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으면서 기본이 되는 감정선을 쭉 따라가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상황이나 가벼운 소품들이나 에피소드등을 통해 모르던 세계를 접하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 소설이었습니다. 어디선가 얼핏 보고 넘겨 워딩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유명한 문학가 중 한 사람은 자신의 작품에서 독자들이 하나라도 얻어가는 게 있어야 한다며 술 만드는 법을 세세하게 적었다고 하죠. 투썸투샷의 사기수법도 꽤 흥미진진했습니다. 시드니 셀던의 '내일이 오면 If tomorrow comes' 이후 즐겁게 읽은 사기 수법 이야기였네요. 주인공인 웨스가 주인수인 제임스와 펼치는 이인조 사기 외에도 미국 금주법 시대를 상상하며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어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위화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세계를 재구성하여 전달하는 일종의 사기꾼인데 이한님이 소설 속 세계로 트립해 웨스랑 동업하셨다면 큰 부를 이루셨을 것 같네요. 절대적으로 칭찬입니다.
우울한 한 인물이 있습니다. 양복을 쫙 빼입고 부유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하던 목장이 망해 도시로 온지 사흘도 아니고 세 시간도 아니고 삼십분도 안 되어 사기를 당해 가진 돈을 모두 잃고 세달간 온갖 잡일을 하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떨어진 양복을 주워입고 밀주를 파는 술집에 들어온 인물이죠. 이 소설의 주인수 지미 제임스입니다. 이 술집에서 그는 또 사기꾼에게 당해 정신을 잃고 입고 있던 양복에 그동안 모은 전재산을 또 털리고 깨어납니다. 그런 그는 바텐더의 이야기로 철도역에서 만나 자신의 전재산을 홀랑 가져간 사기꾼과 술집에서 만나 또 전재산을 홀랑 가져간 사기꾼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어떻게 사기를 두번이나 당하나 싶지만 제임스를 잘 보면 그럴만 해요. 순하고 어리버리하고 목장에 다섯살 때 팔려 그 이후 쭉 목장에서만 지내서 세상물정도 모르고 도시는 한없이 낯선 곳이었겠죠. 어쩔 수 없고 물러설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은 언제나 최악의 선택을 하곤 합니다. 항상 정신을 날카롭게 갈고 있을 수는 없는거니까요.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기꾼이자 사기꾼이자 사기꾼인 한 남자죠. 어느날 그는 길을 가다가 어린 갱들에게 맞아 쓰러져 있던 한 남자의 곁을 지나고 있었죠. 그냥 지나가고 있었을 뿐인데... 물귀신처럼 뻗어온 그 부랑자의 손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그걸 지켜보고 있던 어떤 말썽쟁이 꼬마(엄마가 연방판사인 아빠에게 혼내라고 하겠다고 소리치는)가 고래고래 동네방네 외치는 소리에 혼비백산 그를 자신의 집으로 실어가죠. 다음 날 아침 마침내 둘은 재회합니다. 볕이 잘 드는 깔끔한 어떤 집에서, 전재산을 두번 털어간 남자와 두번 털린 남자가.
당연히 웨스는 발뺌하고 순진한 제임스는 긴가민가 하는 사태가 펼쳐지지만 어이없게 사실이 드러나고 공은 수를 잘 꼬셔 자신의 사기메이트로 만들겠다고 결심합니다. 공의 말빨이 굉장히 좋아서 웃겼어요. 보고 있는 저도 속아넘어가겠다 싶은 그런 느낌이었네요. 공이 수를 메이트로 삼기로 결심하는 것은 수의 불치병이라는 말 때문이기도 했어요.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공의 거짓말로 만나고 수의 거짓말로 시작되는 관계가 휘황찬란합니다.
두 사람의 사기행각이 현란하게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꽤 좋았습니다. 에피소드들이 쭉 이어지는데 재미있는 구성방식이었어요.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고. 두 사람의 호흡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고, 제임스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느낌도 받았네요.
그렇지만 사기행각보다 더 눈에 들어왔던 건 웨스가 사기꾼이지만 좋은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수가 거짓말을 한 것도 왠지 알고 있었던 것 같고, 집꾸밈도 생각보다 건실하고 깔끔한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줘요. 사기 메이트가 되었다고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목욕까지 시켜주고 말이죠. 알고보면 제임스를 집으로 데리고 온 것도 그런 착한 성격의 발로였던데다가 다친 형과 집을 위해 사기쳐서 모은 돈을 내내 송금하고 있죠. 놀이공원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제임스를 놀이공원에 데려가주기도 했고, 같은 아파트의 영악한 아이와도 친하게 지내고, 고향친구라는 머리가 모자란 사람도 밀어내는 것 같지만 은근 잘 받아줍니다. 게다가 사기 치는 것도 매일매일 매우 성실합니다. 산더미 같이 쌓인 사기 편지에 내내 답장도 하고. 직업이 사기꾼이라는 것만 빼면 머리도 좋고 괜찮은 사람이네요. 물론 그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요. 이건 뭐... 미국 금주법시대 사기꾼 츤데레.
공의 매력도, 그런 공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는 수의 감정도 그리고 그 두 사람이 함께 다니면서 치는 사기도 굉장히 즐겁게 볼 수 있었던 한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