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부터 볼까요? 콧수염 그려진 토끼가 방긋 웃으며 한 손엔 당근을 들고 등엔 대걸레를 매고 흡사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고 있네요. 이 책의 유쾌함이 그대로 표현된 표지 그림이지요.^^ 책의 그림 구성은 어떨까요? 그림책이라기 보다는 흡사 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페이지마다 그림의 장면 하나하나를 표현했네요. 등장인물들의 표정 표현 역시 만화책같은 느낌이지요. 더 재미있는 건 작가만의 유머가 그림 구석구석 숨어 있다는 거예요. 이를 테면 토끼가 마을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청소부 토끼의 모습 역시 고생의 흔적이 역력해 진다는 것이지요. 치아의 갯수가 점점 적어지면서욤...ㅋㅋ 이 책의 가장 큰 구성상의 장점은 서술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글뿐만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그림과 글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고나 할까요.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다가 적절한 순간에 글이 나와서 이야기를 이어받지요. 그러다가 다시 그림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구요. 이제 내용을 볼까요? 청소부 토끼는 어느 날 달빛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요. 촌장할아버지는 마을회의를 소집하고...청소부 토끼는 달을 청소하러 가게 되지요. 과학자 토끼들이 달에 가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번번이 실패합니다. 하지만...드디어 청소부 토기는 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촌장할아버지에게 편지 한장을 보내 지요. 달은 무척 깨끗하고 살기 좋다구요. 청소부 토끼의 편지를 받은 촌장할아버지는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되지요. 그게 뭘까요? 이 책의 만화적인 상상력이 가장 발휘되는 부분이 또 이 마지막 결말 부분이지요. 전...아주 평범하게... <아...그래서 토끼들이 지구를 청소하려나 보다. 환경보호의 메세지를 담은 그림책이로구나...>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토끼가 지구를 떠난다는 결말은 SF공상과학만화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랬습니다. 참신한 결말이었다고나 할까요? ㅋㅋ 책 말미에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보니... 공대를 다니다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네요. 공대를 다닌 이력 때문에 이런 결말이 나온 게 아닌가 나름 추측도 해 보았습니다. 이 책의 그림은 전부 펜으로 그렸다고 하네요. 펜 하나하나로 색을 입히는 과정이 무척 섬세하면서도 정성이 많이 들어갔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들과 좀 소원해져서 책읽기가 힘들었다지요. 이 녀석이 엄마랑 같이 책을 읽으려고 하질 않는 거예요. 그런 상황을 돌파하게 해 준 책이라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의 눈에도 이 책의 유머가 유쾌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