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투썸 투샷(A TWOSOME, TWO-SHOT) 2 (완결) [BL] 투썸 투샷(A TWOSOME, TWO-SHOT) 2
이한 / W-Beast / 2017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공수의 첫 경험으로 2권은 시작됩니다. 제임스는 공을 사랑하고 아기 병아리처럼 따라다니는 상태였지만 웨스가 왜 제임스에게 자자고 꼬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웨스의 성적 욕구가 조금 이상한 방향이라서였나 싶기도 했고. 어쨌든 그 부분은 살짝 걸렸지만 공이 워낙 뻔뻔한 인물이라 수를 홀랑 잡아먹었다는 느낌으로 읽었어요. 말로 줄줄줄 홀리더니 그냥 홀랑! 게다가 그 이후로도 계속 하자고 꼬시고 말이죠. 이런 사람 정말 위험합니다. 이게 소설이라 그렇지. 그렇지만 누구나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거 같으니 또 뭐 그러려니 읽게 되네요. 이것이 필력인가. 공이 사기꾼이고 못된 인간인데 그걸 납득가는 선에서 줄타기를 잘 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한발만 삐끗했으면 웨스가 욕을 엄청 먹었을 것 같네요.

 

그러나 그 이후 웨스 또한 수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하지요. 1권에서, 그리고 둘이 함께 살아가는 동안 웨스의 여자관계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만 제임스와 한 번 관계를 갖고 난 이후에는 뻔질나게 잠을 잔다는 것이 묘사되어 있거든요. 열심히 일하던 카우보이를 잡아먹을 수 있는 사기꾼의 체력이라니. 운동 많이 했구나 웨스. 웨스의 말에 따르면 원래 하룻밤에 최소 못해도 네 번은 하는 거래요. 과학적으로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증명된 사실이라고. 아하, 그렇구나.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선의의 거짓말 (white lie)인 건 확실합니다. 웨스랑 제임스랑 저한테... 그냥 선의의 거짓말 아니고 매우 선의...

 

그러나 영원히 편안히 사기치는 행복한 나날들만 있을 수는 없죠. 웨스의 직업이 사기꾼이라는 것은 태초부터 불행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런 웨스의 직업과 웨스의 태생이 그들에게 닥쳐올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웨스가 혼자 사느라 날 섰던 마음이 점점 누그러져 마침내 제임스에게 꽃다발을 사가려던 바로 그날 그는 뉴욕에서 악연을 가지고 도망쳤던 경찰과 맞닥뜨려 폭행을 당합니다.

 

조금이나마 누그러졌던 마음은 다시 날이 서고 감정적으로 웨스는 제임스를 사랑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 부터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치고 다니며 자기 자신이 선인이라는 것도 확실하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믿을 수가 있겠어요. 사랑도 역시 믿을 수 없겠죠. 너무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다고 제임스에게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설득도 해요. 그러면서 또 관계를 갖고. 이것만 보면 참 나쁜 공이네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바보라 할 말 안 할말을 가리지 못 하고 할 일 안 할 일 역시 못 가리던 웨스의 가족과도 같던 사람 베니가 마피아들의 싸움에 이용당해 끼게 되고 그를 도피시키려던 날 웨스에게 악의를 품은 경찰관의 고의 총격에 사망하면서 웨스의 옛날 이야기가 드러나죠. 알고보니 마피아 집안의 인물이었네요. 누나는 유명한 마피아의 첩같은 존재고.

 

결국 웨스는 손내밀고 싶지 않았던 사람에게 손내밀고 베니의 복수를 하고 떠납니다. 제임스를 감옥에 두고. 제임스가 그런 웨스의 떠남을 망연자실해했지만 - 택시기사에게 백달러를 던져주고 택시에서 내릴만큼 - 한편으로는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 좀 가슴아팠어요. 백달러도 매우 아까웠고... 제임스 전재산이 700달러였고 3개월동안 뼈빠져라 일해서 백오십 겨우 벌었는데 웨스 떠났다고 택시 기사에게 백달러를 주다니. 너무 슬프지 않나요. 두 사람은 어떻게 다시 만나 어떻게 살아갔을까 궁금하신 분은 책으로 확인하시고요. 어쨌든 해피엔딩입니다만, 아직도 아깝네요. 백달러.

 

2권에서 가장 좋았던 건 알고 보니 제임스가 완전 엄청 최고로 실력있는 카우보이였다는 겁니다. 진짜 어리버리해서 공이 쥐락펴락했던 애가 목장에서 일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던 성실한 카우보이였다니요. 갭에서 오는 매력이 막 느껴지고 웨스가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아주 좋았습니다.

 

공수가 재벌이 아니어도, 소설의 키워드가 할리킹이 아니고 그냥 소소한 재능에 이쪽저쪽 휩쓸리며 사는 소시민이라도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습니다. 이한님 다른 작품도 기대합니다. 사실 전작품 다 소장본 있지만 역시 랩핑에서 꺼내고 싶지 않아요. 하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BL] 투썸 투샷(A TWOSOME, TWO-SHOT) 1 [BL] 투썸 투샷(A TWOSOME, TWO-SHOT) 1
이한 / W-Beast / 2017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소설을 읽으면서 기본이 되는 감정선을 쭉 따라가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상황이나 가벼운 소품들이나 에피소드등을 통해 모르던 세계를 접하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 소설이었습니다. 어디선가 얼핏 보고 넘겨 워딩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유명한 문학가 중 한 사람은 자신의 작품에서 독자들이 하나라도 얻어가는 게 있어야 한다며 술 만드는 법을 세세하게 적었다고 하죠. 투썸투샷의 사기수법도 꽤 흥미진진했습니다. 시드니 셀던의 '내일이 오면 If tomorrow comes' 이후 즐겁게 읽은 사기 수법 이야기였네요. 주인공인 웨스가 주인수인 제임스와 펼치는 이인조 사기 외에도 미국 금주법 시대를 상상하며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어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위화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세계를 재구성하여 전달하는 일종의 사기꾼인데 이한님이 소설 속 세계로 트립해 웨스랑 동업하셨다면 큰 부를 이루셨을 것 같네요. 절대적으로 칭찬입니다.

 

우울한 한 인물이 있습니다. 양복을 쫙 빼입고 부유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하던 목장이 망해 도시로 온지 사흘도 아니고 세 시간도 아니고 삼십분도 안 되어 사기를 당해 가진 돈을 모두 잃고 세달간 온갖 잡일을 하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떨어진 양복을 주워입고 밀주를 파는 술집에 들어온 인물이죠. 이 소설의 주인수 지미 제임스입니다. 이 술집에서 그는 또 사기꾼에게 당해 정신을 잃고 입고 있던 양복에 그동안 모은 전재산을 또 털리고 깨어납니다. 그런 그는 바텐더의 이야기로 철도역에서 만나 자신의 전재산을 홀랑 가져간 사기꾼과 술집에서 만나 또 전재산을 홀랑 가져간 사기꾼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어떻게 사기를 두번이나 당하나 싶지만 제임스를 잘 보면 그럴만 해요. 순하고 어리버리하고 목장에 다섯살 때 팔려 그 이후 쭉 목장에서만 지내서 세상물정도 모르고 도시는 한없이 낯선 곳이었겠죠. 어쩔 수 없고 물러설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은 언제나 최악의 선택을 하곤 합니다. 항상 정신을 날카롭게 갈고 있을 수는 없는거니까요.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기꾼이자 사기꾼이자 사기꾼인 한 남자죠. 어느날 그는 길을 가다가 어린 갱들에게 맞아 쓰러져 있던 한 남자의 곁을 지나고 있었죠. 그냥 지나가고 있었을 뿐인데... 물귀신처럼 뻗어온 그 부랑자의 손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그걸 지켜보고 있던 어떤 말썽쟁이 꼬마(엄마가 연방판사인 아빠에게 혼내라고 하겠다고 소리치는)가 고래고래 동네방네 외치는 소리에 혼비백산 그를 자신의 집으로 실어가죠. 다음 날 아침 마침내 둘은 재회합니다. 볕이 잘 드는 깔끔한 어떤 집에서, 전재산을 두번 털어간 남자와 두번 털린 남자가.

 

당연히 웨스는 발뺌하고 순진한 제임스는 긴가민가 하는 사태가 펼쳐지지만 어이없게 사실이 드러나고 공은 수를 잘 꼬셔 자신의 사기메이트로 만들겠다고 결심합니다. 공의 말빨이 굉장히 좋아서 웃겼어요. 보고 있는 저도 속아넘어가겠다 싶은 그런 느낌이었네요. 공이 수를 메이트로 삼기로 결심하는 것은 수의 불치병이라는 말 때문이기도 했어요.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공의 거짓말로 만나고 수의 거짓말로 시작되는 관계가 휘황찬란합니다.

 

두 사람의 사기행각이 현란하게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꽤 좋았습니다. 에피소드들이 쭉 이어지는데 재미있는 구성방식이었어요.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고. 두 사람의 호흡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고, 제임스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느낌도 받았네요.

 

그렇지만 사기행각보다 더 눈에 들어왔던 건 웨스가 사기꾼이지만 좋은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수가 거짓말을 한 것도 왠지 알고 있었던 것 같고, 집꾸밈도 생각보다 건실하고 깔끔한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줘요. 사기 메이트가 되었다고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목욕까지 시켜주고 말이죠. 알고보면 제임스를 집으로 데리고 온 것도 그런 착한 성격의 발로였던데다가 다친 형과 집을 위해 사기쳐서 모은 돈을 내내 송금하고 있죠. 놀이공원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제임스를 놀이공원에 데려가주기도 했고, 같은 아파트의 영악한 아이와도 친하게 지내고, 고향친구라는 머리가 모자란 사람도 밀어내는 것 같지만 은근 잘 받아줍니다. 게다가 사기 치는 것도 매일매일 매우 성실합니다. 산더미 같이 쌓인 사기 편지에 내내 답장도 하고. 직업이 사기꾼이라는 것만 빼면 머리도 좋고 괜찮은 사람이네요. 물론 그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요. 이건 뭐... 미국 금주법시대 사기꾼 츤데레.

 

공의 매력도, 그런 공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는 수의 감정도 그리고 그 두 사람이 함께 다니면서 치는 사기도 굉장히 즐겁게 볼 수 있었던 한권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BL] 돌아가는 길
해단 / 피아체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엘 읽으시는 분들이 우진아 병원 가자를 한마음 한 뜻으로 부르짖게 만든 유실의 작가 해단님의 신작입니다.

 

최근 부모님과 대화하며 말이 안 통하는 이들의 사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저: 사람이 결혼하려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대화할 수 있는 상대여야하는 거 아니냐! / 가족들: 네가 그래서 애인이 없구나!) 일주일간 엄청 놀림을 받고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화는 몸의 대화면 충분하다는 사실도 알았고... 농담입니다만. 어쨌든 꼭 정치경제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깊이 알고 이해해야만 사랑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그 한 단면을 이 소설에서 볼 수 있었어요.

 

해단님의 소설에서 공수는 대부분 서로에 대한 이해가 끝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최근 해단님의 붕어빵 외전과 진램님의 소설 외전을 동시에 읽었는데 같은 알파오메가물인데도 진램님의 소설은 두 사람이 각인으로 이어지지만 해단님의 소설은 끝까지 각인이 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도 힘겨울 것임을 알려줍니다. 이 소설의 엔딩 역시 두 사람은 잘 이루어진 것 같지만 수는 일정기간 홀로 살기를 원하죠. 그리고 수가 결코 공의 집착하는 애정의 크기를 마음 깊이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받아주려고 노력은 하지만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그 사랑이 평생 이어질 거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님마다 그걸 확연히 달리 표현하시는 게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해단님이 이 소설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가 참 궁금했어요. 과연 이러한 엇갈리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해단님이 창조해내시는 특유의 공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펼쳤습니다.

 

노아는 하수구구멍에 떨어지는 사고로 차원이동을 한 인물입니다. 사고의 내용이 개그의 소재로 쓰이기 쉽지만 실제로 노아의 일기나 이후 노아의 삶을 보면 우연히 드래곤을 만나 차원이동 후에도 평탄한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외롭고 우울한 심리상태로 표현됩니다. 개그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더 마음 아프달까요. 작가님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아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할 즈음 살던 곳에서 나갔다가 주워온 아이가 바로 클로이, 이 소설의 공입니다. 연하공 연상수 키워드죠.

 

이세계에 떨어져 되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대신 정을 붙이고 살 수 있게 된 존재를 만난 그는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하다가도 점점 정을 붙이게 되고 결국에는 다시 차원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클로이를 데리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드래곤으로 인해 두 사람은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노아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요.

 

그러나 이때 흥미로운 점은 노아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클로이를 생각하며 괴로워한다는 것입니다. 타인과의 관계는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과 맞물린다는 느낌이지요. 결국 그는 또한번 차원이동을 하게 되는데 부모님을 포기하지 못했던 전의 이동과는 다르게 부모님과는 별개인 자신의 인생을 생각해나가죠. 재차원이동으로 부모님에의 미련과 클로이와의 나이차이를 동시에 해결한 것은 좋은 해결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아가 이렇게 부모님-클로이를 거쳐 자신에게 집중하는 반면 클로이는 노아와 완전히 다른 루트를 걷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클로이는 그야말로 고양이였고 다른 이들을 거부하던 인물이었지만 노아와 시간을 보내면서는 그에게 단 한 사람이 되기 위해 영악하게 안기고 뽀뽀받고 애정을 갈구합니다. 그리고 노아가 원래 세상으로 간 이후에는 그를 세계로 다시 불러오기 위해 황제가 되고 전쟁을 일으키며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세상의 마법진을 모두 없애려하죠. 인생의 목표가 오직 노아와 함께 있는 것뿐인 느낌입니다.

 

클로이는 능력이 출중한 천재이자 황제이죠. 마법진을 없애기 위한 전쟁에서는 모두 이길 정도로 먼치킨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직 노아. 노아. 그리고 노아입니다.

 

사실 클로이가 수를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나오지는 않습니다. 어렸을 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애정을 받은 것 뿐으로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죠. 그리고 굉장히 떼쟁이에 어리게 느껴지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일반적으로 어른스러운 인물들을 좋아하니까요.

 

최근에 제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연하공 작품을 구매했는데 고백하자면, 읽다 덮었어요. 공이 십대초반인데 열살에서 나올 수 없는 대화를 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위화감이 심해서 볼 수가 없더라고요. 묘사는 어른스럽다고 되어 있는데 대화는 작위적인 어린아이 느낌이 났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클로이는 노아에게 그렇게 떼를 쓰는데도 나이에 안맞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해단님은 모든 것이 용인되도록 하는 인물을 창조하는데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한편으로 이것은 클로이가 노아에게 정말로 집착하고 노아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그것은 노아가 클로이에게 준 사랑이 이유겠죠. 클로이에게 하는 것을 보면 노아가 마음이 곧고 따뜻한 인물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또한 그는 특출나게 곧거나 따뜻한 편은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일 뿐이에요. 그의 따뜻함은 클로이가 무해해보이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다른 존재였다면 클로이에게처럼 대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느낌이 드는 평범한 따뜻함일 뿐입니다. 클로이가 오직 자기 자신의 무게를 가볍게 해서 노아가 쉽게 들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마법을 쓰는 것, 노아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로 자신의 눈색깔을 고정한 것도 그것을 클로이가 느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노아가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은 공이 수에게 매달리게 하는 점입니다. 클로이가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였어도 노아는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니까요. 상대방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고 싶은데 그게 아니었을 수 있다는 점, 그 상대방이 변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결국 노아의 이 평범함은 공을 외롭게도 불안하게도 하는 요소가 되는거죠. 모든 것을 가진 공이 왜 수에게 매달리는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불안이 일종의 도화선이 되는 거겠죠.

 

저는 이런 구도를 참 좋아합니다. 차원이동으로 모든 것을 원래 세상에 두고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으나 마음은 충분한 수와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졌지만 마음속에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지닌 공.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던 노아의 결핍이 클로이를 만나게 하고 클로이의 결핍이 노아를 사랑하고 집착하도록 하는 것. 두 사람의 세계에서 명확히 클로이가 모든 점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지만 노아는 홀로 살아가려 마음먹고 실행할 수 있을만큼 자신의 길을 걷는 인물이며 클로이는 노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은 소설 속에 흩뿌려져 있다가 교차하고 합쳐지며 공수의 우위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클로이의 불안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불어 그의 사랑도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아는 그런 클로이의 불안을 모두 채워줄 수는 없을 것 입니다. 그것은 클로이의 문제니까요. 단지 노아는 평생 클로이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평생 노력할 수 있을만큼 클로이에게 물렁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나름 단단한 인물이니까요.

 

두 사람이 불안함 가운데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는 것. 그것이 해단님이 보여주는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언어가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나고 자란 차원, 가치관이 모두 달라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관계에서도 둘이 함께 하는 것.

 

이번 작품을 보니 해단님의 다른 작품도 기대하게 됩니다. 결핍과 사랑과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도 계속 사게 될 것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세트] [BL] 갈애(渴愛) (외전 포함) (총3권/완결)
이한 / W-Beast / 2017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밀애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키려고 하는 수와 공의 은밀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갈애는 갈 수 없는 길을 가려는 수와 공의 집착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밀애의 주인공이 조금 더 취향이라 밀애쪽을 조금 더 즐겁게 읽었습니다만 갈애도 굉장히 좋았어요. 갈애는 밀애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므로 밀애를 먼저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밀애를 읽으며 하일록과 여중희가 붙는 의자씬을 정말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저도 전형적인 취향이라. 모든 이들에게 강하고 수용소를 힘으로 지배하는 하일록이 자신의 한주먹거리도 안될 여중희에게 맞는 장면이었죠. 죽은 듯이 누워서 고스란히 얻어터지다가 졸개들이 여중희를 때리려고 하자 짐승같이 손대지말라고 고함지르는.

 

그래서 이 둘의 사랑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두 사람 사이의 애와 증이 사랑이 될 것인지.

 

여중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에는 너무나 나약한 인물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 빼고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에는 체력도 기술도 부족하고요. 그가 가진 것은 오직 자유에 대한 갈망. 그러나 그가 갈망하는 것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자신만 헛된 희망을 품고 있을 뿐이죠.

 

하일록은 폭력만을 아는 인물입니다. 여중희의 폭력을 받아주며 자신의 사랑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약탈하는 방법밖에는 모르기에 몸과 더불어 마음까지도 약탈하려고 하지요. 약탈과 구속은 여중희가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것이기에 그들은 어쩌면 서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곳은 상록원. 외재적으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는 장소입니다. 세계는 이미 멸망했고 그들은 섬에 갇혔으니까요. 하일록에 대한 원한과 복수에 얽혀 여중희는 그 사실을 알게 되죠. 남몰래 가지고 있던 타인에 대한 애정도 부서지고 자유에 대한 갈망도 깨지면서 결국 여중희는 무너집니다. 그러나 사실 자유란 장소에 한정된 게 아니죠. 여중희는 내내 섬에 없는 곳을 갈망했지만 결국 핵심은 그 뒤편의 '진실이 너를 자유롭게 한다' 였던 것입니다.

 

결국 그는 진실을 알고, 자신이 만든 지옥에서 벗어나며 진정한 자유를 체화합니다. 스스로가 만든 결핍에서 벗어나 결국 자신의 갈망을 이룬거죠. 그리고 하일록의 허기를 채워줍니다. 훌륭한 마무리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세트] [BL] 밀애(密愛) (총4권/완결)
이한 / W-Beast / 2016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 스포일러 없이는 리뷰를 쓸 수 없을 것 같지만 최대한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혹시 모르니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패스를 해주세요.

 

리뷰를 쓰기 전에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써야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요. 음, 첫 시작은 이렇게 하죠. 저는 사실 이 소설에 대해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이한님의 소설을 거의 모두 다 소장본으로 가지고 있지만요. 이 밀애도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구입했고 좋다는 평가를 보기는 했지만 왠지 손이 안 갔어요. 전작을 읽었을 때 문체가 상당히 특이해서 각을 잡고 읽어야한다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게다가 피폐한 시대, 배경은 수용소, 인물들은 떼로 나오는 거친 남자들이라니. 제 취향과는 몇억광년쯤 떨어져 있는 소재였습니다. 그래서 진짜 기대하지 않고 이북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소장본을 파본검사만 한 채 OPP 봉투안에 봉인해둔 예전의 저를 존경합니다. 앞으로도 풀지 않고 곱게 모셔둘 생각이에요. 닳거나 떨어뜨리거나 손때가 묻을 수도 있으니까요. 취향과는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인상적일 수도 있나 싶습니다. 역시 필력과 이야기의 힘이란 모든 걸 넘어섭니다. 가독성도 굉장히 좋네요. 문체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비록 며칠을 꼼짝 못할 정도로 안타깝고 우울했지만 정말로 좋았습니다. 꼭 읽어보아야할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알 수 없는 시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모를, 벌써 몇년간 물자 공급선이 오지 않는 고립되어 있는 수용소. 진급을 위해서라면 아내도 팔아넘길 냉혈한 매부가 관리하는 곳, 의무실의 침대에서 산은 눈을 뜹니다. 자신이 왜 여기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죠. 그리곤 다짜고짜 곤봉을 휘두르는 간수, 몸상태에 대해 질문하는 의사,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수용소의 책임자라는 소령, 별칭 매부를 만나고 불안함에 떨며 운좋게 자신을 데리러 온 방 동료를 만나 방으로 돌아가요. 방에서 만난 건 특기 덕분에 특권수에 속한다는 동료들이죠.

 

산이 왜 기억을 잃었는지 여긴 어디인지 무슨 상황인지 산의 시점으로 전개되기에 저도 함께 혼란스러웠습니다. 지위를 가지고 있거나 (소령), 힘을 가지고 있는 (하일록) 사람들을 두려워도 하고 불안해도 하면서 수용소의 나날들이 흘러갑니다. 기억상실과 산의 불안감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그러던 중에 산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다른 수용소에서 만났던 남자에 대해서. 그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찾고, 잃어버리고, 오해를 하고,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까지 모두. 그러나.

 

이야기의 전말은 가장 마지막에 주인공과 산이 함께 했던 과거를 통해 짧게 서술됩니다.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비극은 내재되어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중에서도 나오죠. '원래 예민한 성정이었다'. 어머니의 태내에 쌍둥이 여동생이 함께 잉태되었던 것과 함께.

 

사랑했던 남자의 소식을 알기 위해 외부로 편지를 전달하다가 발각된 후 있었던 소령과 산의 면담에서 소령은 '교정기관은 재소자를 극단적인 절망으로 떨어뜨려서는 안되고 항상 희망이라는 출구를 남겨놓아야 한다.' 고 말합니다. 소령은 그러기 위해 공들여 수용소를 휘두르죠. 그런 시간 속에서 산의 희망은 주인공의 보호를 받으며 죽고 또 다시 태어납니다. 손에 쥔 것은 놓아버린채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키고 또 돌이키려고. 결국 다시 돌아온, 관계의 가장 처음과 유사한 상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이 행복하길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입니다. 희망을 남겨놓기 위한 아슬아슬한 주인공의 줄타기 속에서 산의 사랑과 희망은 계속 돌이켜지겠죠. 사실 이 이야기는 산의 기억상실이나 과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결국 슬퍼 보이기도, 웃는 것 같기도 한 미묘한 표정을 보이게 된 사람에 대한, 힘겨운 나날들 속에서 그와 그의 삶을 위해 벽과 철조망을 쌓고 지켜보고 희망을 통제하는 버림받은 주인공의 은밀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죠.

 

그리하여, 밀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