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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세계 각국 지폐의 탄생 비화와 42개국 지폐도감
지은이 셰저칭은 어렸을 때 소유하게 되었던 체코슬로바키아 지폐를 통해 외국을 동경했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세계 각국의 지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관심은 지폐 인쇄 방식을 공부하고 지폐 디자이너를 만나고 디자인에 얽힌 사연을 탐구하게 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다른 직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취미로 책까지 낼 수 있는 양의 자료 조사와 연구를 했다니 놀랍기도 부럽기도 한 마음이다.
책은 42개국의 지폐에 관련된 이야기를 24개로 묶어 소개하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부터 앙골라, 모잠비크 등 까지 다양하다.
사실 이제 유럽은 유로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 같은 여행자는 각국의 지폐를 볼 일이 별로 없다. 체코를 방문했지만 프라하성과 카렐교를 봤을 뿐 저자에게 꿈을 주었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코루나 지폐를 볼 수는 없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래도 왠지 스페인, 독일 등 방문했던 나라의 지폐 이야기가 눈에 띈다. 혹시 내가 알고 있는 풍경이 지폐에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랄까?
읽어보니 스페인의 지폐에는 풍광이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는 고야의 작품이 들어있다고 한다. 자국의 예술작품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의 문화가 멋지다. 이렇게 자국 작가의 작품을 지폐에 넣는 나라로 프랑스는 당연히 그렇겠지 했는데 일본도 행간이 돋보이는 전통 서예 작품과 에마키를 담았다는 이야기는 조금 놀라웠다. 우리나라 지폐에 그림이나 서예 등이 있던가?
또 작년에 다녀온 태국. 국왕의 대형 사진이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이 신기했는데 지폐까지 아주 도배를 했다. 정말 왕을 존경하나보다 했더니 그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왕실 모욕법’을 제정하고 국왕을 숭배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한다. ‘미소의 나라’ 배후에는 아직도 절대왕정의 통치가 살아있다는 저자의 표현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소유하고 싶은 네덜란드 길더. 특히 옥세나아르가 디자인 한 1977-1985년에 발행된 길더이다. 그 전에 담겼다는 여러가지의 의미가 담긴 도안도 멋지지만 이무리 그래도 해바라기와 도요새, 등대를 담은 지폐는 작품이다 싶다.
“제가 수집하는 것은 지폐가 아니라 꿈입니다”
책을 읽고보니 저자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