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사랑의 꽃
나가타니엔 사쿠라 / 시크릿노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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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기다렸습니다. 저번에 이분의 사랑의 덫을 읽고 형이 참 멋지다고 생각하고, 이 작가님 후속작 나오면 꼭 사봐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세상에나, 형 이야기가 나오다니!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사랑의 덫에서 조연으로 나온 해럴드가 굉장히 매력있었거든요.

 

인물소개를 볼까요. 여자주인공은 마르티나로 정략결혼을 위해 인형처럼 키워진 인물입니다. 주위를 둘러 싸고 있던 기사들에게 희롱도 당했을 때가 있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기사를 매우 무서워하며 자랐어요. 그러다 어느날 병약해서 그녀가 있던 성에 있는 유명한 의원에게 치료를 받으러 왔던 은발의 아름다운 남자를 보고 요정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남자주인공이에요. 인형처럼 귀여운 마르티나의 눈에조차 요정으로 보이는 남자!! 하얀 피부, 은빛 머리칼, 푸른 눈동자, 녹아내릴 것만 같은 부드러운 미소. 게다가 인사하는 마르티나에게 마주 인사하고 웃어주고.

 

어렸을 때의 첫만남이었지만 인상 깊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이정도라면 저라도 인상깊겠어요. 아아... >_< 아름다운 남자주인공 진짜 최고... 몇년전에 인사 한번 했을 뿐이지만, 만의 하나의 확률을 걸고 마르티나는 정략결혼을 자처합니다. 열심히 시골영지로 마차 타고 가게 되죠. 자, 그렇다면, 남자주인공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인상적인 경구가 있지요. 영앤핸섬리치... 잘 안알려진 시골영지의 장남으로 유망한 기사를 동생으로 두고 있다는 것만 장점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큰 착각! 실제로 만난 그는 역시 요정님 >_<!

 

영지에서의 이야기에 전작 사랑의 덫의 주인공들이 함께 나오는데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반가웠어요. 거기서는 잘나가는 기사라고 했어도 굉장히 하찮아보였는데 여기서 표현되는 걸 보니 상당히 엄청난 사람이더라고요. 그러나 역시 직접 보면 하찮고... 매력있습니다. 능력은 엄청 출중한데 인간적으로는 허물없는 스타일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친밀하게 지내는 동생 부부와는 달리 남자주인공 해럴드와의 사이는 아무래도 불편하지요. 부러운 마음이 조금 들었는데 그걸 바로 캐치하고 마르티나도 내 무릎 위에 앉겠냐고 물어보는 남자주인공. 어쩜... 잘생겼는데 상냥하다. 눈치도 빨라. 잘 웃고 다정하고 흑심도 느껴지고.... 게다가 이 성. 소박해보이지만 다 고급져요. 리치해!! 정략결혼의 도구로 키워져서 언제나 위태로운 궁정 생활을 했던 그녀에게 이 평화로운 성은 신기한 장소입니다. 사실 마르티나는 인형처럼 곱게만 키워졌을 것 같았지만, 기사들에게 엄청 집적거림을 당한 것 같더라고요. 밤놀이를 하러 가겠다느니 어쨌다느니. 세상에나! 물론 기분이 나빴고 무서웠기 때문에 어머니의 방이나 하녀의 침대로 가서 무서운 일은 당하지 않았지만요.

 

그러나 무섭기는 했어도 그게 어떤 일이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마르티나는 해럴드의 방에 밤놀이를 하러 가기로 합니다. 뭐랄까... 전화위복인가. >_<;? 인생 새옹지마?? 티엘이니까 19금 이야기가 아예 안나올 수는 없는데 그걸 감안하고 보면 해럴드가 상당히 인상 깊었어요. 다정하고. 방까지 다시 데려다주고... 다음날 앓아눕고... (?) 이런 병약 남주 처음이야!! 거기다가 관계를 가질 수 없다고... 헐.... TL인데... 실화입니까?

 

해럴드를 간호하기 위해 함께 있던 방에 해럴드를 죽이기 위한 자객이 들어오면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연결됩니다. 전체적으로 여자주인공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략결혼을 위한 인형으로 키워져서 순수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고, 노력도 많이 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서요. 게다가 귀여워요. 언제나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게 많이 느껴집니다. 이런 인물 제가 또 참 좋아하죠.

 

약간 계략남처럼 보이는 남주 또한 완전 제 취향이고요. 다정하게 웃어주는가 싶은데 사실은 심술궂은 면도 있고 여주를 놀리기도 하고 정치적인 고려도 하고. 성격이 완전 좋은 남자가 아니라는 점이 또 스트라이크 존이네요. 사랑의 덫에서 조연으로 나왔을 때도 취향이더니 역시 취향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봐요.

 

두 사람의 19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진실은 무엇인가가 궁금했는데 역시 티엘은 티엘이니까 걱정 하지는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끔 열이 오르는 것만 빼고는 아주(!) 건강해 보였거든요. 사실 결말까지 읽으며 저는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어요. 이 두 사람이 이 평화를 지키며 오래오래 평생 행복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가요. 그런데, 오래오래 함께 와는 별개로 두 사람은 잘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르티나는 의외로 강단있고 용감하고, 해럴드가 설사 먼저 죽었더라도 그는 그 상냥하고 다정하고 사려깊고 현명한 마음으로 마르티나가 끝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해놓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알마와 테오도 곁에 있으니까요. 그래도 해럴드, 부탁한다. 오래 살아줘.

 

들판에 핀 여리여리한 예쁜 풀꽃같은 달콤한 사랑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반짝반짝 순정 티엘을 보고 싶으실 때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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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합본] 평탄했으면 좋겠어 (전2권/완결)
권화록 / 누보로망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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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로맨스 카테고리로 출판되어 있지요. 개인적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 대부분 로맨스로 출판되어서 그 로맨스라는 카테고리가 작품의 내용과 평가를 좀 제한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이 작품이 바로 거기 속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작품은 로맨스가 아니라 칙릿 카테고리에 넣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소설의 한국적 변형이라고 봐요.

분량 자체는 단편입니다만 짧은 분량에서 2010년대 후반을 살아가는 이십대 여성의 연애와 결혼이야기가 생각보다 잘 들어가 있습니다. 대화와 에피소드로 충분히 표현되지요. 단지 로맨스로 보기에는 남자주인공과의 연애이야기보다는 인영의 이야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설은 친구의 결혼식에서 첫눈에 반한 남자주인공에게 솔직하게 대시하고 거침없이 연애를 시작하는 부분과 연애 2년 후 결혼과 관련하여 심경의 변화를 겪는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초반 풋풋한 연애의 시작은 다음의 문장으로 2부로 넘어갑니다.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 버리면 설레던 관계도, 두근거리는 사랑도 지루한 일상이 되어 버린다."

사실 이 소설에서 여주 인영이 결혼을 꺼리게 된 이유는 잘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진헌의 청혼에 고민을 거듭한 후 청혼을 받아들이죠. 굉장히 현실적이라 느꼈습니다. 사실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낯설어서일 수도 있고, 큰 변화가 싫을 수도 있으며 사회적으로 결혼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지요. 이렇게 명확한 이유가 없던 꺼려짐이 청혼과 청혼 수락후에 명확한 이유를 가진 문제가 발생하자 다시금 되돌아오는 것 역시 아주 현실적입니다.

남자주인공 진헌은 충분히 멋진 사람입니다. 처음에 봤을때부터 매력있었어요. 여자주인공이 처음부터 술먹고 반했다며 들이대는데 그도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것도 멋졌고, 2년이 지나 결혼을 하자고 말하는 것도 무조건 그녀의 편이 되어주겠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혼을 꺼리는 그녀를 잘 받아준 것도요. 단지 시어머니가 딸려 있지요. 재미있는 점입니다. 외국의 칙릿은 일이나 여자주인공의 가족 등 그녀 자체의 문제가 결혼을 생각하는데 주로 방해물이 되는데 이게 한국으로 넘어오니 시어머니가 결혼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네요.

결혼을 약속하고 각자의 부모님을 뵈러 가기로 한 후에 그녀는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한통 받게 됩니다. 여기서 인영이 시어머니 될 사람에게 말을 좀 덜 조심하는 게 아닌가 싶을 수 있는데 처음부터 인영은 그렇게 조심성 있는 타입의 인물로 설정되지는 않았죠. 이후 강강약약으로 작가는 그녀의 부모님 입을 통해 그녀의 캐릭터를 다시 설명합니다. 이런 캐릭터 제시방식은 괜찮았어요.

진헌의 어머니는 정말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입니다. 인영의 부모님과 너무 대조적이더라고요. 아마 그래서 인영은 더더욱 시어머니될 사람에 대한 실망을 했을 것 같아요. 이런 사람과 평생을 지내야한다니 그렇게요. 그로 인한 헤어짐으로 둘은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사랑이 그들을 다시 만나게 합니다. 그리고 현명한 두 사람의 부모님 (나머지 세분)도 거기에 일조하지요. 중간에 인영의 아버지가 결혼을 두 가문의 만남이라고 인영에게 말해주는데 이 과정을 보면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되는 마지막 부분이 좋았습니다. 음 그래 사랑, 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울고불고 역경이 있고 그런 이야기들도 무척 좋아하지만 이렇게 가벼운 터치로 그려진 보통 연인의 이야기도 좋네요. 그들의 결혼생활이 평탄하길 바랍니다. 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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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천의 얼굴 (특별외전) [BL] 천의 얼굴 3
봉블리 / 시크노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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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가 있는데 바로 시크노블입니다. 구매했던 작품들의 제목 평점과 간략리뷰를 엑셀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데 어느날보니 시크노블에서 출판한 대부분의 작품들의 평점이 다 보통이상이더라고요. 모아 보면 표지도 정말 예쁘고 글들이 다 공들인 티가 나는데다 기본적인 재미도 있어 컨택과 관리를 참 잘하는 출판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작품 천의 얼굴도 연재시부터 쭉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시크노블에서 출판되어서 반가웠어요.

천의 얼굴 본편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보았는데 특별외전이 나왔길래 바로 구입했습니다. 이 소설은 사실 다른 여타 빙의물이나 연예인물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이라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도 후기를 보면 그 점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긴 글을 특별외전까지 포함해서 쭉 동일한 스타일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스스로의 스타일에 뚝심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하셨을 때는 그게 더욱 빛을 발하죠. 이 작품이 바로 그러합니다. 글의 문체는 굉장히 조근조근 섬세한 스타일인데 내용 전개는 고집스러운 자신의 목표를 유지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게 바로 외유내강인가요.

외전도 본편과 마찬가지로 주인수의 삶이 그의 작품과 맞물려 펼쳐집니다. 보통 작품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사이드 스토리로 나오지는 않는데 특이하지요. 사실 생각해보면 이것도 글의 키워드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우가 연우의 몸에 빙의하여 그의 이야기가 소설이 된 것처럼 연우가 연기하는 작품의 이야기가 작중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나오는 것이죠.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심리상태가 작품과 맞물려 깊이를 가지며 펼쳐지는 장치이기도 하고요. 하나의 소설을 샀는데 여러개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반면 이러한 경우 소설에도, 소설내의 작품이야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천의 얼굴의 단점입니다. 두쪽 다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지가 않았어요. 소설은 연우의 작품에 얽매여 있고 사이드 스토리들도 역시 본 내용과 연결되는 주제로 서술되어야하기에 한계를 지니는 것이죠. 각기 다른 작품이었다면 다른 서술, 다른 내용, 다른 주제로도 풍성한 내용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각 이야기가 맞물리며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게 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외전에서 눈먼 무용수에 관련한 부분이 그랬습니다. 연우의 이야기를 조금 더 보고 싶었거든요. 연우가 영웅에게 영향을 주고 그를 이끌어가는 내용이 해당 영화의 이야기와 맞물려 서술되는데, 저는 연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연우는 어떤 사람인지, 무용은 어떻게 하는지가 조금 더 궁금했어요. 그리고 눈먼 무용수의 내용 자체도 조금 더 폭발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작중 내용과 분량상 한계로 줄거리 정도로 서술된 게 안타까웠고요.

그래서 저는 이 외전집 중에 제일 첫번째 외전이 가장 좋았습니다. 양우와 우종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상당히 드라마틱하고 어떤 점에서는 인물들이 모두 이렇게까지 사연이 있어야할 필요가 있나라는 인상을 주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애정이 많이 가는 외전이었어요. 우종이 불쌍하고, 죽은 형과 형수님도 슬펐습니다.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굉장히 따뜻한 사람들이었을 거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그들을 닮아 양우가 이런 사람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도 짧게 했고요. 양우에 대한 우종의 애정도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 양우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지만 관계자들이 모두 잘 처벌받은게 기뻤으며 커서의 양우의 모습과 그의 천재성은 뿌듯하고 멋지고 우종과 청장의 이야기는 웃기고도 재미있었어요.

이렇게 아주 짧은 단편안에 이런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풍부한 내용을 담은 건 작가님의 능력이지요. 인물들의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난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양우가 정말 멋져요. 사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연우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렇게 짧게짧게 비춰지는 양우에게도 눈이 가는 걸 보면 짧은 문장이나 단락으로도 인물의 매력을 잘 표현해내시는 것 같습니다.

풍성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외전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작가님의 모든 세계를 천의 얼굴에 집어넣으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 다른 작품도 기대하고 있으니 작품 많이 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크노블 출판사 분들도 좋은 작품 앞으로도 많이 선별해서 내주세요. 언제나 즐겁게 믿고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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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랑의 덫
나가타니엔 사쿠라 지음 / 시크릿노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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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타니엔 사쿠라님의 사랑의 덫입니다. 최근에 TL 피폐물을 보고 마음이 함께 피폐해졌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순정순정해지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티엘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알라딘에서 티엘 이벤트 하는 걸 꽤 사보았는데 다 일정 수준 이상이라 신기했습니다. 알라딘에서 신경써서 내는건지 출판사에서 신경써서 내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이벤트도 믿고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소설 자체로만 보자면, 역시 다음 번역서도 구매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재능이 느껴졌습니다. 씬을 자세하게 길게 써주셨으면 더 좋을텐데 라는 불만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눈에 띄는 단점이 없었습니다. 짧아서 불만이 아니라 텐션도 분위기도 내용도 잘 살린 편이라 더 더 더 길게를 외쳤는데 원하는 만큼 길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여자주인공의 심정에 포커스를 맞춰 서술한지라 남자주인공의 매력이 처음에는 그렇게 잘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만큼 여주의 심리상태는 잘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려서부터 보살피고 보살펴지며 자란 관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애정으로 발전하는지, 하녀와 영주의 차남이라는 신분 차이가 어떻게 극복되는지가 달달하게 잘 그려집니다.

 

여자주인공의 시점이 자기자신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것을 지나 결국 둘이 맺어지는 부분까지 가고 나서는 드디어 시야가 넓어지고 남자주인공의 상태 및 주변 상황이 밝혀지고 갈등이 해결되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주 1인칭의 서술 특징을 잘 살린 소설이지요. 독자가 여자주인공과 함께 답답해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다가 나중에 갈등의 해소까지 함께 겪으며 행복해지는 그런 타입의 글이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의 첫 관계가 강압적으로 그려져서 그게 좀 불만이기는 했습니다. 긴장감도 분위기도 잘 만들어진 상황이라 조금 더 길고 자세하게 그렸다면 이게 좀 덜 강압적으로 보였을텐데 그런 걸 이런 방법으로 두리뭉실하게 넘어가고 싶지는 않으셨던 것 같네요. 지켜보는 독자는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더 잘하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뒤에 나오는 씬들을 보면 훨씬 잘 쓰실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탑에 여자주인공 알마가 아니라 작가님을 가두고 씬을 늘이고픈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고뇌하고 함락당하는 여자주인공은 그렇다치고, 남자주인공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전쟁터에 나가서도 꽃을 꺽지 않은 고결한 기사, 명령하면 여자주인공을 가질 수 있는 신분임에도 그녀가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전까지 명령하지 않았던, 어려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그녀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순정 직진남이라서요. 게다가 난폭한 성격임에도 여자주인공이 때리는 건 다 맞아주고 여자주인공 말만 듣는다니 참 찾아보기 힘든 남자주인공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여주가 떠나려고 하니까 탑에 가뒀지만. 관리안된 탑의 방을 청소 완전 깨끗이 해두고 매일 제일 신경쓴 맛있는 음식 (중요) 먹이고 목욕통에 뜨거운 물 날라가며 씻기고 보살펴줬다니... 알마, 네가 굳이 싫다면 내가 대신 안되겠니.

 

게다가 테오발트의 성격이 워낙 난폭한지라 둘의 사이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부모님도 이미 그들을 인정한 상태고, 테오의 형도 그들의 이어짐을 힘껏 도와주지요. 사실 이 형도 꽤 매력적인 인물이라 (게다가 미인!!) 형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 티엘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악역 없이 두루두루 마음에 드는 인물들로 가득한 한권이었네요. 걸림돌은 오직 여주 알마의 마음뿐.

 

그렇지만,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인정한다고 해도 어려서부터 유모의 딸로 자라왔다면 신분적 간격을 무시하기 힘들었겠죠. 게다가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아이였고 심지어 여주쪽이 연상이니 더더욱 그랬을 거고요. 그런 갈등이 여주인공의 시점으로 납득이 가게 그려져서 여자주인공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이 공고한 신분사회에서 어떻게 유모의 딸과 영주의 차남을 모두가 인정해줄 수 있느냐고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그가 그렇게 멋진 기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 및 형과 사이가 좋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여자주인공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미모가 아니라 어려서부터의 노력과 마음이 그녀를 그렇게 사랑받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즐겁게 읽은 티엘이었던 것 같네요. 간만에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소녀심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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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THIRST
백희 지음 / M블루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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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표지와 줄거리만 읽고 이 소설에 기대했던 것은 치명적인 뱀파이어가 나오는 중세 할리킹 혹은 치명적인 뱀파이어가 나오며 어둑어둑한 분위기의 약피폐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머슴 뱀파이어공과 도련님 백작 수였어요.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소설이었습니다.

 

가문이 몰락하고 일을 봐주는 사람 몇명과 단촐하게 살아가는 백작 도련님이 하녀장의 성화에 못이겨 집사를 들이는데 그 집사가 바로 정착을 원하며 이 마을에 흘러들어온 지친 뱀파이어인 주인공이었습니다. 작중에 제대로 나오지는 않지만 그는 사실 덩치도 꽤 크고 힘도 강한 뱀파이어입니다. 나중에 가면 그들을 괴롭히는 뱀파이어 사냥꾼 등을 매끄럽게 사냥하는 등 앞 부분의 지쳤던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며 수를 보필하지요.

 

그렇지만 그는 원래 힘이 세서 이용당하다 죽어간 낮은 계급의 사람입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것은 고차원적인 사고나 깨달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동생 손녀의 핏줄을 죽였기 때문이었죠. 백작 노아 도련님이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오래지않아 바로 알아차릴만큼 허술하고 피를 못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욕구에 고통스러워하며 송아지를 찢는 등 야성성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것에 저항할 의지 역시 미약해보입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 미약함이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임에도 불구하고요. 갈등하고 고뇌하고 정신적으로 연약하고 육체적으로 강인하죠.

 

백작 도련님 그 자체인 노아는 햇빛 알러지가 있어서 밖에 잘 나가지 못하는 연약함에 책을 많이 읽고 마을 사람들의 조언자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아버지가 뱀파이어 옹호자라는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기에 뱀파이어를 증오할 수도 있었지만 그 이후 뱀파이어들이 사냥당하고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죠. 게다가 그는 조언자 역할을 하며 현재의 영주에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을 돕는 등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율리안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뱀파이어냐고 묻고 그를 덮어주겠다고 제안도 하고요.

 

사실 송아지는 단촐한 영지에 꽤 값나가는 재산일테고 그 재산을 피에 대한 욕구 때문에 찢어죽이고 흡혈을 하고 심장을 먹는 광경을 보았음에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긴 했지만, 노아가 율리안의 어쩔 수 없는 욕구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송아지 사건은 율리안이 노아에게 뱀파이어라는 걸 들키게 하는 장치임과 동시에 율리안의 야성성과 소설의 야만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서술이 꽤나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노아가 해결하도록 협박받는 고양이 찾기 사건에서 고양이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도 유사한 점에서 좋았습니다. 중세고딕소설의 분위기가 한껏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두 사람이 도련님과 머슴사이에서 점차 가까워지며 편해지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성적 정신적 텐션을 한껏 높여가고 있을 때 영지를 다스리던 이들이 그들을 위협하며 위기는 닥쳐옵니다.  노아는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고결하고 이상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욕심을 갖고 다가오는 인물들을 대처하는데 매우 미흡합니다. 완력으로 져서 겁탈을 당할 뻔할만큼 연약하고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들을 해결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심지어는 자신을 범하려던 남자를 사실 율리안이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인간을 죽였다며 화를 낼 정도죠. 그런 그를 위해 율리안은 노아가 쓰러져 있는 사이에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모든 이를 죽이고 이를 함구하고 노아와 함께 떠나 삶을 살아가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노아에게는 딱 맞춘 대처고, 그에게 딱 어울리는 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육체적으로 강인하지만 지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는 나약한 주인공이 고결하고 이상적인 사고를 하지만 삶을 이어나가는데는 미숙한 주인수를 만나 두 사람이 서로를 지적, 육체적, 그리고 이상적, 속물적으로 보완하며 함께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노아는 끝까지 율리안이 노아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이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입니다. 율리안은 노아의 주위를 맴돌며 영원히 야만적인 충견으로 그를 지키겠지요. 에필로그의 분위기는 밝지만 실제로 그 아래에 깔려있는 것은 율리안이 노아의 삶을 위해 뒤쪽에서 흐르게 한 무수한 검붉은 피. 그 핏빛이 매우 선명하게 눈에 그려지는 마무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피와 각오와 희생과 사랑으로,

 

그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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