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돌아가는 길
해단 / 피아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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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 읽으시는 분들이 우진아 병원 가자를 한마음 한 뜻으로 부르짖게 만든 유실의 작가 해단님의 신작입니다.

 

최근 부모님과 대화하며 말이 안 통하는 이들의 사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저: 사람이 결혼하려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대화할 수 있는 상대여야하는 거 아니냐! / 가족들: 네가 그래서 애인이 없구나!) 일주일간 엄청 놀림을 받고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화는 몸의 대화면 충분하다는 사실도 알았고... 농담입니다만. 어쨌든 꼭 정치경제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깊이 알고 이해해야만 사랑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그 한 단면을 이 소설에서 볼 수 있었어요.

 

해단님의 소설에서 공수는 대부분 서로에 대한 이해가 끝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최근 해단님의 붕어빵 외전과 진램님의 소설 외전을 동시에 읽었는데 같은 알파오메가물인데도 진램님의 소설은 두 사람이 각인으로 이어지지만 해단님의 소설은 끝까지 각인이 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도 힘겨울 것임을 알려줍니다. 이 소설의 엔딩 역시 두 사람은 잘 이루어진 것 같지만 수는 일정기간 홀로 살기를 원하죠. 그리고 수가 결코 공의 집착하는 애정의 크기를 마음 깊이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받아주려고 노력은 하지만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그 사랑이 평생 이어질 거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님마다 그걸 확연히 달리 표현하시는 게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해단님이 이 소설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가 참 궁금했어요. 과연 이러한 엇갈리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해단님이 창조해내시는 특유의 공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펼쳤습니다.

 

노아는 하수구구멍에 떨어지는 사고로 차원이동을 한 인물입니다. 사고의 내용이 개그의 소재로 쓰이기 쉽지만 실제로 노아의 일기나 이후 노아의 삶을 보면 우연히 드래곤을 만나 차원이동 후에도 평탄한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외롭고 우울한 심리상태로 표현됩니다. 개그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더 마음 아프달까요. 작가님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아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할 즈음 살던 곳에서 나갔다가 주워온 아이가 바로 클로이, 이 소설의 공입니다. 연하공 연상수 키워드죠.

 

이세계에 떨어져 되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대신 정을 붙이고 살 수 있게 된 존재를 만난 그는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하다가도 점점 정을 붙이게 되고 결국에는 다시 차원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클로이를 데리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드래곤으로 인해 두 사람은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노아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요.

 

그러나 이때 흥미로운 점은 노아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클로이를 생각하며 괴로워한다는 것입니다. 타인과의 관계는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과 맞물린다는 느낌이지요. 결국 그는 또한번 차원이동을 하게 되는데 부모님을 포기하지 못했던 전의 이동과는 다르게 부모님과는 별개인 자신의 인생을 생각해나가죠. 재차원이동으로 부모님에의 미련과 클로이와의 나이차이를 동시에 해결한 것은 좋은 해결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아가 이렇게 부모님-클로이를 거쳐 자신에게 집중하는 반면 클로이는 노아와 완전히 다른 루트를 걷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클로이는 그야말로 고양이였고 다른 이들을 거부하던 인물이었지만 노아와 시간을 보내면서는 그에게 단 한 사람이 되기 위해 영악하게 안기고 뽀뽀받고 애정을 갈구합니다. 그리고 노아가 원래 세상으로 간 이후에는 그를 세계로 다시 불러오기 위해 황제가 되고 전쟁을 일으키며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세상의 마법진을 모두 없애려하죠. 인생의 목표가 오직 노아와 함께 있는 것뿐인 느낌입니다.

 

클로이는 능력이 출중한 천재이자 황제이죠. 마법진을 없애기 위한 전쟁에서는 모두 이길 정도로 먼치킨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직 노아. 노아. 그리고 노아입니다.

 

사실 클로이가 수를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나오지는 않습니다. 어렸을 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애정을 받은 것 뿐으로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죠. 그리고 굉장히 떼쟁이에 어리게 느껴지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일반적으로 어른스러운 인물들을 좋아하니까요.

 

최근에 제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연하공 작품을 구매했는데 고백하자면, 읽다 덮었어요. 공이 십대초반인데 열살에서 나올 수 없는 대화를 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위화감이 심해서 볼 수가 없더라고요. 묘사는 어른스럽다고 되어 있는데 대화는 작위적인 어린아이 느낌이 났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클로이는 노아에게 그렇게 떼를 쓰는데도 나이에 안맞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해단님은 모든 것이 용인되도록 하는 인물을 창조하는데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한편으로 이것은 클로이가 노아에게 정말로 집착하고 노아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그것은 노아가 클로이에게 준 사랑이 이유겠죠. 클로이에게 하는 것을 보면 노아가 마음이 곧고 따뜻한 인물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또한 그는 특출나게 곧거나 따뜻한 편은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일 뿐이에요. 그의 따뜻함은 클로이가 무해해보이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다른 존재였다면 클로이에게처럼 대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느낌이 드는 평범한 따뜻함일 뿐입니다. 클로이가 오직 자기 자신의 무게를 가볍게 해서 노아가 쉽게 들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마법을 쓰는 것, 노아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로 자신의 눈색깔을 고정한 것도 그것을 클로이가 느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노아가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은 공이 수에게 매달리게 하는 점입니다. 클로이가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였어도 노아는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니까요. 상대방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고 싶은데 그게 아니었을 수 있다는 점, 그 상대방이 변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결국 노아의 이 평범함은 공을 외롭게도 불안하게도 하는 요소가 되는거죠. 모든 것을 가진 공이 왜 수에게 매달리는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불안이 일종의 도화선이 되는 거겠죠.

 

저는 이런 구도를 참 좋아합니다. 차원이동으로 모든 것을 원래 세상에 두고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으나 마음은 충분한 수와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졌지만 마음속에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지닌 공.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던 노아의 결핍이 클로이를 만나게 하고 클로이의 결핍이 노아를 사랑하고 집착하도록 하는 것. 두 사람의 세계에서 명확히 클로이가 모든 점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지만 노아는 홀로 살아가려 마음먹고 실행할 수 있을만큼 자신의 길을 걷는 인물이며 클로이는 노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은 소설 속에 흩뿌려져 있다가 교차하고 합쳐지며 공수의 우위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클로이의 불안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불어 그의 사랑도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아는 그런 클로이의 불안을 모두 채워줄 수는 없을 것 입니다. 그것은 클로이의 문제니까요. 단지 노아는 평생 클로이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평생 노력할 수 있을만큼 클로이에게 물렁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나름 단단한 인물이니까요.

 

두 사람이 불안함 가운데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는 것. 그것이 해단님이 보여주는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언어가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나고 자란 차원, 가치관이 모두 달라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관계에서도 둘이 함께 하는 것.

 

이번 작품을 보니 해단님의 다른 작품도 기대하게 됩니다. 결핍과 사랑과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도 계속 사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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