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THIRST
백희 지음 / M블루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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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표지와 줄거리만 읽고 이 소설에 기대했던 것은 치명적인 뱀파이어가 나오는 중세 할리킹 혹은 치명적인 뱀파이어가 나오며 어둑어둑한 분위기의 약피폐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머슴 뱀파이어공과 도련님 백작 수였어요.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소설이었습니다.

 

가문이 몰락하고 일을 봐주는 사람 몇명과 단촐하게 살아가는 백작 도련님이 하녀장의 성화에 못이겨 집사를 들이는데 그 집사가 바로 정착을 원하며 이 마을에 흘러들어온 지친 뱀파이어인 주인공이었습니다. 작중에 제대로 나오지는 않지만 그는 사실 덩치도 꽤 크고 힘도 강한 뱀파이어입니다. 나중에 가면 그들을 괴롭히는 뱀파이어 사냥꾼 등을 매끄럽게 사냥하는 등 앞 부분의 지쳤던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며 수를 보필하지요.

 

그렇지만 그는 원래 힘이 세서 이용당하다 죽어간 낮은 계급의 사람입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것은 고차원적인 사고나 깨달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동생 손녀의 핏줄을 죽였기 때문이었죠. 백작 노아 도련님이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오래지않아 바로 알아차릴만큼 허술하고 피를 못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욕구에 고통스러워하며 송아지를 찢는 등 야성성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것에 저항할 의지 역시 미약해보입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 미약함이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임에도 불구하고요. 갈등하고 고뇌하고 정신적으로 연약하고 육체적으로 강인하죠.

 

백작 도련님 그 자체인 노아는 햇빛 알러지가 있어서 밖에 잘 나가지 못하는 연약함에 책을 많이 읽고 마을 사람들의 조언자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아버지가 뱀파이어 옹호자라는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기에 뱀파이어를 증오할 수도 있었지만 그 이후 뱀파이어들이 사냥당하고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죠. 게다가 그는 조언자 역할을 하며 현재의 영주에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을 돕는 등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율리안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뱀파이어냐고 묻고 그를 덮어주겠다고 제안도 하고요.

 

사실 송아지는 단촐한 영지에 꽤 값나가는 재산일테고 그 재산을 피에 대한 욕구 때문에 찢어죽이고 흡혈을 하고 심장을 먹는 광경을 보았음에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긴 했지만, 노아가 율리안의 어쩔 수 없는 욕구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송아지 사건은 율리안이 노아에게 뱀파이어라는 걸 들키게 하는 장치임과 동시에 율리안의 야성성과 소설의 야만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서술이 꽤나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노아가 해결하도록 협박받는 고양이 찾기 사건에서 고양이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도 유사한 점에서 좋았습니다. 중세고딕소설의 분위기가 한껏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두 사람이 도련님과 머슴사이에서 점차 가까워지며 편해지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성적 정신적 텐션을 한껏 높여가고 있을 때 영지를 다스리던 이들이 그들을 위협하며 위기는 닥쳐옵니다.  노아는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고결하고 이상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욕심을 갖고 다가오는 인물들을 대처하는데 매우 미흡합니다. 완력으로 져서 겁탈을 당할 뻔할만큼 연약하고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들을 해결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심지어는 자신을 범하려던 남자를 사실 율리안이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인간을 죽였다며 화를 낼 정도죠. 그런 그를 위해 율리안은 노아가 쓰러져 있는 사이에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모든 이를 죽이고 이를 함구하고 노아와 함께 떠나 삶을 살아가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노아에게는 딱 맞춘 대처고, 그에게 딱 어울리는 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육체적으로 강인하지만 지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는 나약한 주인공이 고결하고 이상적인 사고를 하지만 삶을 이어나가는데는 미숙한 주인수를 만나 두 사람이 서로를 지적, 육체적, 그리고 이상적, 속물적으로 보완하며 함께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노아는 끝까지 율리안이 노아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이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입니다. 율리안은 노아의 주위를 맴돌며 영원히 야만적인 충견으로 그를 지키겠지요. 에필로그의 분위기는 밝지만 실제로 그 아래에 깔려있는 것은 율리안이 노아의 삶을 위해 뒤쪽에서 흐르게 한 무수한 검붉은 피. 그 핏빛이 매우 선명하게 눈에 그려지는 마무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피와 각오와 희생과 사랑으로,

 

그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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