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 소심한 여행가의 그럼에도 여행 예찬
이준명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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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여행가의 그럼에도 여행 예찬


책은 9년동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다가 직접 글쓰는 재미에 빠져 작가가 되었다는 저자 이준명의 여행이야기 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에 대한 글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표현이다. 문화인류학회의 책 제목이었는데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기술한 책이었다. 학회의 현장조사를 엮은 책이다보니 거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고 책을 읽으며 세상에는 다른 삶이 참 많구나 했던 책이다.
그렇다고 문화인류학적인 무엇인가를 느껴서, 또, 문화를 탐구 하고싶어서 이 글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다른 세계, 지금 나를 정의하는 모든 것을(여권과 크레디트 카드의 이름 빼고) 지울 수 있는 그런 여행을 꿈꾼다. 그곳에서 나는 지금 내 모습과 다른 내가 될 수 있고 또, 그 모습이 진짜 내가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이 글귀를 좋아할 뿐이다.

사람들은 여행에 중독된다. 나도 일년에 한 두번 정도 해외에 나갈 궁리를 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나를 둘러싼 환경(사람, 일 등등)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꼭 해야할 것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매일이 새롭다는 것, 그리고 여행 중에는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여행에서 그리 큰 곤경에 처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등바등 하지 않는 나의 마음이 좋다.

그렇다면 나는 여행이 일탈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인가?
저자가 일탈에 대해 이야기 해준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서양철학에서 일탈을 '클리나멘'이라고 하는데 그 뜻은 대세에서 빗나감이라고 한다. 또, 자연과학 용어로는 탈주선. 중력이나 관성 같은 힘에서 벗어남이라고 한다. 저자는 뭔가 큰 힘에서 해방되는 이 개념을 소개하며 현대인들은 일상에 지쳐 일탈을 꿈꾸지만 그 일탈을 시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은 일탈을 연습하는 좋은 방법이 여행이라고 여행을 예찬한다. 그런데 저자는 일탈은 무엇인가를 '창조'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한다.
저자는 여행작가이다. 여행을 하고 그것을 글로 창작하는 사람. 저자의 입장에서 여행은 창작의 재료겠지만 나 처럼 단순히 일탈이 좋아 여행하는 사람은? 모두가 모든 여행에서 무엇인가를 창조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저자는 나 처럼 섣부르게 의구심을 가질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깨알같이 조언한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또 다른 삶에 대한 희망을 만날 수 있고 그것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쫓는 일탈을 창조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조금 더 행복해지는 창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를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짬짬이 내가 마음대로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비용을 만들고 여행 준비하듯이 정보를 찾고 낯선 곳으로 나간다면 말이다. 물론 완전히 다른 문화, 다른 언어의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는 것' 해볼 수 있겠다.
그리고 바라건대 가끔 해외여행을 간다면 저자의 추억이 되어 준 담배파는 아이 '후안'과 택시운전사 '하산' 그리고 '흰둥이' 처럼 슬쩍 다가가 친구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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