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고개] 소중애 글 오정택 그림 비룡소 출판 옛날 옛적... 가난하지만 어머니를 잘 모시는 착한 총각이 있었습니다. 총각이 착해서 하늘이 복을 내리려는지... 맛있는 단물을 발견하게 되었고 단물을 이용하여 돈을 벌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돈을 벌게 되면서 착한 총각은 점점 변해갔습니다. 풍요로운 물질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하게 만드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옛이야기 한 편이네요. 그리고 물질만능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다시한번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구요. 단물로 돈을 버는 것에 정신을 빼앗긴 총각이 정성껏 모시던 어머니를 등한히 하는 것을 보면 현대 사회에서 횡행하는 패륜적인 행동들과도 일맥상통하는 듯 해요. 과한 욕심을 부린 총각은 결국 단물샘을 잃고 어머니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요. 책말미에 보면 이 이야기는 천안시에 전해 내려오는 <술고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가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재를 단물로 바꾸어 창작한 이야기라고 하네요. 단물(술)의 중독성과 물질의 중독성은 많은 부분이 닮은 듯 해서 더 의미있게 읽혀졌답니다. 책이 전해주는 내용의 교훈성도 좋았지만... 이렇게 예쁜 옛이야기 책은 처음 접해봐요. 정말 옛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투박한 종이재질에 세가지 정도의 색상만으로 그림이 표현되었어요. 한지에 색번짐같은 느낌이 있어서 어떻게 그린걸까 궁금했는데... 다색석판화기법을 응용했다고 하네요. 미술엔 문외한이라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어쨌든 그림들이 참 특별해요. 겉표지의 붉은 부분은 천 재질로 옛날 고서 제본 같은 느낌이예요. 아이들도 책이 예뻐서 더 손이 가는 듯 합니다.
<동물들이 살아있는 미술관 이야기> 제목부터 특별한 이 책은 출간 소식을 접한 이후 부터 내내 마음에 두고 있었던 책이랍니다. 동물을 소재, 혹은 주제로한 세계 여러 나라의 미술작품들이 쭈욱 나오는 이 책의 매력은 언뜻 보기엔 참 단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인류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그리 단순할 수만은 없겠지요. 초창기 인류의 역사는 자연을 극복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물 역시 유약한 인간에게는 극복해야 하는 자연의 일부였구요. 인류보다 힘이 센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었고... 동물들 역시 그런 위치를 점하며 표현되었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영악해진 인류에 의해 자연과 그 일부인 동물들은 인간들의 소유물처럼 폄하되어 표현하기에 이르릅니다. 자연은 위대하지만 무섭고 공포스런 존재만은 아니지요. 어느정도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대상인 것입니다. 소위 말해 만만해 진 게지요.ㅋㅋ 그래서...이제 동물들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하고 놀림감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미술 작품으로 인류의 역사속에 숨어들게 되는 거지요. 이 책은 그런 미술 작품을 통해 그 안에 녹아있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는 그런 책인 듯 합니다. 각 나라들이나 동서양의 미술작품들의 차이점을 발견하면서 동물에 대한 각 나라, 동서양의 관점을 알아 볼 수도 있구요. 책말미엔 각 작품에 얽힌 짤막한 설명이 덧붙여 있어서 미술에 문외한인 저도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답니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은 그냥 멋진 미술작품들을 눈으로 즐겁게 감상할 뿐이지만... 좀 더 크면 동물을 주제로한 미술 작품 속에 표현된 인류의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겠지요.
표지부터 볼까요? 콧수염 그려진 토끼가 방긋 웃으며 한 손엔 당근을 들고 등엔 대걸레를 매고 흡사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고 있네요. 이 책의 유쾌함이 그대로 표현된 표지 그림이지요.^^ 책의 그림 구성은 어떨까요? 그림책이라기 보다는 흡사 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페이지마다 그림의 장면 하나하나를 표현했네요. 등장인물들의 표정 표현 역시 만화책같은 느낌이지요. 더 재미있는 건 작가만의 유머가 그림 구석구석 숨어 있다는 거예요. 이를 테면 토끼가 마을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청소부 토끼의 모습 역시 고생의 흔적이 역력해 진다는 것이지요. 치아의 갯수가 점점 적어지면서욤...ㅋㅋ 이 책의 가장 큰 구성상의 장점은 서술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글뿐만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그림과 글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고나 할까요.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다가 적절한 순간에 글이 나와서 이야기를 이어받지요. 그러다가 다시 그림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구요. 이제 내용을 볼까요? 청소부 토끼는 어느 날 달빛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요. 촌장할아버지는 마을회의를 소집하고...청소부 토끼는 달을 청소하러 가게 되지요. 과학자 토끼들이 달에 가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번번이 실패합니다. 하지만...드디어 청소부 토기는 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촌장할아버지에게 편지 한장을 보내 지요. 달은 무척 깨끗하고 살기 좋다구요. 청소부 토끼의 편지를 받은 촌장할아버지는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되지요. 그게 뭘까요? 이 책의 만화적인 상상력이 가장 발휘되는 부분이 또 이 마지막 결말 부분이지요. 전...아주 평범하게... <아...그래서 토끼들이 지구를 청소하려나 보다. 환경보호의 메세지를 담은 그림책이로구나...>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토끼가 지구를 떠난다는 결말은 SF공상과학만화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랬습니다. 참신한 결말이었다고나 할까요? ㅋㅋ 책 말미에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보니... 공대를 다니다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네요. 공대를 다닌 이력 때문에 이런 결말이 나온 게 아닌가 나름 추측도 해 보았습니다. 이 책의 그림은 전부 펜으로 그렸다고 하네요. 펜 하나하나로 색을 입히는 과정이 무척 섬세하면서도 정성이 많이 들어갔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들과 좀 소원해져서 책읽기가 힘들었다지요. 이 녀석이 엄마랑 같이 책을 읽으려고 하질 않는 거예요. 그런 상황을 돌파하게 해 준 책이라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의 눈에도 이 책의 유머가 유쾌한 모양입니다.^^
<<어떤 고백>> 이 책은 아이들 책 작가로 유명한 김리리 선생님의 첫번째 청소년 소설입니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순수하고, 아이라고 하기엔 알 것 모를 것 어느정도 아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동화책만 쓰셨던 분이 <어떤 고백>을 하셨을지 참 궁금했습니다. 쓱 훑어보니 대충 여섯편으로 이루어진 청소년 연애담이더라구요.ㅋㅋ 남의 연애사 듣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있어야지요. 일단 <고백>을 듣는 부담감이 확 사라지면서 아주 편한 마음으로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근데 참...이상하지요? 낯선 이 이야기들이, 책속에 나오는 아이들이 읽을수록 친숙해지고 어디선가 보았던, 느꼈던 알고 있었던 그런 일들처럼 다가왔습니다.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잠시...뭘까 하고 있다가...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어떤 고백>의 이야기들이 나의 중학교 시절, 여고시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잊고 지내던 내 학창시절의 연애담이며, 그 시절의 고백이었다고나 할까요. 여섯편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문>과 <나를 위한 노래>입니다. <문>을 읽으면서는 내내 가슴이 따끔거리고 아팠습니다. 일명 왕따문화속에서 황폐하게 크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고, 현실에선 끝내 서로 화해하지 못한 유리와 진아가 불쌍해서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를 위한 노래>는 얼핏 연애담 같으면서도 결국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아이들의 섬세한 마음과 노력이 느껴져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싶어서... 여고시절의 비슷한 경험들이 떠올라서...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이야기입니다. 입시에 지치고, 현실에 눌리고... 꽉 막혀서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아이들이 답답함이... <어떤 고백>속에서 조금이나마 공감을 형성하며 위로받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에 대해선... 학교다닐 때부터 참 많이 배워왔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은 그냥 자동적으로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에 대한 이론 중에 하나가 이미지(심상)에 관한 것이지요. 인간의 어떤 감각기관에 호소하느냐에 따라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촉각적,미각적,공감각적 이미지로 분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말놀이에 대한 이론들도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동음이의어를 이용해 해학적인 특징을 가지기도 하고, 같은 음운이나 단어를 반복하면서 말의 재미를 더하는 방법 등이 있었습니다. 뭐...어쨌든...시는...참 어려운 장르였습니다. 동시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심오하고 어려운 시들이 알록달록 예쁜 색깔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말놀이 시라는 게 아무래도 음운이나 단어의 반복에 의한 리듬감에 더 친숙하고, 그래서 소리로 인식되어지는데... 이 책에서는 일곱색깔의 무지개빛 색상으로, 그림으로 나타납니다. 기존의 말놀이 시들이 그래서 연령대가 좀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읽히기 좋았다면 이 책은 좀 더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고운 무지개빛 동시의 말놀이 향연에 푹 빠져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