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 - from Provence to English bay
양정훈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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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본질적으로
한 세계와, 그 세계를 부여받은 개인의 내면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독선을 갖는다.

여행자는 결국
이 독선의 희열과 비극을 각오한 자들이다.

프롤로그 첫번째 문장은 그렇지 하다가 두번째 문장에 독선의 희열과 비극? 처음 읽었을 때는 문장의 뜻이 와닿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책을 펼치고 사진과 글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양정훈씨가 7개 나라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그 곳에서의 사색으로 채워져있다. 여행책자를 읽다보면 여행자의 생각보다는 여행지 소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이 책은 오롯이 양정훈씨가 여행하면서 만난 풍경, 사람들의 모습 등에 대해 생각한 내용 중심이라는 것이 조금 특별한 여행수필로 느껴지게 한다. 공감했던 내용 몇 가지 소개한다.

‘아무 것도 아닌 어른’
꿈을 팔며 일을 벌리기 좋아하는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5번째 직업을 갖게 된 A. 무엇도 될 수 없어서 결국 자신이 되어버리는 것, 그것이 어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을 너무 오래 부끄러워하거나 불안해 하지 말라고. 원래 우리는 자꾸 꿈을 팔아 기어이 살아남은 자들이라고.
'자꾸 꿈을 팔아 기어이 살아남은 자들'이라는 표현이 조금 슬프다. 어릴때부터 꿈을 이야기 하며 시도했던 것들이 한두가지 겠는가 그리고 지금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 꿈이라는 단어로 혹시 나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냥 해야되니 할 뿐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라도 조금 위안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지금하는 일이 내 꿈이라고. 얼마나 멋진가.

'오래된 사람들'
골동품 가게를 구경하고 있는 노부부와 주인을 보고 있는 작가.
작가는 오래된 물건에 담긴 시간의 의미는 오직 오래된 사람들만이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어느 집이나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자는 자녀와 아직 쓸만하다고 못버리게 하는 부모님의 실갱이, 왠지 익숙하다. 생각해보면 그 오래된 물건이 주었던 유용함과 추억을 기억하느냐에 대한 입장차이. 작가가 말하는 그 물건에 담긴 시간의 의미란 이런 것이겠지.

'꼴지에서 네 번째 마라토너'
삶이 마라톤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옷을 입은채 숨가쁘게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야하는 건 아니다. 이건 나의 마라톤. 그러니 온전히 나의 축제다. 길을 쉽게 잃어도, 질문이 많아 삶의 방향을 의심하고 헤매기를 반복하더라도 적어도 자기 내면의 목적지를 향해 뛰는 마라토너...
우린 살면서 종종 묻는다, 난 어디로 가는가. 뛰어가고 있는데 목적지를 모르겠는 그 실망스러움. 그런데 목적없이 산다는 게 마구, 대충 살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 꼭 뭔가 성취해야하나? 뭔가 ‘목적없음’을 먼저 정의 내려야 할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는 것’이 여행이라는 글귀가 생각났다. 양정훈씨는 여행을 단지 관광, 새로운 경험, 휴식 정도의 의미가 아닌 나를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를 만나는 사색의 여행을 하고픈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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