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가 있는데 바로 시크노블입니다. 구매했던 작품들의 제목 평점과 간략리뷰를 엑셀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데 어느날보니 시크노블에서 출판한 대부분의 작품들의 평점이 다 보통이상이더라고요. 모아 보면 표지도 정말 예쁘고 글들이 다 공들인 티가 나는데다 기본적인 재미도 있어 컨택과 관리를 참 잘하는 출판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작품 천의 얼굴도 연재시부터 쭉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시크노블에서 출판되어서 반가웠어요. 천의 얼굴 본편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보았는데 특별외전이 나왔길래 바로 구입했습니다. 이 소설은 사실 다른 여타 빙의물이나 연예인물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이라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도 후기를 보면 그 점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긴 글을 특별외전까지 포함해서 쭉 동일한 스타일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스스로의 스타일에 뚝심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하셨을 때는 그게 더욱 빛을 발하죠. 이 작품이 바로 그러합니다. 글의 문체는 굉장히 조근조근 섬세한 스타일인데 내용 전개는 고집스러운 자신의 목표를 유지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게 바로 외유내강인가요. 외전도 본편과 마찬가지로 주인수의 삶이 그의 작품과 맞물려 펼쳐집니다. 보통 작품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사이드 스토리로 나오지는 않는데 특이하지요. 사실 생각해보면 이것도 글의 키워드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우가 연우의 몸에 빙의하여 그의 이야기가 소설이 된 것처럼 연우가 연기하는 작품의 이야기가 작중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나오는 것이죠.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심리상태가 작품과 맞물려 깊이를 가지며 펼쳐지는 장치이기도 하고요. 하나의 소설을 샀는데 여러개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반면 이러한 경우 소설에도, 소설내의 작품이야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천의 얼굴의 단점입니다. 두쪽 다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지가 않았어요. 소설은 연우의 작품에 얽매여 있고 사이드 스토리들도 역시 본 내용과 연결되는 주제로 서술되어야하기에 한계를 지니는 것이죠. 각기 다른 작품이었다면 다른 서술, 다른 내용, 다른 주제로도 풍성한 내용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각 이야기가 맞물리며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게 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외전에서 눈먼 무용수에 관련한 부분이 그랬습니다. 연우의 이야기를 조금 더 보고 싶었거든요. 연우가 영웅에게 영향을 주고 그를 이끌어가는 내용이 해당 영화의 이야기와 맞물려 서술되는데, 저는 연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연우는 어떤 사람인지, 무용은 어떻게 하는지가 조금 더 궁금했어요. 그리고 눈먼 무용수의 내용 자체도 조금 더 폭발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작중 내용과 분량상 한계로 줄거리 정도로 서술된 게 안타까웠고요. 그래서 저는 이 외전집 중에 제일 첫번째 외전이 가장 좋았습니다. 양우와 우종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상당히 드라마틱하고 어떤 점에서는 인물들이 모두 이렇게까지 사연이 있어야할 필요가 있나라는 인상을 주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애정이 많이 가는 외전이었어요. 우종이 불쌍하고, 죽은 형과 형수님도 슬펐습니다.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굉장히 따뜻한 사람들이었을 거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그들을 닮아 양우가 이런 사람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도 짧게 했고요. 양우에 대한 우종의 애정도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 양우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지만 관계자들이 모두 잘 처벌받은게 기뻤으며 커서의 양우의 모습과 그의 천재성은 뿌듯하고 멋지고 우종과 청장의 이야기는 웃기고도 재미있었어요. 이렇게 아주 짧은 단편안에 이런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풍부한 내용을 담은 건 작가님의 능력이지요. 인물들의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난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양우가 정말 멋져요. 사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연우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렇게 짧게짧게 비춰지는 양우에게도 눈이 가는 걸 보면 짧은 문장이나 단락으로도 인물의 매력을 잘 표현해내시는 것 같습니다. 풍성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외전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작가님의 모든 세계를 천의 얼굴에 집어넣으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 다른 작품도 기대하고 있으니 작품 많이 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크노블 출판사 분들도 좋은 작품 앞으로도 많이 선별해서 내주세요. 언제나 즐겁게 믿고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