아 무엇을 묘사하든, 어떤 관점에서 전달하든, 가장 중요한 전제는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요즘 우리가 아니 내가 느끼는 것과 같다. 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재미. 재미는 없지만 생각하고 논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은데도 사람들은 재미만을 추종한다. 재미가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 영향이 텔레비전의 메타포 때문이었다니.

책의 내용 중 루이스 멈포드의 시계의 철학, 메타포로써의 시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멈포드는 '시계는 분과 초라는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기계정치와 같다'고 단정짓고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기계장치, 시계를 통해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시간 기록자'에서 '시간 절약자'로 그리고 '시간의 노예'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한 번도 시간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본적이 없어서일까 철학자들의 생각과 논리에 다시 한번 놀랐다.

《죽도록 즐기기》 제목과 달리 다분히 인쇄 매체에 걸맞는 학문적인 느낌이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생각할 것들이 많은 책이다. 저자가 1985년이 아닌 2020년을 살고 있다면 어떤 얘기를 했을까.

다음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