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꽃시
김용택 엮음 / 마음서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100명의 어머니가 쓰고 김용택이 엮다.

성인문해교육 홍보대사이기도 한 김용택 시인은 책 머리에서 어머니들의 시를 만나며 설레고 떨리고 목이 메였다고 말하고 있다. 시에 담긴 삶의 생생함에 삶이 얼마나 무궁무진하고 얼마나 근사한지 느꼈다는 시인. 시인의 소개를 받아 어머니 100명의 시를 읽어보자.

책은 1부 사무치는 그리움들이 가슴을 울리는 시-사느라고 참, 애썼네/ 2부 어제와 다른 오늘에 마음이 설레는 시 - 창밖에 글자들이 춤춘다/ 3부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쓴 시 - 시란 놈이 꽃 피었다/ 4부 다시 희망으로 살아가게 하는 시 - 내가 제일 무서운 놈 잡았다.로 어머니들의 시를 묶고 각 시에 김용택 시인의 생각, 이야기를 덧붙였다. 또 표지와 중간중간에 담긴 금동원 화가의 그림이 시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기억에 남는 시를 소개한다.

이순자 님의 '사랑해 말한 날'
- 가족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기 숙제를 받고 쑥스러웠지만 남편에게 사랑해라고 말했다. 남편이 웃었다. 밥맛이 좋다. 이제 시작했으니 매일 사랑해요라고 말해야지 하는 내용이다. 시에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사랑한다는 한마디에 설레고 얼굴 빨게지는 일상이 담겨있다. 저절로 미소지어지는 시다. 이 시를 쓰며 이순자 님은 얼마나 웃으셨을까.

임화자 님의 '내 인생의 시작'
- 어린시절 글을 배우지 못한 임화자 님은 평생을 이름없는 사람으로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로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글을 배우는 문화센터에서 선생님이, 친구들이 이름을 불러주고 이름 쓰는 법을 배우면서 아름다운 자기 이름을 찾았다고 나이 70에 새인생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나는 내 이름을 제대로 쓰고 있나 생각해보게 하는 시다.

조덕선 님의 '축복'
이 시는 한글을 배운 조덕선 님의 시야에 들어온 간판의 글자, 메뉴판의 글자를 모아 만든 시다. 사실 외국에 나가서 봤던 거리는 전혀 알 수 없는 글씨들의 거리. 아마 조덕선님은 그런 풍경 속에서 평생을 사셨는데 이제 제대로 읽고 뜻을 알 수 있게 된 것이 축복이라 말하고 계시는 것 같다. 이렇게 간판의, 메뉴판의 글자들이 시가 되고 감동을 주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김순이 님의 '호박시'
평생 종자 씨앗만 알고 살던 김순이 님이 호박시를 큰 화분에 심었다. 그리고 그 호박시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달렸다. 재미있는 말장난으로 시를 이야기하고 있는 어르신의 센스가 느껴지는 시다.

서선옥 님의 ‘부녀회장의 꿈’
글을 몰라 부녀회장에 못 나갔는데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엔 부녀회장이 되어보겠다는 시다. 서선옥님이 젊었을 때 공부를 못해 못하던 것들을 해보겠다고 다짐하는 시다. 나이에 관계없이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청년인 것 같다. 청년 서선옥님의 시다.

시집에 담긴 시를 쓰신 어머니들은 글을 배우며 즐거워 하고, 누군가를 그리워 하며 눈물 짓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희망을 품고 그 모습이 설레시는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 대견하다고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으신다. 남과 비교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기뻐하는 모습. 어르신들은 그게 행복임을 벌써 알고 계시는 느낌이다.

그래서 ‘엄마의 꽃시’는 행복을 담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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