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이 앞으로 다가올 한 세기를 예언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았다.
미리 앞을 내다보는 시기는 점점 줄어들었다.
앞으로 10년을 예측했다가
2009년부터는 김난도 교수 등이 <트렌드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향후 1년을 예측하기 시작하면서
유행에 민간한, 유행을 알고 싶은 이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1년도 기다리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사회 변화상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유행을 창출하고
이런 식으로 새로운 사회문화가 만들어진다.
급가속의 시대를 굳이 눈으로 좇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터다.
이런 수요를 예측하고 나온 책이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이다.
마치 철마다 나오는 계간지처럼 분기마다
한번씩 현 세태에 거세게 작동하는 것, 새롭게 움트는 것을 정리해 소개해주는 것이다.
마치 사장들이 비서진들이 간추리고 정리한 국내외 주요 소식을 듣듯
사람들은 3개월마다 미세 유행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말이
국내 출판계에 등장한 건 2008년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이라는
부제를 단 책이 나오면서부터다.
10여 년후 오늘을 예측하듯 참으로 예사롭지 않은 문구다.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는
점점 빨라지는 사회에서
마땅히 태어났어야 할 책이다.
4월에 나온 첫권에 이어 정확히 3개월만에 두번째 책이 나왔다.
2020년 7월에 나온 책이 진단한 현재의 미세 유행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애착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는 사업/
윤리 소비 등 세 가지이다.
최소한의 관계만 설정하고 동떨어진 섬으로 존재하고픈
사람들이 아늑한 나만의 공간을 꿈꾸고,
자질구레한 일은 외부 서비스를 이용해 편함을 추구하고,
와중에 내 삶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고자 가급적 덜 악한 기업에 돈을 쓴다.
책의 나머지 절반 분량은
책이 제시한 미세 유행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직접 쓴 이야기를 실었다.
책은 부단히 시사잡지를 보거나 인터넷을 뒤지거나
적극적인 사회적소통망에 매달리지 않는다면
쉽사리 눈치챌 수 없는 것을 잡아서 보여준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이 궁금해 뉴스를 켜듯이
우리 사회 저변에 어떤 변화가 꿈틀대고 있는지가
궁금한 사람들은 3개월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시대와 호흡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만을 전달해야 할 언론의 실상도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거리를 선택하고 기사방향을 설정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이 책이 걸러낸 유행 또한 절대적일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비판의 유연함으로 3개월마다 미세 유행을 대한다면
오늘을 슬기롭게 사는 현명한 안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
영어 줄임말을 무분별하게 난사하는 점이다.
한국어가 소화할 수 없는 개념이어서 쓴 게 아니라서 문제다.
우리 아빠는 셰프여야지 요리사면 안되는 것처럼
외국어를 쓰면 뭔가 있어보인다고 느끼는
문화식민국에서 벌어지는 촌극
**이 책은 출판사 서평쓰기 행사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