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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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자로 15년을 일을 한 후 준비해, 변호사가 된 특이한 이력의 저자가 국선 전담 변호인으로 일하면서 겪은 사건과 사람에 대한 책이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법정에 가서 변호를 받거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영화나 소설 등으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런 매체에서 다루는 국선 변호인은 무능하고, 어쩔 수없이 사건을 맡아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그려지곤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기 전 국선 변호인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고정관념이 있었다.

형사 재판에서 자신의 방어권을 위해 변호인이 꼭 필요한데, 변호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구하지 않을 때 국가에서 피고인에게 붙여주는 변호인을 '국선 변호인'이라고 한다. 국선 변호인은 예전에는 변호사들이 당번처럼 돌아가면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국선 변호인의 서비스 향상을 위해 국가 일정 수입을 보장해주면서 일반 사건은 수임할 수 없고 국선 변호만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변호인을 뽑아서 운영하는 제도가 2006년부터 시행되게 된다.

저자 정혜진 변호사는 2014년부터 국선 전담 변호인을 하면서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사건을 통해 만나고, 이 이야기를 기자로 활동했던 영남일보에 3년간 고정된 수요 칼럼을 통해 세상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가 출간된 것이다.

5개의 장, 22개의 소제목으로 더 많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가해자, 범죄자로 부르는 그들의 삶, 그들 주변의 삶, 법의 한계를 통해 안타까움과 분노와 여러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15년 기자 생활의 풍부한 경험과 글솜씨 덕분인지 저자가 사소하고 조각난 이야기라고 에필로그에 적었던 에피소드들이 가독성이 높으면서 흡입력이 높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배고파서 빵 하나 훔쳐도 몇 차례 절도 전과가 있다면 징역 1년 6월이라, 너무 가혹한 나머지 '한국의 장발장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며 유명세를 얻게 된 계기가 됐던 이야기도 있지만, 본인의 생각과 다르게 무죄가 선고되어서 당황하기도 한 이야기, 무죄를 확언했는데 유죄가 선고된 부끄러워했던 솔직한 이야기까지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인 '각자의 시간'이다.

이야기의 구성이 2018년 노벨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의 구성과 비슷하게 한 사건을 가해자, 부모 등 여러 가지 시점으로 진행되었다. 가해자, 피해자만 부각되는 사건에 가해자이긴 하지만 가해자의 부모님의 시점으로 글을 읽고, 가해자의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의 힘도 있지만, 법률에 대한 상식 및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고의'에 대한 정의였는데, 법률 용어로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는 것으로, 피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주장 중 하나지만 그걸 인정받기란 정말 어렵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의는 처음부터 그런 마음을 먹고 행동한 '적극적인 고의'지만, 형법에서는 고의는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가장 낮은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미필적 고의'는 앞의 사기 사건에서처럼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 혹은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행동해버리는 것을 말한다.

웬만한 사안에서는 미필적 고의라는 그물에 죄다 걸린다.

앞서 미디어를 통한 '국선 변호인'의 오해처럼, 변호사들이 결과를 뒤집고 승리를 하는 장면을 너무 흔하게 보다 보니 실제로 그런 일이 매우 쉽게 자주 일어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하기를 1심 형사공판 사건에서 무죄율은 3%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무죄 받기가 어렵다.

사실 국선변호인은 결과에 부담이 없으니, 그저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국선 전담 변호인에게 너무 많은 사건과 적은 고정 수입으로 진정한 최선을 다할 수 없는 환경처럼 느껴졌다. 더 나은 환경이 제공되어야 무죄인 사람에게는 무죄를 받아줄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면서 외웠던 '양심'의 정의를 통해 불합리한 것을 지나치지 않고, 조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게 만드는 부분이 이었다.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이다.

우리 모두 양심의 정의를 되새기면서 살아간다면, 국선 전문 변호인이 저자를 만나는 일이 없이 올바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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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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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시즌을 맞춰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책이 나왔습니다.

초판에 한해 이렇게 이쁜 디럭스 엽서 세트를 주는데, 사실 이런건 이뻐서 어디 보내는 용도로 못쓰고 쟁여만 두게 되네요.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면, 의미있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짧은 동화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이야기지만, 하루키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이 글의 내용과 너무 재미있게 잘 맞고 어울려서 글과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요 소재인 구덩이도 '태엽감는새 연대기'를 읽은 독자라면 오싹했던 우물의 컨셉이 재치있고 우화스러운 공간으로 변한 부분을 알아 챌 수 있는 것 또한 중요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전자책이 많이 읽히는 시대이지만, 종이책을 여전히 좋아하는 독자가 많습니다.

바로 제가 그렇습니다. 종이의 감촉과 느낌을 너무 좋아하는데,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는 종이책만이 느낄 수 있는 장점을 재미있게 살렸습니다.



두 페이지를 횡으로, 종으로 붙혀 사용해서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하는데, 특히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처음 부분은 스토리에 딱 맞아 유쾌하게 봤습니다.


책의 또 하나의 핵심 소재인 도넛인데, 도넛이 가운데가 뚫려 있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독자가 가운데를 뚫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왜 이런 장치가 되어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ㅎㅎ

짧지만 읽는 내내 흐믓하고 유쾌했고, 종이 책의 장점을 발휘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화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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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찰스 그레이버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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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AI의 능력과 미래는 아무도 과소평가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현재의 단계에 비해 과대평가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AI 기술도 이렇게 뜨거워지기 전 2번의 긴 겨울, 40년 가까운 암흑기가 있었다.

그러다 기술이 발전하고, 환경이 받쳐주자 드디어 위대한 발전의 시기 'THE BREAKTHROUGH'가 왔다.

이처럼 'THE BREAKTHROUGH'는 AI처럼 긴 암흑기와 진정한 발전이 있을 때 쓰는 단어인데, 암 치료에 쓰이다니 암이 정복되기라도 한 것인가?

그런데 왜 우리는 모르고 있을까?

책의 원제에 너무나 큰 의구심을 갖고 보기 시작했다.

암은 이제는 특이한 병이 아니라, 한국인의 사망 원인이 36년 동안 1위를 지켜오고 있는 흔한 병이 되었다.

이렇게 흔한 암이지만, 지금까지 암을 치료하는 데는 암세포를 물리적으로 잘라내는 수술, 방사선을 이용해 태우는 방사선요법, 화학적인 독극물들을 이용해 중독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방법으로 전체 암 환자의 절반 정도를 완치시킬 수 있다지만, 아직도 절반의 환자가 남고, 정상세포마저 파괴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치료의 부작용이 심하게 후유증으로 남는다.

우리 몸은 사실 강력한 면역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암이 우리의 면역 시스템을 망가트리거나 속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암을 공격하는 방법이 아니라 면역 시스템이 암을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항암면역요법이다.

매우 단순한 아이디어였지만, 기나긴 연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기나긴 연구 끝에 면역요법제를 완성하고 나서도 수십 년간 면역요법제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실패하고 나서야, 마침내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게 되었다.

책은 의학, 과학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 몇몇 인물을 크게 부각시키는 방법을 이용했다. 실제 환자의 이야기와 사례가 소설처럼 진행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내용을 단계별로 이해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에 가면, '암 면역 주기'라 명명된 복잡해 보이는 그림이 보이지만, 앞에서 이야기를 잘 따라오면 이 내용이 쉽게 이해되었다.

가장 최근 기술인 CAR-T의 경우, 단 한 개의 CAR-T 세포가 수십만 개의 암세포를 살상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실제 임상에서 CAR-T 세포를 주입한 지 불과 4주 뒤에 생검 결과 암세포가 사라지는 결과도 있었다.

CAR-T는 가장 최근인 2017년에 처음 승인되었지만, 너무나 강력하고 너무나 새로운 치료법이므로 어디까지 발전할지 상상조차 어렵다.



CAR-T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구진들은 얼마나 벅찬 희열을 느꼈을까? 여기까지 발전한 과학 이야기에 감탄하고 정말 이제야 암이 정복되는구나 싶었지만, 치료 비용이 나오자마자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다.

미국 제약회사 노바티스에서 CAR-T를 이용해 급성 B 세포 림프종에 사용되는 약물 '킴라이아'를 상품으로 출시했다. 킴라이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알약, 주사 등의 형태가 아니라 환자 자신의 T 세포를 유전공학적으로 처리한 개인 맞춤형 약물이다.

먼저 병원에서 혈액을 채취하고 원심분리를 통해 추출된 T 세포를 극저온 냉동 상태로 노바티스 중앙연구소로 보내진 후, 해동된 환자의 T 세포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을 인식하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한다.

조작한 T 세포를 배양하여 수억 개 단위로 증식시키고 병원으로 돌려보낸 후 환자의 몸에 주입한다.

이 과정이 22일 안에 이루어진다.

이전에 생존율 0퍼센트였던 ALL 환자군의 경우, 현재 추정 생존율은 83퍼센트 이상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혁신이 생긴 것이다.

정말 'THE BREAKTHROUGH'가 맞는 듯했다.

그런데, 한 번 주입받는 데 드는 비용은 현재 47만 5,000달러이다.

입원비가 추가되므로 결국 총비용은 100만 달러 정도다.

우리나라 돈으로 12억에 가까운 비용이 드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정도가 아니라 돈이 없으면 죽어야 하고, 돈이 있으면 살 수 있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그다음으로 좋은 치료는 골수 이식으로 비용은 10만 달러 정도인데 비해, 10배 이상의 금액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2017년의 출시의 당시의 가격을 언급하고 있어서, 2020년인 현재 기술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로 훨씬 더 저렴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알아봤는데, 노바티스에서는 47만 5,000달러의 가격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그나마 일본에서는 작년 5월부터 30만 6,000달러에 파는 것으로 승인받아, 미국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CAR-T 킴라이아 유독 비싸긴 하지만, 항 CLTA-4 제제인 이필리무맙의 상표명인 여보이도 4차례 투여받는데, 총 치료 비용이 12만 달러가 넘는다.

진행 흑색종에 사용하는 머크사의 항 PD-1 항체 키트루다를 1년간 투여받는 데 드는 비용은 15만 달러에 달한다.

지금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금액의 치료제만 있게 되어 의학적 발전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없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치료가 개발된다고 해도 대다수에게는 치료제 개발 이전과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최신 암 치료 방법인 면역요법에 대한 이해와 현재 상황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기술적인 면에서 'THE BREAKTHROUGH'가 일어났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류가 그 기술적인 혁신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치료제의 가격까지 낮아지는 진정한 'THE BREAKTHROUGH'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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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가소성 - 일생에 걸쳐 변하는 뇌와 신경계의 능력 DEEP & BASIC 시리즈 3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조은영 옮김, 김경진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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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에 출판한 <신경계의 퇴행성 변화 및 재생>에서 근대 신경학의 아버지 산티아고 라몬 카할은 성인의 뇌와 척수에서 신경 경로는 "고정되어 더는 변경할 수 없는 막다른 길"이라고 서술했다. 즉, 성인의 뇌는 고정되어 있고 절대 불변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결론은 널리 받아들여 졌고 오래지 않아 포유류 성체의 뇌는 새로운 세포를 만들지 않는다는 개념이 근대 신경과학의 중심원리가 되었다. 사람은 평생 사용할 뇌세포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며, 사고나 질병으로 잃어버리더라도 결코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1980년대 말이 되어서야, 일련의 발견과 진전으로 마침내 포유류의 뇌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없다는 오랜 통념이 무너지고, 1998년에 인간의 뇌 역시 평생 새로운 세포를 형성한다는 최초의 증거를 제공한 기념비적 논문이 출간된다.

인간의 뇌는 생후 2세에 성인 뇌 크기의 80퍼센트 정도가 되고, 10세 정도에 성장이 완료된다.

외부적인 성장은 완료되지만, 이후 뇌는 고정되기는 커녕 대단히 역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청소년기와 같은 발달 시기는 물론 평생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성인의 뇌도 변화하는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모든 행동과 경험에 반응해 평생 변화를 거듭한다.

책의 제목인 신경가소성이란 신경계에 일어나는 변화를 뜻하며,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총체적인 용어이다.

뇌는 사용자의 필요에 적응하는 대단히 역동적인 기관이다.

집중적인 훈련은 해당 기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뇌를 바꾼다.

훈련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과 신경 경로를 최적화한다.

그 결과 개인의 수행 능력이 향상되고 마침내 노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현 데이터에 따르면 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매일 4시간씩 약 10년의 훈련이 필요하다.

놀랍게도 머릿속에서 동작을 그려보는 운동 연상으로도 특정 기술의 학습과 실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

뇌의 구조와 기능이 평생 변화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의력, 학습, 기억, 과제 전환과 같은 영역에서 노화성 정신력 감퇴를 경험한다. 그러나 뇌의 모든 부분이 나빠지기만 하는게 아니라, 인지의 다른 측면, 사실과 형상 기억, 감정 조절 능력과 같은 부분은 대개 개선된다.

운동, 다이어트, 제2언어 및 악기 배우기 등과 같은 활동과 생활양식 역시 알츠하이머 및 다른 형태의 치매를 예방할 것이라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제2언어를 학습하는 것은 명백히 신경 보호효과도 있다.

이는 '인지 냉장고'를 늘림으로써 노년에 알츠하이머 및 기타 신경 퇴행성 질병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얇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더이상 "우리는 평생 사용할 뇌세포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뇌는 스스로 재생할 수 없고 뇌세포가 손상되어도 고칠 수 없다"라던가, "성인의 뇌는 개선, 변화할 수 없다"는 낡은 생각은 버릴 수 있다.

우리의 뇌를 이렇게 바꿀 수 있는 신경가소성은 공부와 학습 환경으로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고, 각자를 다른 누구와도 다르게 만들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는 평생 우리의 뇌를 개선할 수 있고, 치매 같은 질병의 위험도 감소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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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임동근 해제 / 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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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와 거주하기>는 리처드 세넷의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 세번째 책이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도구의 인간을 뜻한다. 

위키에서는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도구의 인간을 뜻하는 용어이다. 인간의 본질을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으로 베르그송에 의해서 창출되었다. 인간은 유형, 무형의 도구를 만드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만든다고 보았다.


 첫번째 책인 <장인 -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을 통해 육체적인 노동과 기능을 장인으로만 생각하는 편견을 깨고, 현대의 노동자, 리눅스 프로그램, 건축가, 의사등을 통해 장인을 재정립했다.


 두번째 책 <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에서는 연대를 넘어 협력을 이야기 한다. 띠지에 있는 "함께 일하고, 대화하고, 사회를 구하라"처럼, 같은 시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협력과 대화를 통해 위기에 빠진 공동체와 사회를 구하고자 했다.


 세번째 책 <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 도시의 기원과 여러 도시를 살펴보며,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더 나은 도시와 환경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부하게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미 비슷한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유현준 교수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로 있고, 책에도 나오는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같은 책이 있는데, 리처드 세넷은 과연 차별화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지 궁금했다.


 우선 다른 책과 다르게, 한 나라, 한 시대의 사례만 모으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하는데, 기본적인 도시의 발전과정 역사와 함께 도시가 아니라 건물을 이야기 하기도 하는 다양성이 있다.

 특히, 모든 회사원이라면 부러워 하는 뉴욕의 구글 사무실 건물을 예를 들기도 한다.

뉴욕 항만국 사무실이던 오래된 건물 내부를 완전히 비운 다음 개조하여 구글플렉스 직원들은 건물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없이 건물 자체가 일과 레크리에이션의 결합공간이다.

회사는 이 안에서 청소, 의료, 그 외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이야기는 유명해서, 많은 분들이 구글과 같은 서비스, 복지, 회사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리처드 세넷은 "뉴욕의 구글 플렉스는 스스로 외부의 거리 생활로부터 고립되었다."고 평한다.

심지어 "기업체 버전의 게토"로 일컷기도 한다.

게토란 원래 이탈리아어에서 주물 공장을 뜻하던 단어였지만, 1500년대 베네치아에서 유대인들을 고립, 격리한 것을 유대인 게토라 부르고, 돌벽을 이용해 격리한 것을 게토 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격리를 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게토로 만든 것이다.


구글 플렉스를 도시 버전으로 계획 도시처럼 만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이다.

스마트 시티에는 열린 스마트 시티와 닫힌 스마트 시티가 있는데, 닫힌 스마트 시티는 우리를 바보로 만들 것이고, 열린 스마트 시티는 우리를 말 그래도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이 사례로 우리나라의 송도가 언급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송도는 닫힌 스마트 시티의 사례로 언급된다.


 송도를 살펴보기 위해 파견된 저자의 연구자들은 "엔지니어들에게 이곳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환상을 토대로 세워진 공간이다. 알고리즘 논리, 인간 주민, 수많은 블랙 박스가 뒤엉킨 네트워크 공간이다."라고 경탄했지만, 이내 "단조롭고 모니터링이 과도하며 중앙 집중화된 송도에는 다양성이나 폴리스가 찬양하던 민주주의의 특징이 전혀 없다. 이 공간은 도시계획가에게는 악몽이며, 컴퓨터 회사에게는 환상이다."

 방문을 마칠 때쯤엔 "무미건조하고 무기력한 유령 도시"로 평했다.

송도는 오용된 테크놀로지의 바보 만들기 효과로 주민들의 경험을 빈곤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지적했다.


 책에서는 전반적으로 열린 형태를 지향한다. 송도를 닫힌 스마트 시티로 지정하며 나쁜 사례로 예를 소개하면서 이야기 했듯이 닫힌은 나쁜 것이고, 열린은 좋은 것이다.


 열린 형태를 통해 우연한 마주침, 저항이 소통과 교류를 만들고 결국엔 창의성과 풍부한 경험을 만든다고 믿는다. 


물론 그의 말처럼 열린 형태가 무조건 좋은 것 이라는 생각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인 송도의 기술적인 스마트함은 충분히 인정받았으니,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을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반영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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