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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임동근 해제 / 김영사 / 2020년 1월
평점 :
<짓기와 거주하기>는 리처드 세넷의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 세번째 책이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도구의 인간을 뜻한다.
위키에서는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도구의 인간을 뜻하는 용어이다. 인간의 본질을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으로 베르그송에 의해서 창출되었다. 인간은 유형, 무형의 도구를 만드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만든다고 보았다.
첫번째 책인 <장인 -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을 통해 육체적인 노동과 기능을 장인으로만 생각하는 편견을 깨고, 현대의 노동자, 리눅스 프로그램, 건축가, 의사등을 통해 장인을 재정립했다.
두번째 책 <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에서는 연대를 넘어 협력을 이야기 한다. 띠지에 있는 "함께 일하고, 대화하고, 사회를 구하라"처럼, 같은 시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협력과 대화를 통해 위기에 빠진 공동체와 사회를 구하고자 했다.
세번째 책 <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 도시의 기원과 여러 도시를 살펴보며,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더 나은 도시와 환경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부하게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미 비슷한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유현준 교수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로 있고, 책에도 나오는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같은 책이 있는데, 리처드 세넷은 과연 차별화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지 궁금했다.
우선 다른 책과 다르게, 한 나라, 한 시대의 사례만 모으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하는데, 기본적인 도시의 발전과정 역사와 함께 도시가 아니라 건물을 이야기 하기도 하는 다양성이 있다.
특히, 모든 회사원이라면 부러워 하는 뉴욕의 구글 사무실 건물을 예를 들기도 한다.
뉴욕 항만국 사무실이던 오래된 건물 내부를 완전히 비운 다음 개조하여 구글플렉스 직원들은 건물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없이 건물 자체가 일과 레크리에이션의 결합공간이다.
회사는 이 안에서 청소, 의료, 그 외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이야기는 유명해서, 많은 분들이 구글과 같은 서비스, 복지, 회사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리처드 세넷은 "뉴욕의 구글 플렉스는 스스로 외부의 거리 생활로부터 고립되었다."고 평한다.
심지어 "기업체 버전의 게토"로 일컷기도 한다.
게토란 원래 이탈리아어에서 주물 공장을 뜻하던 단어였지만, 1500년대 베네치아에서 유대인들을 고립, 격리한 것을 유대인 게토라 부르고, 돌벽을 이용해 격리한 것을 게토 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격리를 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게토로 만든 것이다.
구글 플렉스를 도시 버전으로 계획 도시처럼 만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이다.
스마트 시티에는 열린 스마트 시티와 닫힌 스마트 시티가 있는데, 닫힌 스마트 시티는 우리를 바보로 만들 것이고, 열린 스마트 시티는 우리를 말 그래도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이 사례로 우리나라의 송도가 언급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송도는 닫힌 스마트 시티의 사례로 언급된다.
송도를 살펴보기 위해 파견된 저자의 연구자들은 "엔지니어들에게 이곳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환상을 토대로 세워진 공간이다. 알고리즘 논리, 인간 주민, 수많은 블랙 박스가 뒤엉킨 네트워크 공간이다."라고 경탄했지만, 이내 "단조롭고 모니터링이 과도하며 중앙 집중화된 송도에는 다양성이나 폴리스가 찬양하던 민주주의의 특징이 전혀 없다. 이 공간은 도시계획가에게는 악몽이며, 컴퓨터 회사에게는 환상이다."
방문을 마칠 때쯤엔 "무미건조하고 무기력한 유령 도시"로 평했다.
송도는 오용된 테크놀로지의 바보 만들기 효과로 주민들의 경험을 빈곤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지적했다.
책에서는 전반적으로 열린 형태를 지향한다. 송도를 닫힌 스마트 시티로 지정하며 나쁜 사례로 예를 소개하면서 이야기 했듯이 닫힌은 나쁜 것이고, 열린은 좋은 것이다.
열린 형태를 통해 우연한 마주침, 저항이 소통과 교류를 만들고 결국엔 창의성과 풍부한 경험을 만든다고 믿는다.
물론 그의 말처럼 열린 형태가 무조건 좋은 것 이라는 생각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인 송도의 기술적인 스마트함은 충분히 인정받았으니,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을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반영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