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날까지 - 세계적 명상가 홍신자의 인생 수업
홍신자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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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위한 변명>의 그림자가 너무 컸던 것일까

홍신자는 꾸준하게 책으로 사람들을 찾아온 줄 알았는데

독립저작으로는 2003년 이후 찾아온 책이다.


벌써 그녀의 나이는 여든셋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의 처녀가 뉴욕으로 날아가 전위춤꾼이 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자유를 위한 변명>이 국내에 나올 때도 이미 그녀의 나이는 지천명이 넘었다.


황병기의 미궁에서 선보였던 도발적인 음성으로 귀신소리를 잘 내는 사람으로 

지금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홍신자가 죽음이 아주 멀지 않은 말년에 이르러

다시 한 번 그녀의 인생 줄거리를 들려주고 죽음과 자유의 의미를 찾아간다.


삶과 존재, 죽음, 자유 따위의 형이상학적인 관념을 정의하는 사람은 많았어도

수많은 해석을 정설?로 받아들이기에는 의뭉스러운 점이 많았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았는데 성급하게 내놓는 정의가 과연 고정될 수 있을까?


하지만 평생에 걸쳐 자유를 갈망하고

이제 여든을 넘은 생애를 산 사람의 입이 담은 죽음과 자유는 

어쩌면 정답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어진다.

그녀가 살아온 시간이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화가는 말년에 추상으로 흐른다.

사진처럼 정밀했던 그림이 점점 대담하고 간추려지며 추상을 남기고

간결해진 붓놀림으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홍신자가 생의 마지막 날까지 말하는 인생의 뜻도 그렇다.

삶은 복잡한 게 아니다.

삶의 뜻과 가치는 단순하지만 우리는 반신반의하면서

전혀 다른 곳에서 어려운 방식으로 찾다가 길을 잃고 젊은 시절을 헤매다가

종국에는 바로 내가 지나쳤던 단순한 정답을 마주하고는 쓴웃음을 짓는다.


어쩌면 인간의 삶 자체가 큰 원을 지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산책 같은 것일지 모른다.

길을 걸어야 목적지에 도달하듯

헤매임을 생략하고는 깨달음에 이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나마 노인을 존중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지름길 너머로 진실의 빛줄기를 흘끔 구경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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