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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읽는 것만으로 군침이 도는 위험한 책
‘음식은 입으로 먹고 배로 판단해라. 머리로 먹는 게 아니라네.’
얼마전 회사 동료들과 식사에서는 맛집, 음식관련 프로그램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TV를 자주 보지 않는 나로서는 이영자씨의 ‘밥블레스유’를 전혀 모르지만 그 자리에 나를 제외한 3인은 한참 웃고 떠들었다. 그러다가 이어진 『고독한 미식가』. 그녀들은 드라마에 소개되는 음식이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요리라서 좋다고, 드라마 끝나고 원작자가 음식 먹는 모습이 정말 군침돌게 한다고 등등 서로 공감하는 모습이다.
도대체 어떤 드라마일까? 혼자 맛집을 찾아다닌다고? 일드스럽군 하며 살짝 궁금해지던차에 발견한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가 쓴 식욕자극 에세이.
저자는 식탐이 많은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한 마음을 그저 조금 더 강렬하게 느끼는 사람일뿐이니 식탐을 부끄러워 말라며 책을 열고 있다. 회사 동료들의 말대로 메뉴는 아주 일상적이다. 고기구이부터 소면까지 26가지 음식. 저자가 사랑하는 26가지 음식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사실 저자는 먹는 것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글쎄 저자의 이야기 중 Best 5를 소개하자면(물론 내 기준으로)
라면. 나도 라면은 그냥 맛있다. 저자의 말대로 금방 나온 라면을 후루룩 소리내며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또 라면은 비싸지 않아야 더 맛있다. 비싼 라면은 이상하다. 속는 느낌이랑까 하여간 그렇다. 싸지만 건강에 좋지 않아 금지된 인스턴트 음식, 그 라면이 맛있다.
다음은 먹으면 먹을 수록 맛있어지는 회.
한국 방식으로 회를 맛본 저자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상추, 깻잎, 회, 마늘, 생고추, 고추장을 한번에. 음식을 음미하며 먹는 저자도 자신이 뭘 먹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채로 삼킨다 그런데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왼손에 상추를 펼치고 있단다. 회쌈(?)이 맛있음을 이렇게 생생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식감을 열심히 설명하는 것 보다 훨씬 느낌이 팍팍 온다.
단팥빵. 저자는 출근길 우유와 단팥빵의 찰떡 궁합을 예찬한다. 단팥빵을 옛 정취가 담긴 소박한 맛으로, 그리고 단팥빵의 단맛을 잡아주는 음료로 우유의 특별함을 이야기 한다. 어렸을 적 단팥빵과 우유에 대한 추억이 있어서인지 어떤 느낌인지 이해 쏙쏙이다. 재미있는 것은 병 우유와 팩 우유를 비교한 이야기인데 팩 우유는 빨대로 마시면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게 되어 칙칙해지는 반면 병 우유는 마실 때 등을 곧게 펴고 시선이 하늘을 향해 느긋하고 시원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팩 우유가 저랬구나.
젓갈. 뜨끈뜨끈한 흰밥엔 젓갈. 아마도 한국사림들은 대부분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그런데 밥도둑 젓갈을 이야기하며 젓갈은 먹는 매너가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저자. 뭉텅 집어가는 매너없는 사람과 식사를 하면 분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젓갈은 개개인마다 정확히 나누어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해결책이 나름 일리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젓갈에 집중하진 않지만 누군가 다 먹은 젓갈 그릇을 보며 아쉬워했던 경험이 작가의 아쉬움을 전해준다.
카레라이스. 저자는 카레를 만들면 식탁에서 한접시, 주방에 서서 한접시, 이렇게 꼭 두접시를 먹는다고 한다. 또 집에서 먹는 카레의 좋은 점으로 식은 카레를 먹을 수 있다는 것, 서서도 먹고 먹고 바로 누워도 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몇 그릇이고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공감 100%이다.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 놓으신 카레, 그 식은 카레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문화권이 같아서일까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음식들. 그런 일상적인 음식의 추억과 맛을 떠올리게 하는 책. 저자의 책은 식욕자극 에세이가 맞다. 주로 출퇴근 길에 책을 보는 나로서는 정말 고통스럽고 위험한 책이었다.
어쨌든 다 읽고보니 드는 생각. 맛있게 먹으면 모든 음식이 보약이라고 하지 않나 일단 회부터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