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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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포인트>, <아웃라이어>로 세계적인 이야기꾼이 된 말콤 글래드웰이 <다윗과 골리앗> 이후 6년 만에 신작 <타인의 해석>을 출간했습니다. 이전부터 전문적인 연구 결과와 실제 사례를 재미있고, 논리적으로 결합시켜 이야기하는 재능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도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연구 결과와 논란이 되었던 사례들을 절묘히 잘 결합하였습니다.

<타인의 해석>의 원제는 'Talking to strangers'입니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로 단순 번역할 수 있는 제목이지만, 책이 단순히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법 같은 처세술 책처럼 보일 수 있는 생각에서인지, 조금 어려운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왜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라는 주제의 책을 낸 것일까요?

사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며 대화하고 일하고 약속을 잡고, 심지어 다투기도 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낯선 이'는 결국 우리가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을 의미하게 됩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삶을 계속하는 한 이어질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갖는다면, 좋은 삶을 사는데 매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덤으로 책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의 사기나 거짓에 속지 않는 처세술도 조금은 얻을 수 있습니다.

1.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만약 이 책에서 내가 당신에게 한 가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런 사실일 것이다.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전달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쉽게 낯선 이들을 쉽게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낯선 이들을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타인의 해석>은 상대방의 말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잘못된 전략에, 매우 고집스럽게 오랫동안 의존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가 낯선 이들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쓴 것이겠지요.

2. 모든 사람이 진실한 것은 아니다.

한 실험이 소개됩니다.

거짓말을 하는 22명, 진실을 말하는 22명의 동영상 44편을 보고 거짓말쟁이를 맞추는 실험입니다.

실험 결과 거짓말쟁이를 맞추는 확률은 평균 56%였습니다.

사실 50% 근처면 찍어서 맞추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우리는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없는 것일까요?

이때 대학원생 중 한 명인 박희선의 데이터 분석 결과는 달랐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 우연보다는 훨씬 능하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는 우연보다 훨씬 무능하다.

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다.

결국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기본 값을 가지고, 낯선 이들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기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여러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낯선 이들의 진실된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말하는 내용이 모두 진실일 것이다'라는 가정을 깨부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연기를 할 수도 있고, 또 우리는 쉽게 오해할 수 있습니다.

3. 직접 만나면 오히려 더 파악하기 어렵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히틀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영국의 수상 체임벌린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얻고 국민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지요.

"히틀러와의 장시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낀다."

마치 임진왜란전에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의 의견이 달랐던 일이 떠오릅니다.

(물론 이경우는 동인, 서인 세력간의 이견도 있을 것입니다.)

직접 만나서 장기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떻게 더 모를 수 있을까요?

우리는 대부분 따뜻하고 열정적인 악수를 하는 경우에 실제로 우리가 만나는 사람에게 따뜻함과 열정을 느낍니다.

히틀러가 체임벌린에게 그렇게 따뜻하고 열정적인 사람처럼 행동한 것이지요.

히틀러는 정직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부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오히려 체임벌린은 히틀러를 아예 만나지 않았더라면, 직접 만나지 않고 히틀러의 책 <나의 투쟁>을 읽었다면 더 나은 판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이미 말콤 글래드웰은 이전 책 <블링크>에서 오케스트라가 신입 단원을 뽑을 때 지원자의 모습을 가리는 장막 오디션으로 진행하면 훨씬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녹스는 자기 룸메이트가 살해된 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죄 때문에 이성적으로는 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지만,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4년을 보낸 사례도 나옵니다.

이 사례는 마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에 주변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한 반응과 행동을 보이는 장면이 연상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모두 똑같은 행동과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문화가 다른 곳에서는 화난 표정과 과 적대심을 가진 것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하지요.

외모와 행동은 진실을 거짓으로 생각하게 하기도 하고, 거짓을 진실로 믿게도 합니다.

외모와 행동같이 두드러지고 과대평가되기 쉬운 정보는 편견을 불러와 판단을 한층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이런 것은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라기보다 잘못된 예측의 원천이 되어, 신호가 아니라 잡음을 만들어냅니다.

낯선 이를 직접 만나면 만나지 않는 것보다 그 사람을 파악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책에 나오는 해리 마코폴로스는 "나한테는 수학이 진실"이라고 말합니다.

투자 기회나 기업을 분석할 때, 그는 당사자를 직접 만나지 않는 쪽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바로 전에 소개한 영국 수상 네빌 체임벌린과 같은 식의 오류를 범하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4. 그럼에도 낯선 이에게 다가서야 한다.

우리는 낯선 이와 대화하는 것에 서투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서투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아예 낯선 이들과 대화를 하지 않아야 할까요?

세상에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들은 대부분 과감하게 낯선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시작되는,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종종 느끼는 일이지만, 낯선 이들이 나누는 최고의 대화는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끝나는 대화입니다.

우리는 외모, 행동에 쉽게 속고, 오해도 합니다.

모두 진실되다는 잘못된 기본 값도 가지고 있지요.

그렇다고 모두 의심을 하고, 그 의심을 해소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얻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면 낯선 이들과 대화할 때,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낯선 이에게 말을 걸 때 존중하고 정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낯선 이들과 대화하는데 서투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낯선 이에게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이야기하자"입니다.

그렇다면 크게 손해 보지 않고,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론을 내기 위해, 수많은 연구와 사례를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나 당연해 보이기에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직접 사례를 보고, 앞으로 낯선 이들과 대화할 때 평생을 가져갈 올바른 태도를 갖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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