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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 사서입니다 ㅣ 푸른들녘 미래탐색 시리즈 18
홍은자 지음 / 푸른들녘 / 2021년 6월
평점 :
독서와 도서관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책 자체를 다루는 책과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부쩍 자주 출간되고 있다.
책을 다루는 대표적인 공간이지만
막상 그곳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다룬 책은 적다보니
도서관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문화가 확산되면 발언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기어코 글을 쓰게 되며 나아가 상업출판으로까지 이어져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매체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게 된다.
도서관을 다루는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쓰는 책과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쓰는 책이다.
프로이트가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라 하더라도 끝내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었던 것처럼
도서관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은
실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의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도서관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어도 실제 도서관을 체험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체험담과는 실감의 차원이 다르다.
<나는 도서관 사서입니다>는 푸른들녘 출판사에서 내고 있는 ‘미래탐색’ 진로총서의 18번째 책이다. 2013년부터 농부, 연예인, 다큐멘터리 감독에서 시작한 총서는 2021년 6월 사서에까지 이르렀다.
저자는 대학도서관과 전문도서관을 거쳐 현재는 서울시 동작구의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14년차 사서이다.
도서관을 동경한 어린이가 중고시절 도서부 활동을 하다가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해서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는 교과서적인 이력의 저자는 아니다. 대학 입학 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어머니의 조언으로 인생 처음으로 도서관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경로를 바꿔(편입) 사서의 길로 들어서 도서관 안내서까지 쓰게 된 것이다.
애초에 도서관 사서가 될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이 쓴 글이 아니라 진로를 앞두고 한껏 흔들림을 겪던 사람이 쓴 책이라 더욱 현실적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친근하게 문어체로 읽어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의 진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책인 만큼
독자에게 성큼 다가가는 친근함을 준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서관의 역사부터 지은이가 사서가 되는 과정, 도서관에서 하는 일,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소회, 우리나라 도서관의 앞날을 예감하고 마지막으로 세계의 이색적인 도서관을 소개하며 책을 마친다.
아주 매끄럽게 정리된 학문으로서의 도서관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도서관의 속살을 드러내는 현장의 글이라서 오랫동안 저자와 인터뷰한 기분이 든다.
인생 진로로 ‘도서관 사서’를 범위에 두고 있는 사람은 충분한 간접경험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 과연 내가 도서관을 즐길 수 있는지를.
*추신 1) 인생 길을 도서관으로 향해도 될까요? 라는 물음이 내게 온다면.
- 오늘날의 도서관은 책만 다루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도가 지나쳐서 주객 전도 현상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는 자료봉사는 도외시하고 전시행정과 실적쌓기에 용이한 행사를 주업무로 인식하는 사서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헌정보학과에서 4년간 배운 것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도 스스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도서관이 무분별하게 주최하는 행사는 도서관의 고유업무에서 한참 벗어나 다른 민관 기관(주민센터, 복지관 등)에서 다투어서 하는 것들의 재탕, 삼탕이 대부분이다. 행사 담당 사서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이 참가자 모집이다. 비슷한 행사가 도처에서 벌어져서 참석인원수를 보장할 수 없는 행사에 얼마되지도 않는 소중한 도서관의 역량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흔히들 “도서관이 단지 책만 빌려주는 곳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서관이 언제 제대로 자료봉사를 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사람들이 보고 싶다고 신청하는 희망도서는 다양한 핑계로 도서관으로부터 거부된다.
사람들이 읽고 싶은 책을 아무렇지 않게 거절하면서도 옵션에 불과한 행사에 열을 올리는 것이 우리나라 도서관이 인식하지 못하는 큰 문제이다.
행사 개최로 지역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한다지만 도서관의 특기를 살려 책에 주력하고, 책에 중심을 두면서 커뮤니티를 강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경우에는 사서의 역량을 발휘해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미봉책으로 외부 강사로 때웠던 것이고 오늘날 도서관은 정책자의 기호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위기를 항시 안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 된 것이다.
도서관 사서를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주민센터가 신축건물로 이사 가고 남은 노후 건물을 도서관이 물려받는다는 일이 다반사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서관이 굳이 사서가 필요 없는 곳으로 가파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책만 빌려주는 곳이 아닌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사서들의 맹목적인 열정이 스스로를 도태시키고 있다는 걸 사서들만 모른다.
책을 많이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 도서관을 인생 항로로 정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다.
현재 한국의 공공도서관에서 사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일하기는 매우 어렵다.
진짜 사서의 자질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머잖아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도서관으로부터 상처받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에게 괜찮은 직업일 수 있을까.
책이 있는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정도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면 괜찮다.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섭외하고/ 홍보하고/ 모집하는 따위의 행사 운영에 거부감이 없으면 더 좋다.
뭘하든지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맞춤 공간이다.
*추신 2) 저자는 지자체 소속 도서관 사서이기 때문에 한쪽(지자체 소속 도서관)의 도서관 사정을 본보기로 설명했다는 걸 독자들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저자도 책에서 언급했지만 우리나라는 공공도서관이 교육청 소속과 지자체 소속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절대적인 차이는 크지 않겠지만 양자간의 업무 환경에 어쩔 수 없는 간극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