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향기의 힘 - 인간관계부터 식품.의료.건축.자동차 산업까지, 향기는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
로베르트 뮐러 그뤼노브 지음, 송소민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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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신체 능력 중의 한 가지를 포기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오감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른다면?

보기/듣기/냄새맡기/맛보기/만지기


다 중요하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꼭 한가지를 잃어야 한다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냄새맡기 정도는 만만하게 생각하고

후각을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후각에 대한 인식은 다른 감각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는다.


저자에 의하면

보험회사(저자가 독일인이므로 독일회사)가

신체훼손에 따른 보험률을 매기는데

후각상실에 10%를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즉 후각 정도는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감각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향기의 힘>을 읽으면

우리가 무심코 무시해왔던 후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지 않는 이들이 없을 것이다.


향공학 분야의 개척자라는 저자는

세계적으로 아주 극소수인

냄새(향기)로 먹고 사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냄새를 삶의 소명으로 여기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저자는 향기업계의 한 가운데 우뚝 올라있는 종사자로써

딱딱하지 않은 어투로 향기 주위에 기생하는

다량의 지식정보를 들려준다.


당연히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고

샤넬5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향기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에 더하여

미처 몰랐던, 알고 싶었던 이야기가 양파껍질처럼 계속 벗겨지며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아직은 냄새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것이 대중화하지는 않았지만

머잖아 냄새가 본격적으로 마켓팅에 활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만큼 향기는 사람들을 조종하는 능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양재영(현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씨가 쓴

<힙합 커넥션: 비트, 라임, 그리고 문화>(2001)이라는 힙합음악을 다룬

책을 읽으며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끊임없이 음악을 거론하지만

들을 수는 없어서다.

듣고 싶은 데 들을 수 없다는 것은 고통을 준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모든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향기를 맡아볼 수 없다는 것

저자는 끊임없이 향기를 말하지만

상상을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맡고 싶은 데 맡을 수 없는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대표 계열의 향만이라도 맡아볼 수 있는

카드같은 걸 같이 제작해주었더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본 서평은 출판사의 서평쓰기 행사에 당첨되어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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