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는 왜 땅만 보고 걸었을까?햄릿은 위대한 복수를 감행한 왕자일까 그냥 피해망상 환자일까?소설 속 인물의 성격을 심리분석 한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물론 소설을 읽다보면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배경이 되는 사건을 이해하게 되지만 주인공의 심리를 <정신분석 이론>에 의거하여 분석해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일듯 하다.책은 19명의 심리를 자기애성,편집성, 히스테리적 성격/ 분열성, 해리성, 강박성 성격/ 우울성, 피학성 성격/ 반사회성 성격으로 분석하고 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분열성 성격이라고 한다. 분열성 성격인 사람은 외부 세계의 규칙이나 질서에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규칙과 질서로 지배되는 자기만의 공간에 머무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싱클레어는 '데미안'이라는 마음 속 친구를 만들어 대화하고 위로를 얻는 것이다. 또 분열성 성격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심이 없다보니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고 감정 표현이 미숙하다고 한다. 왠지 분열성 성격의 특징이 싱클레어에게 딱딱들어 맞는 것이 헤르만 헤세가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고 싱클레어의 성격이나 행동방식을 기획한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좀머 씨 이야기'와 '오베라는 남자'의 강박성 장애와 강박성 성격. 강박장애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어떤 행위를 반복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좀머씨의 걷는 생동이 그것이라고 한다.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걷는 행동을 반복했지만 피하지 못한 좀머씨. 그에 반해 오베는 강박성 성격으로 강박성 장애보다는 조금 덜 심한 증상을 보인다. 강박성 성격은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하여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도덕적 가치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질서나 순서, 규칙을 중요시 한다. 강박성 성격의 주된 방어기제가 '치환'이라고 하는데 오베가 정부 시책에 민원을 제기하고 투쟁하는 것으로 분노를 해소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모모와 제제가 보이는 우울성 성격과 피학성 성격.소아는 자신의 우울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유없이 과격한 행동이나 부정적인 언어를 쓰고 그에 따라 혼이 나고 잦은 눈물을 보인다고 한다. 또 아이들은 우울에 대한 방어기제로 상상을 즐긴다고 하는데 모모가 암사자나 '아르튀르'라는 친구를 상상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다. 제제는 자기가 잘못해서 맞는 것이라는 피학적 성격을 보인다. 부모가 자신을 미워하거나 무관심 하다면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어린아이의 피학적 성격은 육아 도서에서도 읽은 경험이 있다. 엄마나 아빠가 아이들에게 미워한다고 말하는 것은 부모가 상상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상처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또 제제의 형제들처럼 폭력적인 아버지를 그대로 배워 폭력적인 성격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도 어른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은 소설의 주인공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성격분석한다는 것도 재미있지만 소설의 주인공들을 통해 정신분석 이론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왠지 주인공들이 치료받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