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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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노래를 부르는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를 꼽는다면 비틀즈, 마이클 잭슨 등이 거론될 것이다.

그렇게 고유의 특정인이 하나의 상징적인 대명사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 불교가 들어온지는 

어언 1600년 정도가 된다.

그간 수많은 승려가 있었지만 스님하면 절대 다수의 한국인이

'법정'을 떠올릴 것이다.


1976년 <무소유>라는 수핍집을 쓰며 

대중에게 각인되었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틈틈이 쓴 글을 자주 책으로 엮으며

한국인에게 식지 않는 감동을 주면서 대중에게 꾸준한 유명세를 끼쳤다.

2010년 내가 남긴 책을 모두 절판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입적한다.


하지만 이후 법정의 이름이 들어간

상업출판물은 20권을 향해가고 있다.


법정스님의 법문집을 엮은 <좋은 말씀>은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대중에게 설법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불교에 기반하여 파생된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날의 말로 치면 

자연, 이웃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지구에서의 삶을 실천하고 꿈꾸었던

깨어있는 시민의 주장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엮여있지만

(본래의 나로 돌아가는 길/ 생태계와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다/ 부처와 보살, 성현들이 남긴 삶의 비결/ 길상사 그리고 맑고 향기롭게)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문명에 도취하고, 돈에 미치고, 물질에 환장하는

현대인들이 이런 헛물의 노예생활을 하다

타인과 평생을 쟁투하며 후환과 상처만 가득한 무의미한 죽음에 이를 것이 아니라

맑고 향기롭게 행동하고 다시 얌전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은 삶임을 설파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공멸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계속 주지시켰다.


아마 불교계 인물 중에서 

한국의 대중에게 가장 유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법정은 적어도 이 책으로만 따져도 14년동안

한국인들이 잘못된 삶을 살고 있음을 끊임없이 지적해왔지만 

2020년 현재는 정확히 법정이 말한 사회와 정반대 사회가 되었다.


인간의 과잉 활동으로 지구는 더워지고 있으며

전국민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면서

노동의 가치는 현격하게 낮아지고

지주가 되지 않는 한

극복의 대상일 수 없는 가난은 유전처럼 대물림이 되므로

청년들은 가정 이루기를 그만두고 있다.

이제 남은 건 활력없는 초고령사회 뿐.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정글에서 살아남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법정은 사회에서 일어난 일을 인용해서 법문한 게 많다.

오늘날의 독자는 법정의 말이 지시하는 역사적 사건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편집자들이 해당 사건의 이해를 돕는 주석을 달아주었으면 어땠을까.

법정의 말은 관념어가 아니라 현실어로 읽혀질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출판사의 서평쓰기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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