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벽 -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박신양과 철학자 김동훈의 그림 이야기
박신양.김동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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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여심을 흔들었던 배우에서

지금은 은둔자가 되어버린 박신양이 뜻밖의 화가로 돌아왔다.

그림은 많은 배우들이 가지는 취미의 하나이다.

예술별로 수준급을 논한다는게 우습지만

사실 사진과 그림은 그냥 막 찍어대고 그려대면 되기 때문에 접근이 쉽다.

아무리 막 찍고 그린 사진과 그림이라도 작가가 설명을 하면 그럴듯하게 읽힌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글을 막 써서는 설득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


박신양의 그림과 예술고민에 대한 글을 같이 엮은 책에는

김동훈이라는 서양고전학자이자 철학자가 뒤따른다.

연예인의 유명세에 기대는 가벼운 책이라는 인상에서 탈피하고자

시도한 편집자의 아이디어였지 않나 싶다.


논어나 도덕경도 풀이해주는 사람이 있듯이

김동훈씨도 박신양의 그림과 글을 보고 자기만의 해석을 덧붙이는 식이다.

하지만 그의 역할이 주석자처럼 쉽고 친절한 안내자 역할은 아니다.

이들의 만남이 예술에 반해서 이루어진 필연이 아니라 출판산업에서 이루어진 우연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글이라기보다는 바가지로 긁어낸 억지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박신양은 예술앞에서 매우 진지한 자세를 취한다.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는 모습이다.

당나귀 등에 짐처럼 고민의 무게가 독자에게 시종 전해진다.


소위 예술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얽매여 작품활동을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찬사하는 그야말로 예술같은 작품은 선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예술을 만들지 못하면서 예술가일수 있는 것일까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보니 예술이라는 열매를 취했노라는 서사가 맞지 않을까.

박신양씨도 먼저 예술에 억눌리기보다 그냥 좋아하는 연기와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마음을 갖다보면 진짜 예술의 집에 들어설 날이 있을 것이다.


책제목으로 쓰인 <제4의 벽>은 연극에서 무대와 관객석을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나타낸다고 한다. 연기는 보다 내면적인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실적으로 보여지기 위하여 연극이 벌어지는 집의 거실이나 방의 벽 하나를 없는 것으로 가정하자고 관객과 약속을 한다는 이론이라고 한다.

연기자가 그런 마음으로 제4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한다면 

당연히 관객도 똑같이 벽을 없애고 연극을 감상해야 한다.

박신양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박신양이란 인간과 교감을 나누기 좋은 멍석이다.


추신: 박신양의 그림은 일반인의 소장욕에서 볼때 그렇게 갖고 싶은 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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