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도리, 인간됨을 묻다
한정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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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울 恥 : 마음에 정녕 부끄러운 일이 없다면 얼굴에도 부끄러운 기색이 드러나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한자를 잘 모른다.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한자를 없애야, 아니 사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활발하고 강했다. 그래서 신문의 한자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렇다보니 학교에서는 한자 교육의 비중을 상당히 줄였었다. 그런데 그 시절의 학생이 부모가 되었을 요즘은 갑자기 한자 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랜시간 사용했던 한자 단어의 뜻과 용도를 이해해야 국어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요즘 교육계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배척이 아니라 알아야 남용하지 않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한자를 잘 모르는 내가 아쉽다.

이런 한자에 대한 아쉬움으로 관심이 생긴 책. 책은 4부로 구성 되어있다. 1부 수치심을 모르는 교만한 사람들에 대하여, 2부 배려심 없는 이기적인 사람들에 대하여, 3부 고단한 삶 앞에 흔들리는 나 자신에 대하여, 4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한자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한자들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글자들을 소개한다.

부끄러울 恥
‘부끄러운 마음이 없는 자를 어찌 사람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부끄러운 일이 있을 때 귀가 붉어지는 것에서 만들어 졌다는 글자. 의미를 기억하면 한자도 저절로 외워질듯 하다. 또, 글자와 함께 자신의 잘못과 허물을 고치는 방법으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 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저자의 말을 새겨본다.

용서할 恕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라’
용서할 서는 같을 여, 마음 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 처지, 상황, 태도와 같이 되어 보는 마음이 용서라는 의미라 한다. 그래 용서하다 라는 의미는 내가 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의미겠지. 그 사람이 되어봐야 용서할 수 있다는 한자의 구성이 절묘하게 느껴진다.

의심할 疑
‘내 발밑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칼인가, 화살인가, 의심하는 마음인가’
사람이 자신의 발 아래 있는 것이 비수인지, 화살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한다는 글자. 의심을 이렇게 잘 표현 한 말이 있을까? 뒤에 이어지는 의심의 함정에 대한 이야기도 의미있는데 한번 의심하면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저자의 염려가 이해된다.

얼굴 容
‘말로는 속이기 쉬워도 얼굴까지 속이기는 어렵다.’
집면과 골자기를 합한 것이 어떻게 얼굴이 되는지? 그런데 설명을 들으니 그럴듯 하다. 집과 공짜기에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듯이 얼굴에는 많은 표정을 담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리고 얼굴가짐을 중요하게 이야기 한 ‘구용’이 소개되는데 이것은 어린아이 교육용이 아닌 사람사이 예절 같이 느껴진다.

뇌룡재에서 한자를 가르치며 공부하는 저자. 저자는 일상생활의 감정은 물론 사회문제에 대해 한자를 통해 사고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보니 저자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 된다. 한자의 구성과 뜻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상황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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