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조건 - 제니퍼소프트, SAS,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리더들
박상욱 외 지음, SBS 스페셜 제작팀 엮음 / 북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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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조건
SBS스페셜 리더의 조건 제작팀 / 북하우스 / 253

 


1년쯤 전이던가 KBS스페셜에서 나온 <행복의 리더십>이라는 책이 있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나온, 특집방송에 소개된 전세계의 존경받는 리더들에 대한 책이었다. 주체는 다르지만 포맷은 비슷하다. 방송을 위해 기획되고 취재한 내용을 방송을 통해 먼저 소개하고 좋은 반응이 나오자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런데 KBS팀과 마찬가지로 리더를 다뤘다는 것은 여전히 혹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리더를 갈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리더를?  마음으로 승복하는 리더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번 <행복의 리더십>은  존경받는 리더의 조건으로 소통,공감,정의,책임,혁신,미션을 제시했다. 이번 <리더의 조건>에서는 어떤 리더를 찾아냈는가. 키워드는 바로 신뢰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경험했으며, 현실적으로 리더 노릇을 한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어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적에 반장부반장 한번 안해봤을 지라도 자라고 사회를 거치며 남을 이끄는 자리에 선다. 군대에 가면 싫어도 자연스레 고참이 되고, 장교부사관이 아니라도 분대장이나 내무반장을 하게된다.
조직에 들어가면 역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기 아래로 후배가 들어오고 회사 고참이 되면서 직책을 갖기도 한다. 가정을 이루면 가장이 되고 아이가 생기면 부모가 된다.  회사를 차리면 사장이 된다. 누구나 리더가 되고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리더의 직책은 부모인데 이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나 역시 줄반장부터 시작해서 각종 단체나 조직의 리더역할을 맡아왔고 자영업을 하면서는 저절로 사장이라는 리더자리에 올랐다. 종업원이 한명이라도 아니 없어도 리더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그간 내 리더십은 어땠을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행복의 리더십>을 읽으면서는 나와 닮은 지도자가 한명있었다.  리더십이라는 분야에 약간 관심있어 전부터 자료를 모으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의 리더십은 하나로 귀일한다. ‘나를 따르라!’ 군대리더십이다.

강한 카리스마가 기본이어야 하고 냉정할땐 냉정하게 때론 읍참마속을 하고 때론 무조건 앞만보고 돌진해야 한다. 이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거의 유일한 리더십이다. 또 뭐가 있을까.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는 리더십이 아니라 보스십 같다.


이런 영어단어는 없지만 우리나라 실정에서 리더십 보다는 보스십이 훨씬 더 사람들 마음에 각인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군대의 장군이나 폭력조직의 두목에게서 풍기는 강제력이다. 이게 우리나라 재벌 회장님이나 사장님들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생각이다. 보스가 필요한 조직은 있다. 당연하다. 그러나 리더가 곧 보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지 뒤에서 가라고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마도 동반자나 부하들, 조직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보스인지 리더인지가 구별되는데 이걸 개인의 능력이라 본다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아니라면 리더십이 없는 셈이다.  이 계통에선 서번트리더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다.

 

<리더의 조건>에는 이런 부제가 붙어있다.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되찾기 위한 첫 질문” 그게 바로 리더의 조건이다. 민주주의 체제는 리더를 선거로 뽑는다.
협조의 의무가 있지 복종의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왕정체제가 아니고 개인도 신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더가 마음에 안들면 바꾸면 된다.  이런 간단한 민주주의 원칙과 절차를 모르고 있어서 오랜기간동안 독재자의 횡포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이걸 깨닫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힘든 과정이 뒤따랐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리더의 조건은 너무나 간단하고 명쾌하다.
직원을 신뢰하는 리더,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 국민과 소통하는 리더, 특권을 버리는 리더, 약속을 지키는 리더. 이런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는 것이다. 


이건 뭐 너무 당연하고 쉬운 것 아닌가. 알면서도 못하니까 이런 리더들이 존경받는 것이다. 
미국 SAS의 짐 굿나잇회장은 철저하게 직원을 믿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어찌보면 다소 과한 직원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 결과 SAS는 수년간 연속으로 포춘 선정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하게 물질적으로 잘 해주는게 아니라 회장의 철학이 ‘고객보다 직원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그러기 정말 쉽지않다.

 

그런 회사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제니퍼소프트는 요즘 젊은이들의 입사희망 수위를 다툰다고 한다. 이 회사는 사내에 수영장도 있는데 마음 내키면 근무하다가도 혼자 가서 수영할수 있고 그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회의 중 가족에게서 전화가 오면 가족전화가 제 일순위다. 지금 바쁘니까 이따 걸어-이런 말은 금기라 한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출근하기 싫으면 전화해서 오늘은 재택근무하겠다고 하면 끝이다.  근무시간중 사무실에 있는 직원보다 밖에서 수다떠는 직원이 더 많다고 하니 이런 회사가 있는가.  그런데도 매출액 상승률은 가파른 경사로 올라가고 있다.  나를 믿어주고 나를 인정해주는 회사라서 열심히 일한다는게 이 두회사 직원의 공통된 답변이다.


나머지는, 한국과 너무도 다르게 지하철로 출근하는 국회부의장, 재산이 중고차 한 대뿐인 대통령, 매일매밀 주민들 이야기를 듣고있는 시장 등 무엇이 당연한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외국 정치인 이야기다. 특권은 없고 봉사만 있는 정치인이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가 참으로 신선하게 들리니 그게 이상한 것 아닌가.


정치인은 시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인데 각종 특권에 빠져 스스로 위대하게 여기고 본업은 제쳐놓고 이권에만 열올리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 있는 것은 아닐테지. 설마...

내가 직원 혹은 우리 구성원들에게 어떤 리더로 각인되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운영방식은 책과 비슷한데가 많은데 과연 제대로 굴러가고 그 전망을 자신있게 밝힐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나도 흔하디 흔한 남들과 같은 종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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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 <노자도덕경>과 「대학」으로 파보는 남녀의 즐거움 즐겁고 발랄한 동아시아 문명 시리즈 2
이호영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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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이호영
책밭 / 439


동양고전을 통해 본 남자와 여자의 속성.  간략한 책소개로 이정도면 내용이 통한다고 해야하는지. 저자의 표현을 빌면, 동아시아 지역문명의 특징으로 해석한 남녀관계, 서로에 대한 이해 라고 하겠다.
역시 저자가 소개했듯 이 책은 화성남자 금성여자와 노자의 성이라는 두 책에서 많은 힌트를 받아 나온 책이다. 상당히 재미있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노자의 사상은 여성의 특징인 친밀성과 애착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유학의 경전인 <대학>은 그 성격이 남자계발 지침서라고 보았다. <대학>의 내용을 만족시키려면 왕이 되어야한다. 그러나 모두 왕이 될수는 없으므로 남자로 하여금 왕으로 느끼게 해주는 판타지가 된다.

 

<노자>의 여성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읽어본 거라곤 김용옥의 노자 밖에 없는데 거기에는 노자의 여성성에 대한 구절이 없다. 신선한 해석이라고 하겠는데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노자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라 한다. 그래서 도가와 유가를 양립할수 없는 사상체계라고 한다. 

 

유학의 탄생은 여성적 원리인 친밀성을 지킬 울타리가 필요해 남성의 원리인 유학이 등장한 것이라고 한다. 즉 문화적 공동체를 야만과 야생의 공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마련한 울타리가 유교와 <대학>이라는 것이다.

서두의 창조신화는 매우 흥미롭다. 최고신을 의지와 욕망으로 본 것은 탁견이라 생각된다. 세계신화의 재구성과 재조합으로 만든 판타지 우화는 그 자체로도 한편의 재미있는 창작소설이 될 듯 하다. 여성이 먼저 만들어지고 남성은 여성의 애완동물 역할을 하기위해 만들어졌다는...

 

그래서 이 책은 전체를 크게 다섯 부분정도로 나누고  창조신화, 노자-여자의 속사정, <대학>-남자의 겉치레,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차례로 살핀다.
정말 흥미롭고 신선하며 시니컬하고 분석적이다. 그런데 너무 다기망양하다. 마치 김용옥의 책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직설적 구어체에 방대한 지식과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사례인용 등.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차가 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동서남북을 뺑뺑 돌아 4000km쯤 가는 기분이다.

 

화이론에 대한 새관점은 살펴볼만 하다. 식민지학이라는 것. 유학이란 노자와 초나라에 대한 중원의 식민지학이고 성리학은 고려에 대한 중국의 식민지학이다. 맞다.
그런데 저자의 주장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과연 노자는 여자, 대학은 남자, 이런 구분이 맞아 떨어질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노자를 여성성으로 해석한 부분은 <노자와 성>이라는 걸출한 저작덕분에 이해된다. 그럼 <대학>은 남자의 교과서인가? 사서중에 가장 먼저 읽은 책이 <대학>이므로 거개가 남성인 유자들의 상태를 분석한다면 <대학>이 좋은 텍스트이긴 하겠지만 그렇다면 가장 많이 읽힌 주자 주희가 교감한 <대학장구>를 택해 분석했어야 한다. 그런데 저자는 왕양명의 예기 대학편을 저본으로 삼아 분석하고 있다.  <대학>의 삼강령을 보면 ‘在親民’ 이라는 어구가 나오는데 주자는 여기서 親을 新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한문을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이 부분을 ‘재신민’이라고 읽는다. 물론 저자는 왜 친민이 신민이 되었는지 어떤 차이와 의도가 있는지를 상세히 밝혀주고 있다.


그런데 <대학>만 남자용 교과서였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모든 경전이 다 남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남자를 기르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대학>은 四書의 하나로 유생 양반귀족 관리 등 지식인을 위한 교과서다. 통칭 남자를 위한 책이라 보기엔 좀... 차라리 글을 배우는 모든 남자가 익히는 <소학>을 대상으로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조선시대에도 사서를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가 결국 같은 의미라고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왕가에만 적용될수 있는 규범이니 남자 일반론은 아니지 않을까.  저자는 유학을 전공하고 특이하게 영국에서 유학으로 학위를 받은 전문가이니 너무나 잘 알아서 썼겠지만 의문은 남는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여성은 친밀을 주장하고 남성은 위계서열만 따지는 한심한 조속임을 수차 강조한다. 부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또 생물학적 父性은 없다는 사실을 힘주어 강조한다. 그러니 이제는 동료로서의 가족관계가 낫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은 제2의 성에서 제1의 성으로 도약했다.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여성보다 열등하다. 그러니 어찌해야 하는가.
막바지에 저자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여성해방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성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아야할 책인 것 같다.
결말이 궁금한 사람도 직접 읽어야 한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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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연구 1 (반양장) - 아놀드 토인비 59클래식Book
아놀드 조셉 토인비 지음, D.C.서머벨 엮음, 김규태.조종상 옮김 / 더스타일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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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놀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1
아놀드 토인비 지음 / 김규태,조종상 옮김 / D C 서머벨 편집
더스타일 / 307

 


아마도 이 책은 현대의 고전 정도가 아닐지 모르겠다. 서양사 전공자가 아니라서

이 책이 어느정도의 비중이나 가치를 지닌 책인지 분위기를 알수 없다. 그렇든 아니든

나는 일찍이  어린 나이에 -  예전에는 소시적少時的 이라는 말을 잘 썼는데...ㅋ -

이 책의 제목과 성가에 반해 역사학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어찌어찌 사학과에 갔으되....

고등학교때 동서문화사에 월드그레이트북스라는게 있었는데 방법서설이니

짜라투스트라와 함께 이 책도 있었다. 야심차게 두권으로 된 이 책을 사서 읽었으나

뭔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도전정신은 가득하고 넘쳤으나 그정도 책을 읽을 수준이 아니었다. 나는 수재가 아니었다.

중간에도 읽을 기회가 있었겠지만 다 읽지는 못했던 것 같다. 설사 읽었다해도 기억도

 안나고.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내앞에 이 책이 왔다. 말하자면 오늘의 나를 있게한

책이다. 눈은 구름 위만 바라보고 발은 땅에서 떨어진 채 동서를 분간 못하는 남산골

딸깍발이 신세로.


처음 역사학에 입문한 초보 학도들은 필독서의 하나로 대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는다.

카는 토인비와 동시대를 살아간 학자인데 카나 토인비나 랑케 역사학을 한차원

발전시킨 사람들이다.  토인비가 읽히지 않는 이유는 내 생각엔 너무 길기 때문이다.

카는 역사학자라기 보다는 정치학자에 가까운데  전에 읽었던 <역사를 읽는 방법>의

저자도 역사학자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영국은 학제적 연구가 잘되어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역사의 연구>는 전체 12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이다. 전공자도 읽기 어려우니 누가 정리좀 해줘야할 터.  마침 서머벨이라는 사람이 이 거질을 두권으로 요약해서

내놓았는데  대개 우리가 보는 <역사의 연구>란 서머벨이 줄인 요약판이다. 우리나라에

원저 완역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아마 없을 것이다.  <로마제국 쇠망사>도 6권짜리

대작인데 대개는 한권짜리 축약본으로 읽는다. 간혹 말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이 쇠망사는 6권짜리 완역이 나와있다. 그러나 역사의 연구는 없는 것 같다.

(나중에 알아보니 전작 번역이 있다)

 

예전 동서문화사 <역사의 연구>는 두권이지만 작은 활자에 2단 편집으로 빽빽하게

채원진 책이었다.  이번 더스타일의 <역사의 연구>는 1권인데 연표를 뺀 본문만 보면

243페이지에 불과하다. 처음에 나는 이 책 역시 두권짜리인줄 알고 옛책을 책꽂이에서

꺼내 새로 닦고 여기저기를 비교해보았다. 그랬더니 말도 안되게 분량이 적었다.

 

책의 어디를 봐도,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속을 까뒤집어 봐도 이 시리즈가 전체 몇권인지

나와있지 않다. 뭐 이런 책이 있나.  인터넷을 뒤져보고야 더스타일의 Old Fashioned

Classic 중의 하나로 8권까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옛 두권을 여덟권으로 늘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독자는 이 시리즈가 토인비 원전을 다 번역한 것인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번역서는, 특히 고전에 속하는 번역서는 저본소개와 역자의 해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니면 출판사의 소개라도 있어야 한다. 그점에서 이 책은 독자서비스가 태부족하다.

마지막권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내용은 첫머리에 올려야한다.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개는 들어봐서 알겠지만 토인비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

네가지 정도로 요약할수 있다. 역사는, 문명은 성주괴공의 원칙에 따라 순환한다.

문명은 창조력이 있는 지배적 소수와 그를 따르는 민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문명은 도전과 응전이 있어야 창조된다.

이는 거친 환경조건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노력이다.

 

수긍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토인비가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렸다. 그는 그리스문명과 서양문명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다 예전에 번성했던 문명이 왜 지금은 사라졌을까 하는 점에 착안하여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문명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중요한 점을 지적한다.

“역사가의 조건은 호기심이다. 단순한 호기심만 가져서는 목표없는 지식의 추구가

될수도 있다. 의의가 있으려면 ‘이것이 어떻게 거기에서 생겼는가’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역사가의 기본적 질문이다.”
역사가가 가져야할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그간 내가 보아본 경험에 의하면 이런 기본조차 안된 역사가가 꽤 있다.

 

그는 영국 역사가 액튼의 말을 인용하여, 역사는 본질적으로 한 민족이 아니라 좀더

광범위한 원인을 기반으로 하는 힘의 작용으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즉 “역사연구의

단위는 민족국가도 아니고 정반대인 인류도 아니며 우리가 사회라고 이름붙인 어떤

종류의 인간집단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문명’이다.

‘문명의 비교연구’라는 챕터에서는 각 문명의 부모자식관계를 거론하는데 헬라스

사회는 현재의 서구 기독교사회를 낳았고...하는 식이다. 다만 이집트사회는 부모자식이

없는 독특한 문명으로 보았다. 이렇게해서 관련된 사회 19개를 파악했는데 극동사회를

중국뿐만이 아닌 중국사회와 한국사회, 일본사회로 나눈다면 인류의 문명은 21개로

파악할수 있다고 한다.
이 21개 문명을 비교연구한 것이 바로 <역사의 연구>인 것이다.

 

19세기 당시까지 서구사회에 알려진 극동, 즉 동양문명은 중국과 일본이었다.

그가 한국을 중국의 위성, 일본의 아류로 본 것은 토인비만의 잘못은 아니다. 조선은

존재가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그는 후에 재고찰을 써내면서 한국을 일본과 같은

중국의 위성문명으로 분류하여 한국을 일본과 동등하게 보았다.

 

토인비는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듯 하다. 한자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지식이 있고

중국에 대한 이해와 호감도 높아보인다. 그의 순환사관은 슈펭글러 이전에 중국의

전통사관을 받아들인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개별 문명에 대한 분석과 결론은

나머지 책들을 보고 이야기해야겠지만 서구제일주의를 비판한 것이라든가 문명이

성쇠를 겪는다는 주장은 지금 보아도 맞는 이야기다. 호불호를 말하기전 이 책을

한번쯤은 읽어야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 전체를 놓고 본 분석이기 때문이다. 역사학도와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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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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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는 <침대와 책>이 없나보다.  검색이 되지 않는다.  엉뚱한 책들만 올라와서 할수없이 정혜윤의 책 아무거나 선택해서 서평제목으로 삼는다.

 

 

침대와 책
정혜윤
웅진지식하우스 / 237

 


나는 침대에서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러나 관능적인 독서기라는 수사에 끌렸다.
정혜윤이라는 이름은 독자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나보다. 

그만큼 내 책읽기의 스펙트럼이 얇거나 독서분량 자체가 태부족한 때문이기도 한

것이겠지.  그래서 올 초에 정혜윤의 책 두권을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책

<침대와 책>을  손에 든지 얼마 안되어  후회가 한가득 몰려왔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있는 건지.


이제까지 읽어왔던 책과는 너무나 확연히 다른 문체, 감성적이고 감상적인 화법,

구어체와 문어체가 뒤섞이고 주체와 객체가 불분명한 서술. 그랬다. 이 책은 머리로 읽는

책이 아니었다. 가슴으로 읽어야하는 책이었다. 되도록 천천히, 커피를 마시든 침대에

눕든 글귀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인용된 문장을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저자와 대화하듯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작가와 주변세상의 관계에 대한 문학적 풀이로서의

미셀러니?


문학을 가까이했던 때가 언제던가. 10대후반에서 20대 초반. 그리고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더 멀어져간 문학. 이 책은 개인 신상수필에 가깝지만 정혜윤의 문학적 소양은 소설가나 평론가라 해도 따라잡기 힘들만큼 대단하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순간순간에

섬세한 관찰력과 심상으로 문득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맞춰 수없이 인용하는 작가와

작품들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인간이 컴퓨터란 말인가.


그런데 왜 나는 이 책이 이해가 안되고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하는걸까.
내가 이토록 문학외적인 인간이었나. 그렇게 상상력이 없었나. 섬세하게 세상을 관찰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던가. 그런데 왜 저자는 유명하고 그의 책들은 베스트셀러란 말인가.

자조했다. 내게 무슨 문제가 있음이 틀림없다. 소통이 안되거나 독선에 빠지거나  나 밖에

 모르고 살아가는 중인가보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 문학이란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인데 인간보다는 우주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인지.   
아님 마음이 상당히 메말라있던지...


이 정혜윤작가는 문학에 치우친 독서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니체나 벤야민, 다치바나

다카시 같은 철학자나 평론가의 책들도 인용하고 무엇보다 영화와 팝송도 전문가수준인

듯 했다.  본 영화도 없고 들어본 노래도 없으니...


책날개에 붙은 정혜윤의 자기소개는 이렇다.  “엄마는 나의 검은 피부를 싫어했고  나는

나의 갈색 피부를 좋아했으며, 엄마는 나의 헝클어진 머리를 싫어했고 나는 나의 부스스한

 머리를 좋아했다. 엄마는 레슬링과 가요와 관광버스를 좋아했으며 나는 레슬링과

관광버스를 싫어했다. 우리는 많은 부분 통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엄마는 내가 책을

읽을때면 항상 자기를 닮아서 애가 이렇게 책을 좋아한다고 칭찬하고 인정해줬다.

칭찬받을 일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 뒤로도 쭉 책읽는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사랑받았다. ......”


책속에는 자신의 명함을 트레이싱지로 만들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다른 명함을 읽을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름과 직책을 적는 대신 꼭 알아줬으면 싶은 내용을 적어넣는

상상을 한다고 써있다. 이를테면, 아마추어 여행작가, 고기요리를 싫어함, 귀를 뚫지

않았음, 스타킹수집가, 증명사진 싫어함, 옆얼굴에 더 자신있음, 자고나서 푸석푸석할 때

가장 예쁨, 출신대학과 직책을 말하는 것을 싫어함, 어쩔수 없다 라는 말을 싫어함, ....

너무 재밌지 않은가.  나 역시 적을게 많아서 명함을 책받침만큼 크게 만들어야 겠다는

상상은 해본적 있지만 이런 유쾌하고 명확한 자기소개 명함은 전혀 생각해본적 없다.

문학적 상상력이다.


책의 맨 마지막 챕터는 베트남여성이 결혼해서 한국에 왔다가 전과6범인 남편에게 맞아서 늑골 18개가 부러져 죽은채 발견됐다는 신문기사에 대한 단상을 쓴 것이다.  내가 여태

읽어온 책들이나 나라면, 이 문제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분개하고

 마땅히 해야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데 더욱 분노하거나 대책을 촉구하면서 글을 마무리

할 것이다.  나라면 덧붙여, 죽은 베트남 새댁의 영혼에 슬퍼하고 베트남 사람에 미안해

하고 악을 증오할 것이다.  그러나 정혜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그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는 백가흠의 소설을 인용한다.
“백가흠소설속의 하잘것 없고 우스꽝스러운 주인공들이 우리 곁에 온다면 우리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단박에 알게될 것이며 사랑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만 사랑하려는 경향이 얼마나 편리한 경향인지 알게될 것이다. 어쩌면

‘네 이웃을 사랑하라’란 말을 실천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은 그 이웃이 좀 떨어져있을

때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그녀는 시 몇편을 인용하고 조용히 글을 마무리한다.


정혜윤은 정혜윤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한다.  육중한 이미지나 이마에 내 천

자를 그린 표정도 아니다. 그럴필요도 없다.  어차피 세상에 자기는 한 명뿐이니까. 

그러니 내가 이 책을 잘 읽어나가지 못한 것도 작가나 다른 독자완 상관없는 일이다.

침대에서 책을 읽지 않아도 이책을 재미있게 볼수 있고 침대에서 책을 읽어도 공감을

못할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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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얻는 힘 집중력
세론 Q. 듀몬 외 지음, 권지은 옮김 / 코너스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원하는 것을 얻는 힘
집중력

테론 Q. 듀몬트 / 권지은, 윤정희
코너스톤 / 206

 

원제는 The Power of Concentration이다. 정신의 힘을 한군데로 모으는 집중의

놀라운 능력을 말해주는 책이다.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종류의 책을 몇권 읽은 것

같다. 노먼 V 필의 신념의 마력을 비롯해서 나폴레온 힐이나 <강하게 마음에

그리면 그대로 된다>,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된다>, <마인드 파워>,

최근의 <시크릿>, 국내의 <왓칭> 까지 대개 비슷한 내용이다. 읽었지만 아직

후기를 작성하지 않은 <리얼리티 트랜서핑>을 포함해서 이런 책들을 다 읽고도

아직 성공을 못했으니 아마도 나는 이런 책들을 겉핥기로 읽은게 틀림없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이 책은 명상서의 흐름과도 비슷한 내면의 마음의 성찰을

유도하는 책이다. 그런데 다른 책들과 구별된다고 생각되는 점은 이 책이 1918년에

 나왔다는 것이다. 여타의 책들과 내용이 중첩되는걸 보면 이 책이 자기계발서의

효시쯤되는 책이 아닌가 여겨진다.

 

유학에서 말하는 안빈낙도의 가르침에 너무 빠져서인지 선비연하는 위선의

찌꺼기가 남아서인지 내가 정의하는 성공이 이들 책에서 말하는 성공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직도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가 말해주듯

성공의 결과는 부와 여유이고 그것이 바로 하고싶은 것을 할수있게 해주는 힘이라면

성공의 정의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겠다. 어차피 인간세상에서는 결과가 남는

것이고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틀림없다.

 

성공하고 싶다면,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살고싶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집중의 능력을 배워야한다는 것이다. 이 정신의

능력은 육체를 통제하고 주위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에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주게 만든다. 비즈니스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책에서는 집중을 이렇게 말한다. “집중은 하나의 생각만 선택해서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된다. 역으로 이게 잘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다.  책은 이를위해 Lesson 1부터 Lesson 20까지 2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의 제목은 자기통제력을 길러라, 원하는 바를 얻는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전능한 힘을 일깨워라, 강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 용기에 집중하라,

이상에 집중하라 등등이고 이를위해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 기억력을 높이는 훈련,

 의지력을 높이는 훈련이 제시되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반드시 해낼수 있다. 이는 영혼의 법칙이다.”
쉽게 들을수 있는 말이다. 집중해서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어떤 존재를 깨닫게

되고 이 존재가 정신에 긷들여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에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믿고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강하게 믿는다는 것은 굳은 신념과 의지를 말하는 것인데

비즈니스에 국한시켜 본다해도 신념과 의심은 별개다. 오히려 비즈니스에서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무시하고 독불장군으로 밀고 나갈 때 더 큰 실패가 찾아올수

있다. 그러니 신념과 고집을 구별해야 할 일이다. 어떻게 구별하는가.

이 책에서는 적시해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명상을 강조한다. 깊은 명상은 곧

완전한 집중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때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그것이 신념의 힘이된다. 그렇게 의심없이 신념을 따라 노력하면 -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 의지력이 필요하다 - 성공이 주어진다.

 

강한 의지를 갖고있는 사람이 신념을 고수해서 끝내 성공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속담에도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거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이게 문제다. 신념을 고수하고 의심을 버리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오죽하면 성경에도 예수님이 밀알만큼 신념이 있으면 산을 옯길수

있다고 했을까. 구하라 주어질 것이고 두드리라 열릴 것이다 라는 말이 이책과 딱

들어맞는 말이다.  조선소도 짓지 못한 후진국이 해운 강국 그리스에서 선박을

수주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걸 가능케 한 것이 정주영의 의지와

신념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불신과 의심 때문에 처음부터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의심을 없애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다.

그동안 너무 의심많은 인생을 살아온 것일까? 사람에 관해서는 쉽게 잘 믿으면서도

 막상 일에 관한 부분은, 잘 될까? 실패하면 어떡하지? 란 의심을 없애지 못했다.

나 자신이 신념과 의지로 인생을 잘 헤쳐왔으면 이럴 때 주저없이,

“여러분 믿으세요. 다 잘 풀립니다.” 외쳤겠지만 그러지 못해 정말 유감이다.

그러나,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해라’는 말이 꼭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나 역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 의지와 신념을 갖고 추진하세요.

믿는만큼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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