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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평점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나의 취향을 기준으로 가장 나다운 하루를 꾸려간다"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는 내 마음의 방향, 취향에 관하여
앞표지 보다 뒤표지의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저자가 카피라이터라서 그럴까 한줄에 책을 맛깔나게 표현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덕분에 취향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취향이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으로 살고 싶어 한다. 내 생각에 취향은 주로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많이 나타나는데 물건, 음식, 공간을 고를 때, 또 사람을 사귈 때 나타난다. 그래서 개인들은 비슷한 물건, 비슷한 사람들을 주변에 모으는 것 같다.
책은 김민철씨의 일상에 나타나는 취향을 적은 에세이이다. 그녀의 취향을 읽다보니 내 취향을 알게되는 느낌이다.
어떤 선언...
저자가 자신의 집을 '망원호프'라고 명명한 것이 재미있다. 신혼초에 우리집도 그랬다. 김치냉장고에 맥주를 채우고 친구들과 또는 둘이서 매일 맥주를 마시며 동네 음식점 메뉴를 하나씩 맛보던 일상.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매주 장볼 때 맥주를 사고, 맥주컵을 모으는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맥주를 마시며 사는 얘기를 나누는 저녁, 이것은 내 취향이 분명하다.
No라고 말하는 방법에 관하여...
사실 나는 No라고 잘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No는 아니지만 Why가 필요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 회사에서 내 별명은 '왜요?'였다. 내 맘에 들지 않거나 납득할 수 없는 지시에 대해 꼭 붙였던 말 '왜요?'. 사회밥을 오래 먹다보니 지금은 그 자리에서 '왜요?'라고 묻지는 않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가장 싫어한다. 이런 성향때문에 나는 팀원들에게 해야하는 이유를 이해시키는 팀장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그런데 회의 때마다 '왜요?'라고 묻는 팀원. 음... 매번 다시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합의해야하는 사람, 솔직히 가끔 좀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내 선배들도 그랬겠지? 그래도 나는 이런 사람이 내 취향이다. 그냥 딴지 거는 것이 아니라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하는 질문 '왜요?'. 목적을 알아야 뭘 하든 더 잘할거 아닌가?
겨우 술 한잔...
나는 술이 아니라 술자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주변사람들은 거의 모두 술자리를 좋아한다. 뭔가 답답하거나 신이날 때 주변 사람과 술한잔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이런 술자리는 나에게 많은 위로와 생기를 준다. 하루 중 힘들었던 사건을 풀 수 있는 시간, 고민스런 일에 대해 의견을 물을 수 있는 시간, 주변사람들의 일상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얘기할 수 있는 시간. 뭐랄까 사회의 가면을 벗고 내가 나에게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랄까? 목적을 가진 술자리가 아닌 그냥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 한잔. 내 취향이다.
마음 한톨도 아까우니까...
저자의 이야기처럼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어떻게 그렇게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분노하며 감정을 쏟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뭐랄까 좀 안타깝다. 나는 싫은 사람이 있으면 아예 무시하는, 일명 투명인간 놀이를 한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 그 사람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머리 속에 남겨두지 않는 기술이다. 전에는 표정에 내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서 난감한 상황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티나지 않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이 되었다. 솔직히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을 마음에 담기도 바쁜데 분노까지 담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야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냐는 둥 주변에서 뭐라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마음 한톨도 주기 아까우니까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망각하기, 내 취향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취향이 참 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가장 나다운 하루를 살게할 내 취향,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많이 찾아 보고 싶고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