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누구인가?
누구라도 이 질문의 대답은 인류, 호모사피엔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46억 년 전 지구가 생겨난 뒤, 세균은 얼마 되지 않아 생겨났고 지구 역사의 4분의 1쯤을 홀로 채우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세균은 우리 곁 어디에나 있었지만, 인류가 세균의 존재를 알아챈 것 얼마 되지 않는다.
1676년 5월 26일, 옷감 장수 출신으로 돋보기 렌즈를 만드는 일이 취미였던 레이우엔훅이 우연히 지붕 위에서 덜어진 빗방울을 살펴보다가 레이우엔훅의 현미경 앞에, 아주아주 작고 이상한 벌레 같은 것이 나타난 것이다.
미생물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한 순간이다.
40억 년 동안 지구를 가득 채우고 번성하던 생물들이 17세기 말이 되어서야 인간 세상에 알려졌다.
그럼 이런 생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1953년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스탠리 밀러와 클레이턴 유리의 40억 년 이전 지구의 대기와 비슷한 구성의 수증기, 메탄가스, 암모니아 가스, 수소 기체를 밀봉한 유리 속에 넣어두고 그 안에 번개와 같은 전기 스파크를 반복하는 실험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주일을 반복하자 효소의 일부인 아미노산이 타나 나고, 좀 더 복잡한 물질이 생겼다.
하지만 생명체 속에 있는 DNA와 효소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아직까지 과학이 모든 것을 확실하게 설명하지는 못하는 한계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하며, 유력한 설에 대해도 밝혀준다.
모든 생명체에는 DNA가 있고, DNA의 복제를 통해 성장과 번식을 하는 데, DNA는 완벽하지 않아 똑같이 복제되지 않고 일부가 오류가 생긴다고 한다.
이렇게 가끔씩 발생하는 오류가 돌연변이를 나타나게 하였고, 결국 진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세상에 온갖 다채로운 생명이 가득 퍼지게 할 빛나는 돌파구였던 것이다.
과연 어떻게 오류로 인해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와 진화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이다.
책은 이렇게 세균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와 우주를 살펴보며 진행된다.
흥미롭거나, 실생활에 유용한 지식도 덤으로 알게 되는데, 통조림이나 소시지에서 발견되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눔균은 영화 <더 록>과 암살사건에 사용된 VX가스보다 더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독이다.
이 독소인 보툴리늄균을 아주 묽게 희석해서 특수 가공하면 살짝 마비시키는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눈꺼풀이 떨리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근육을 마비시키는 일시적인 효과로 사용되어다가 주름진 피부가 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이 바로 '보톡스'라고 불리는 '보톡스 코스메틱'이라는 제품으로 널리 이용된다.
보톡스라는 말 자체가 소시지독이라는 뜻인데, 이렇게 뜻하지 않은 효과로 미용계에서 가장 유명한 세균이 된 것이다.
또 배탈을 일으키는 살모넬라와 황색 포도상 구균이 병을 일으키는 방식이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황색 포도상 구균은 세균이 뿜어놓은 독성 물질을 먹으면 그 독성 물질 때문에 배탈이 나지만, 살모넬라는 직접 배 속으로 들어가 배탈을 일으킨다.
따라서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는다 하더라도, 살모넬라와 황색 포도상 구균은 죽겠지만 황색 포도상 구균이 만들어 놓은 독성 물질은 그대로 남아있다.
독약을 아무리 끓여도 독약은 독약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상한 음식은 그냥 버려야 한다.
끝으로 비가 오면 나는 흙냄새를 좋아하는데, 이 냄새도 세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당 구절이 너무 좋아 공유하면서 책 리뷰를 마친다.
세균에 대해 궁금함과 과학적 지식을 쌓고 싶은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