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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나는 산책길
공서연.한민숙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0년 3월
평점 :
걸을수록 마음이 채워지는 역사 산책
도시를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서울을 좋아한다.
걸을 곳이 많은 서울. 서울 거리에 담긴 역사를 알면 산책이 조금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이 책에 눈이 갔다.
서울에 사는 30대 이상 사람들이면 누구나 추억이 있을 법한 서울역 이야기. 나도 어렸을 때 언니와 시골 가는 기차를 탔던 기억이 있다. 통일호였던가. 서울역 중앙 광장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아 있다가 열차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내려가던 기억,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에서 기차표에 구멍을 뚫어주던 역무원도 기억난다. 일본 여행갔을 때 서울역과 도쿄역이 너무 비슷해서 놀라기도 했었던 서울역의 현재가 나의 기억과 맞물리는 것이 왠지 신기하다.
어릴적 기억과 함께 하는 또 하나의 건물, 서울시립미술과 남서울 미술관. 남현동은 어렸을적 살던 동네이다. 워낙 오래 살아서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이다보니 이 이야기가 반갑게 느껴졌다. 남서울 미술관이 조성된 구 벨기에 대사관이 건물을 통째로 두 번이나 이전해서 지금 위치가 되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어릴적 항상 궁금했던 건물 내부도 볼 수 있다니 전시관람도 할 겸 꼭 한번 가봐야겠다.
왕의 길에서는 정조 대왕 능행차길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정조시대에 최대 규모로 2,000명의 행차였다니 절대 왕권을 상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행렬이었을듯 하다. 요즘은 매년 10월 창덕궁에서 융건릉까지 능행차 재현 행사가 개최되고 시민 참여단을 모집하기도 하던데 이제 그 길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으니 만약 참여한다면 보이는 것, 느끼는 것이 다를듯 하다. 정조가 사랑한 창덕궁 후원도 가볼 곳으로 메모해뒀다.
그 외에도 한옥 거리로 유명세를 타고있는 익선동은 일제 시대에 정세권 등 건축업자들의 노력에 의해 조성된 한국사람들의 주거지이고 서민을 위한 보급형 한옥이기 때문에 부자들이 살던 북촌과는 다르다는 이야기, 인쇄, 조명, 타일, 골뱅이 등으로 유명한 을지로가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과 잡지의 본산이라는 이야기 등 너무 친숙한 거리들의 숨은 이야기가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역사라는 단어가 붙으면 좀 어렵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역사를 만나는 산책길>보다 조금 말랑하게 <이야기가 담긴 서울길> 정도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찌되었건 책 덕분에 서울에 걷고 싶은 거리, 눈도장 찍고 싶은 건물이 많아졌다. '정도대왕 능행차', '을지유람' 등도 참여하려면 주말에 좀 바빠질듯. ^^
책이 연재되었다는 교보문고 인문학 페이지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도 즐겨찾기 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